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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건 칼럼] 미친 집값과 서울 황폐화론

공공기관 이전 논란 속 온갖 억지 반대 논리보다 서울공화국 폐해 더 심해

광풍의 서울 집값 해법도 균형발전 없인 요원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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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르면 누를수록 더 천정부지로 치솟는 서울 집값은 그야말로 미쳤다는 말 외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백약이 헛방인 상황이 답답해서 일까. 부동산 대책을 설명하던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끝내 오버하고 말았다. 자신도 강남에 살아서 아는데, 모두가 강남에 살아야 할 이유는 없다는 이른바 ‘강남 발언’이다. 가뜩이나 미친 집값에 분노하던 민심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다. 강남 진입이 꿈인 서울의 비강남지역부터, 나아가 수도권 주민들로선 복장이 터질 일이다. 이마저도 꿈꾸기 힘든 지방민들은 분노할 힘도 없이 허탈감에 그저 허허 웃을 뿐이다.

장 실장의 헛발질에 가만 있을 자유한국당이 아니다. 저격수 김성태 원내대표의 날선 비판이 이어졌다. “장 실장의 강남 발언은 의도적으로 강남·비강남을 편 가르게 하는 금수저·좌파적 발상이다.” 그게 좌파적 발상인지 여부는 차치하고 대한민국을 지역에 따라 갈기갈기 찢어놓는 발언임은 분명하다. 이는 김 원내대표의 말처럼 단순히 강남·비강남을 넘는 사안일 수도 있다. 더 확장하자면 서울과 수도권, 서울 및 수도권과 여타 지방을 갈라놓고 차별하는 언사다.

장 실장의 발언은 어떤 이유를 대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김 원내대표의 비판 또한 일견 수긍이 간다. 그런데 이건 또 뭔가. 김 원내대표는 같은 날 이런 말도 했다. 전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 대표연설에서 공공기관 추가 지방 이전 방침을 밝힌 걸 비판하면서다. “지금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이 이미 황폐해져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며 “(공공기관 이전은) 사실상 경제의 중심인 서울을 황폐화하겠다는 의도밖에 없는 것이다.” 앞선 공공기관 이전으로 서울이 황폐해졌고 추가 이전은 이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말씀이다.

김 원내대표의 눈엔 서울만 보이고 지방은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게다가 비대해질 대로 비대해진 서울이 황폐해졌다니. 이거야말로 서울 금수저에 우파적 발상 아닌가. 장 실장의 강남 발언이야 사실상 서울 및 수도권, 그들만의 리그에 해당되는 사안이다. 지방민의 입장에선 언감생심, 허탈감 반 부러움 반으로 바라볼 뿐이다. 차라리 장 실장 어법대로 ‘내가 서울 살아봐서 아는데 황폐해진 서울에서 모두가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면 모를까. 이건 숫제 서울공화국을 더 공룡으로 만들겠다는 심산이다.

김 원내대표의 서울 황폐화론의 근거는 공공기관 이전으로 서울, 즉 국가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1차 공공기관 이전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레퍼토리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그 부작용을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가족이 찢어져 살고, (혁신도시) 지가가 상승하면서 토지 소유 여부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 공공기관 직원과 원래 주민의 화합 등 문제가 있다”는 거다. 많은 사람의 가슴을 아프게 하면서 지역균형발전도 안되고, 국민 화합을 해치면서까지 무리하게 밀어붙일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금과옥조 같은 국가 경쟁력 저하의 사례로 최근 거론되는 단골 소재가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한 국민연금이다. 전주로 옮긴 이후 핵심부서인 기금운용본부장 등 고위직 5개가 공석이고 관련 직원들도 30여 명이나 부족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지방근무 기피로 우수 인력이 대거 이탈, 수익률이 떨어져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지방 이전 때문에 인력이 빠져나가는 상황이 없진 않을 테다. 하지만 이게 국민연금 경쟁력 저하의 본질이고 전부일까. 속내를 들여다보면 정부 등 외부의 지나친 개입과 수익률에 대한 부담 등이 인력 이탈과 경쟁력을 떨어트린 측면도 큰데 이는 애써 외면한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부작용 또한 침소봉대다. 혁신도시 지가가 상승하긴 했지만 토지 소유 여부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이 수도권과 지방의 그것만 할까. 공공기관 직원과 원주민의 화합에 문제가 있다는 말은 실체도 불분명하거니와 수도권과 지방의 불화에 견줄 일이 아니다. 가족과의 이별이 가슴 아픈 일이긴 해도 시간이 흐르며 균형발전이 제대로 정착되면 차츰 나아질 부분이다. 요컨대 공공기관 이전의 부작용은 곁가지이거나 사실이 아니고, 국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는 논리는 근거가 불명확하다.

오히려 공공기관 이전의 부작용이라고 거론되는 어떤 내용도 서울공화국에 따른 폐해를 결코 넘을 수 없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서울의 미친 집값이 대표적인 예다. 그 광풍에 대한민국의 주요 문제점들이 압축돼 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미친 서울 집값의 해법은 그다지 먼 데 있지 않다. 과밀화 해소만이 근본책이고 지역균형발전이 그 길이다. 서울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이 될 수는 없을 뿐더러 오히려 이를 갉아먹을 뿐이다. 제발 더는 서울 황폐화론 같은 황당한 말로 공공기관 추가 이전에 딴지를 걸지 말라.

논설실장 jj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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