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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부즈맨 칼럼] 위선과 위악 /이동현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9-11 19:07:47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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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휴가 때 읽은 2권의 책은 공교롭게도 살아온 이력이 상반된 분들의 저서였다. 20여 년간 감옥에서 복역하고 2016년에 작고하신 신영복 선생의 ‘담론(돌베개)’과 현재 부장판사로 활동하시는 문유석 판사의 ‘개인주의자 선언(문학동네)’이다. 신영복 선생은 육군사관학교 경제학과 교관으로 있던 중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되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강의’ 등의 저서가 유명하다. ‘담론’은 저자가 대학에서 강의한 인문학 특강을 정리한 것으로 감옥 생활의 일화도 간간이 소개하고 있다.

문유석 판사는 ‘미스 함무라비’ ‘판사유감’의 저서를 통해 사회에 대한 자신의 견해와 소신을 밝히고 있다. ‘개인주의자 선언’은 합리적 개인주의자들의 사회를 꿈꾸면서, 집단 내 무한경쟁과 서열 싸움 속에서 개인의 행복은 존중되지 않는 불행한 한국 사회를 비판하고 있다.

두 책을 읽다 보니 공통으로 눈길을 끈 단어들이 있었는데 ‘위선과 위악’이다. 일반적으로 ‘위선’이라는 말은 자주 사용하여도 ‘위악’은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 단어이기에 필자의 관심을 끌었다. 두 단어 모두 본색은 숨기고 가장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담론’에서는 위선이 ‘강자의 의상(衣裳)’이라고 한다면, 위악은 ‘약자의 의상’이라고 설명한다. 의상은 위장과도 같은 것으로, 위악은 약자가 자신을 강하게 보이기 위해 위장한다는 것이다. ‘약자의 위악’은 감옥에서는 특히 잘 보이는데, 감옥 생활에서는 개인의 모든 것이 다 까발려지기 때문에 일부러 강한 척해도 소용없다고 한다.

‘개인주의 선언’에서는 현대인은 독설을 통해 속 시원하게 내뱉는 위악적 행동은 찬양하면서, 이를 경계하는 목소리는 위선과 가식이라는 미명하에 증오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러나 인간과 사회는 본성이 악하므로 이를 경계해야 하며, 우리의 본성은 전자발찌를 채워야 할 상습전과자이기에 끊임없이 서로에게 위선을 하는 게 더 좋다고 주장한다. 위선이 위악보다는 더 낫다는 것이다.

두 책에서 말하는 위악과 위선에 대한 이해와 설명은 다르다. 그러나 어떠한 사실에는 내면적 모습이 감추어져 있고 이는 위선과 위악이라는 가장된 형태로 드러날 수 있다는 시각은 공통적이다. 따라서 어떤 사건과 사실을 접할 때 이것이 위선인지 위악인지 분별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는 말처럼 쉬운 문제가 아니다. 인간과 세상을 깊이 이해하는 노력이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기사를 작성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기사는 사실을 전달해야 하지만 한 발 더 나아가 그 속에 감추어진 개인이나 사회의 내면적 모습까지 나타낼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좋은 기사는 사실을 냉정하게 살피고 내면을 깊게 통찰하려는 노력에서 비롯된다.

한 개인뿐만이 아니라 국가도 위선과 위악의 가면을 종종 번갈아 쓴다. 북한도 마찬가지이다. 그동안 북한은 악의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았으나 최근 수개월 동안은 선의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비핵화 문제로 교착상태에 빠진 국면에서 지난 7일 자 국제신문은 대북특사단의 방북 결과를 자세히 소개하였다.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이 오는 18~20일 2박3일간 평양에서 열리고 김 위원장의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또한 비핵화와 종전선언의 선후 관계에 대한 북미 간 이견으로 멈춰 섰던 한반도 비핵화 시계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북한이 핵사찰부터 검증에 이르는 ‘완전한 비핵화’의 절차를 밟을지 주목된다고 평가하였다. 지난 9일은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 기념일이었다. 북한은 작년과는 다른 행사내용을 선보였다. 2013년 이후 5년 만에 상연되는 매스게임에서 초등학생 대규모 동원은 보이지 않았다. 인권침해라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서다. 또 군사 퍼레이드에서도 국제사회를 의식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도 등장시키지 않았다.
지난날 북한이 강한 척 도발하고 위악하였으나 실상은 약자일 수 있다. 최근 북한은 선의의 모습을 보이는데 평화를 위해서는 그 의도가 위선적일지라도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위선과 위악이라는 협상 카드를 번갈아 내밀면서 국제사회에서 인정을 받으려고 애쓰는 북한의 모습을 보면서 하루속히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고, 북한 사람들의 삶도 윤택해지기를 바란다. 또한 국제신문의 북한에 대한 기사를 통해 독자들이 북한의 내면과 의도를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부산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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