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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60이 되고 보니 /김홍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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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9-16 18:44:59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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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시위를 떠난 화살 같다고 하지만 실로 그것을 온몸으로 느끼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젊은이들은 이 말이 추상적이라 현실적으로 와 닿지 않을 것이다. 화살 같다는 세월은 삶의 과녁인 죽음의 시간에 가까이 가면 갈수록 확연히 그 말의 위력을 깨닫게 된다.

요즘이야 ‘육십 청년’이라는 말이 새삼스럽지 않다. 환갑잔치를 하지 않게 된 것도 벌써 오래전 일이고 칠순 축하도 하지 않는 세태로 바뀌고 있다. 80줄을 넘기는 것은 예사이고 우스갯소리로 ‘재수 없으면 120살까지 산다’는 농담이 가까운 미래에 현실이 되리라는 것 또한 부정하기 어렵다.

일본은 올해부터 전 여성 인구의 2분의 1이 50대 이상이 된다고 한다. 여성 인구의 절반이 50대 이상이라니! 당연히 아이들이 태어나는 속도보다 어른들이 죽어 나가는 속도가 빨라진다. 이런 놀라운 일이 남의 일이 아니다.

50대 십 년 동안은 그래도 시간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느긋했다. 왜냐하면 10년이 지나 예순이 되더라도 60대라는 10년은 삶이라는 화살의 과녁인 죽음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기 때문이었다. 아니, 죽음과는 여전히 시간적 거리가 있어야 한다고 스스로 최면을 걸거나, 또는 일반적인 통계를 믿고 싶어 하는 기대와 거기서 얻게 되는 일종의 안도감 때문이라는 것을 60줄에 들고 보니 알게 되었다.

전업 작가인 나는 생리적 죽음보다는 작업을 할 수 없게 되는 시점을 죽음으로 본다. 올 4월에 대장암 판정을 받고 개복해 대장을 20㎝를 잘라냈다. 수술 후 병실에 누워 있으면서 불현듯 든 생각이 지금부터 언제 저세상으로 간들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는 나이가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세상으로 가면 작업은 끝이다. 그런데 병동에 누워 회복을 하는 동안 회복 그 자체에 생의 모든 에너지를 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 에너지가 턱없이 모자란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작업이라고 하는 것은 삶의 여력, 즉 자신을 충분히 추스르고 남은 에너지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이번에 깨달았다. 이런 남은 에너지가 충분하지 않다면 숨 쉬는 것도 힘들다. 당연히 작업은 꿈도 꾸지 못한다. 이것을 병원에서 알게 되고 절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작가인 나는 이것을 생리적 죽음만큼이나 두려워하는 작가적 죽음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예순부터는 언제 죽어도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깨닫고 난 후에는 70대라는 것이 50대의 심리적 완충지대였던 60대와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확연히 알게 되었다. 그렇게 되니 삶과 인생의 주요 척도가 단번에 드러났다. 그것은 일과 가족과 세상과의 관계 확립이었다. 작가로서 해야 할 일과 가장으로서 마땅히 할 바를 우선으로 하고 더불어 가족의 소중함, 특히 사랑으로 가득한 시간의 공유를 만드는 것이 최우선시되었다. 그리고 내 주위의 또 다른 가족, 다시 말해 사회적 관계를 정리하게 되었다. 그 기준이 나에게 이로운가가 아닌 세상에 널리 이로운가 하는 대의를 설정하게 되더라는 것이다.
정치는 빼고 예를 들자면 ‘폭우가 왔으니 낙동강 물은 녹조가 쓸려 내려가 이제는 깨끗해 졌을까’, ‘밀양댐의 물이 몇 년 동안 바닥을 보일 정도로 말라 있었는데 이번 태풍으로 수년 동안의 가뭄 해갈이 됐을까’ 하는 염려와 걱정 같은 것들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을 진심으로 살피는 사람들과의 교류에 시간을 할애하게 되었다.

아무리 시간이 빠르고 쏜살처럼 생을 관통해 죽음이라는 과녁을 향한다고 해도 그 화살은 단지 화살만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온 모든 세월의 경험과 영적 체험이 함께 날아와 다음 세대를 이어 가는 이들에게 큰 족적으로 남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아무리 깊고 높은 깨달음을 얻는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누구 하나 빠짐없이 죽는다. 아무리 심오하고 감명 깊은 작품을 남겨도 죽고, 죽음 이후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할 것 같던 사람들도 다 죽는다. 죽는다는 사실이 절실해질 때 우리는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의 경험과 영적 체험이 내 일신의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60이 되고 보니 세월은 나는 화살과 같다는 것과 지금까지 살아 온 세월의 경험과 영적 체험을 구체화해서 젊은이들에게 지혜로운 언어로 말해 주어야 하는 것이 바로 나와 우리의 몫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할 나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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