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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엑스맨과 바이오 산업혁명 /최수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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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9-19 19:46:26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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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엑스맨의 주인공들은 뮤턴트, 즉 돌연변이들이다. 뮤턴트는 보통 인간들은 상상할 수 없는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 마음을 읽는 텔레파시,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능력, 순간이동, 금속을 움직이고 다른 사람의 뇌를 조정하는 초능력을 가졌다.

2013년 배우 안젤리나 졸리는 자신의 게놈 지도에서 유방암·난소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큰 유전자를 발견하고 발병 전에 위험을 없애기 위해 유방 절제 수술을 받았다. 2015년 영국의 한 부부는 유전병을 일으키는 변이를 미리 알아낸 뒤, 해당 변이가 없는 배아를 체외 수정했다. 유전병 대물림을 거부한 것이다. 또한, 줄기세포를 활용해 인간 장기를 재배하는 기술을 개발하여 장기가 고장 나거나 수명이 다하면, 자동차 타이어를 갈아 끼우듯 재배한 새 장기로 교환해 수명을 연장한다는 연구를 통해 인류가 오랫동안 열망해 왔던 무병장수의 꿈을 차차 현실로 만들고 있다.

이는 천문학적 비용을 투입하는 국가 차원 연구가 아니면 넘볼 수도 없던 유전자 정보를 개인이 이용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덕분이다. 이런 ‘유전자혁명’을 이끈 숨은 주역은 유전자 분석 장비 분야의 세계 1위 기업 일루미나이다. 일루미나는 현재 전 세계 유전자 분석 장비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 중이다. 2014년 일루미나의 유전자 분석 장비 ‘하이섹(HiSeq)’은 한 명의 유전자를 분석하는 비용을 1000달러로 줄였다. 올해 초에는 ‘노바섹(NovaSeq)’이라는 새 기기를 통해 2~3년 안에 유전자 분석비 100달러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졸리 같은 부유층부터 서민층까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본인의 유전자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가 다가오는 것이다.

엑스맨이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통해 특별한 능력을 지녔다면, 최근 유전자 편집 기술이 본격적으로 개발되면서 ‘생명의 설계도’를 자유자재로 재가공해서 유전질환을 치료하고 문제 있는 유전자를 잘라서 바꾸는 시대가 현실로 다가왔다. 유전자 편집은 유전체의 특정 위치에서 자유자재로 DNA 구조를 변화시키는 기술을 총칭하는 것으로, 인공 DNA 절단 효소인 ‘유전자 가위’는 그 중 대표적 기술이다. 크리스퍼로 알려진 3세대 유전자 가위는 2015년 과학전문 주간지 사이언스가 혁신기술 1위에 선정할 정도로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바이오 기술로 각광받는다. 유전자가위 기술은 유전자 (DNA) 일부를 잘라내고 원하는 유전자를 끼워 넣는 기술이다. 근육 성장을 억제하는 유전자를 없애 일반 돼지보다 근육량이 많은 슈퍼돼지, 병충해에 강한 쌀, 무르지 않는 토마토, 뿔이 없는 소 등이 유전자가위 기술을 통해 이미 만들어졌다. 무엇보다 각종 질환을 일으키는 유전자 변이를 정상 유전자로 바로잡을 수 있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유전자 드라이브에 저항하는 돌연변이의 출현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공시 누락으로 정부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데 이어, 줄기세포 업체 네이처셀의 라정찬 대표가 주가 조작 혐의로 구속되면서 바이오 업계에 대한 신뢰도도 크게 떨어졌다. 여기에 금융 당국이 올해 초부터 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R&D) 회계 처리의 적정성에 대해 대대적인 감리를 벌이는 것도 큰 부담이다. 게다가 지나친 정부의 각종 규제도 바이오산업의 성장을 막고 있다. 2016년 3월 바이오산업 성장에 장애가 되는 규제를 개혁하겠다며 정부 주도로 바이오특별위원회가 출범했지만 활동 종료 시점인 올해 1월까지 2년 동안 철폐한 규제는 한 건도 없었다. 당시 업계에서는 유전자 가위 효소를 이용한 배아 실험과 의료 데이터의 민간 활용 등을 강력하게 요구했지만 관련 법 문구는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

미국 과학 매체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따르면 한국은 규제 환경과 연구 인프라 등을 기준으로 매긴 국가별 바이오 기술 경쟁력 순위에서 2016년 24위로 2009년 15위에 비해 9계단 하락했다. 바이오산업은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중국이 선두주자이고 한국은 각종 규제에 막혀 주춤거리면서 한국 바이오산업이 도약할 수 있는 골든타임(최적기)을 놓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인간의 기본 욕구에 부합하는 바이오산업은 손재주 좋고 머리 좋은 한국이 잘할 수 있는 분야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산업이다. 한국의 마크로젠의 매출액이 1000억 원인데 비해 작년 일루미나의 순이익이 무려 2조 원이 넘는 현실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부산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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