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이 탈냉전과 공동번영의 평화체제로 성큼 다가섰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어제 합의한 ‘9월 평양공동선언’을 통해서다. 평양선언에는 한반도 비핵화와 군사 적대 해소,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북미관계 개선에 필요한 현안들이 고루 담겼다. 4·27 판문점선언과 6·12 북미공동성명을 구체화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김 위원장이 남북 화해를 앞당기기 위해 이르면 올해 안에 서울을 방문하기로 한 건 화룡점정이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남북이 처음으로 비핵화 방안에 대해 합의한 것이다. 북한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전문가 참관 아래 영구 폐기하고,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할 경우 영변 핵시설의 영구 폐기와 같은 추가 조치를 취해나갈 것을 약속했다. 동창리 폐기의 대가로 미국이 종전선언을 하면 영변 핵시설 등 비핵화 범위를 단계적으로 넓혀가겠다는 뜻이다. “한반도를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확약했다”고 국제사회에 전한 김 위원장의 육성에선 진정성이 묻어난다.

이번 정상회담의 최대 성과는 ‘판문점선언 군사분야 이행합의서’다. 남북은 오는 11월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군사훈련을 중지하고, 그 상공의 비행금지구역을 확대하는 등 지상 해상 공중 등 모든 공간에서 적대행위를 중지하기로 했다.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만들고, ‘한반도의 화약고’인 서해에 평화수역과 공동어로구역도 설정한다. 남북미 3국에 앞서 남북이 먼저 종전선언을 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다음 주 유엔총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남북정상회담 성과를 설명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입장 변화에 대해 “매우 흥미롭다”고 반응했다. 하지만 미국 조야의 ‘선 비핵화’ 요구가 강경해 이를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선 종전선언’을 강조해온 북한이 추가 비핵화 조치를 제시한 건 진일보한 모습이 분명하다. 미국이 기존 입장만 고집한다면 일방주의란 비판을 면키 어렵다. 문 대통령은 이 점을 잘 설득해 미국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