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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 칼럼] 아동수당 보편주의 원칙과 은수미 성남시장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9-27 18:51:12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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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기준으로 OECD 회원국의 평균 ‘GDP 대비 공공사회복지 지출 비율’은 21%였다. 프랑스(31.5%)와 핀란드(30.8%)는 30%를 넘었고, 선진국들 대부분은 25%를 넘는다. 자유주의 복지국가로 복지 수준이 낮은 영국과 미국조차 각각 21.5%와 19.3%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10.4%로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증가 추세는 가파르다. ‘GDP 대비 공공사회복지 지출 비율’이 OECD 평균은 1996년 18.8%에서 2016년 21%로 약간 증가했지만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에 3.2%에서 10.4%로 크게 증가했다. 게다가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복지국가는 시대적 화두였고, 현재 문재인 정부는 포용적 복지국가를 국정 방향으로 삼고 있다. 그러므로 머지않은 장래에 우리나라도 OECD 평균 수준의 복지국가에 도달할 것이다.
복지국가들은 소득과 사회서비스를 보장한다. 그리고 소득보장을 위해 사회보험, 사회수당, 공공부조가 존재한다. 오늘의 주제인 아동수당은 사회수당에 속하는데, 사회수당은 근로소득을 얻기 어려운 일정한 특성을 공유한 사람들에게 정부가 조세를 재원으로 매달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사회수당으로 기초연금과 장애인연금이 있고, 9월부터 아동수당이 추가됐다.

그런데 문제는 보편주의에 대한 이해 부족과 편견이다. 보수 진영은 복지를 선별적이고 시혜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강하다. 실제로 보수주의자들에게 선별적 복지는 온정적 보수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이는 진실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가령 아동수당은 제도의 성격이 보편주의이므로 선별적 복지로 제도화했다고 해서 이게 온정적으로 되는 건 아니며, 제도만 망칠 뿐이다. 사회보험과 사회수당은 보편주의가 원칙이고 공공부조는 선별주의가 원칙이다.

각 제도의 원칙은 지키는 게 옳다. 그래서 사회보험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보편주의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또 사회수당의 보편주의 원칙도 최대한 관철해야 한다. 이 일은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선진 복지국가로 가는 길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다. 그런데 2017년 12월, 국회는 야당의 요구로 소득 하위 90% 가구에 속한 아동을 선별해 아동수당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정부·여당의 설득과 시민사회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정우택 원내대표, 김광림 정책위의장)과 국민의당(김동철 원내대표, 이용호 정책위의장)은 3당 6자 회담에서 끝내 선별 방식을 고집했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당시 성명에서 “이는 아동수당의 보편주의 원칙을 무너뜨릴 뿐만 아니라 선별 과정에서 많은 행정비용과 절차가 수반된다”고 비판하며, 보편적 아동수당법 제정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시민사회의 이런 호소에 호응해 보건복지부 장관도 보편적 아동수당 제도의 입법을 국회에 다시 요청했다. 하지만 야당은 끝내 거부했고, 2018년 3월 아동수당법이 제정됐다.

아동수당법은 제4조 제1항에서 “아동수당은 6세 미만의 아동에게 보호자와 그 가구원의 경제적 수준을 고려하여 지급한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수급 아동 가구의 경제적 수준이 2인 이상 전체 가구의 100분의 90 수준 이하가 되도록 지급 대상 선정 기준을 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0~5세 아동 244만4000명 중 약 94%가 아동수당을 받게 됐다. 그런데 9월 첫 지급일이 다가오자 예견됐던 문제들이 불거졌다. 소득 상위 10% 가구에 속하는 약 6% 아동을 선별하는 데 드는 비용이 1626억 원으로 환산됐고 매년 10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 반면, 보편적 아동수당을 택할 때 추가되는 예산은 연평균 1588억 원으로 추계됐다. 또 부모들은 60가지나 되는 소득·재산 증빙 자료를 제출하는 불편을 겪었고, 부모의 별거·가출·연락두절 등의 사정으로 아동수당을 신청하지 못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게다가 전국 평균 아동수당 지급 신청률은 94%인데, 서울 강남 지역은 20%포인트 가량 낮았다. 강남구(73.4%)와 서초구(73.7%)의 일부 부모는 소득 하위 90%라는 딱지가 붙는 것이 강남권 생활에서 좋지 않다는 생각으로 아예 신청을 포기했다. 결국 소득 상위 10%에 속한 국민은 ‘복지(아동수당) 없는’ 세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더 키울 가능성이 큰데, 이는 복지국가로 가는 여정에서 불필요한 걸림돌을 만든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작년 연말 선별 방식을 고집했던 이용호 전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이 자신의 실수를 고백하고 반성했다. 당시 국민의당에 속했던 민주평화당도 이번 정기국회에서 보편적 아동수당 도입을 약속했다. 지난 6일, 여당은 보편주의를 명시한 아동수당법 개정안을 정춘숙 의원을 통해 대표 발의했다.

국회가 저버린 아동수당의 보편주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한 기초단체장이 있다. 은수미 성남시장이다. 그는 성남시에서 보편적 아동수당 실시를 천명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연계했다. 그의 확신에 찬 행보는 큰 성과를 낳았다. 지난달 27일, 성남시의회는 ‘아동수당 상품권 지급 및 아동수당 플러스 지원 조례’를 통과시켰다. 이로써 성남시의 만 6세 미만 아동을 둔 가정은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매달 인센티브 1만 원을 얹어 11만 원의 아동수당을 체크카드 방식의 지역상품권으로 받게 됐다. 이 체크카드는 현금으로 인출할 수 없고 신용카드사에 가맹된 성남시의 모든 상점(어린이집, 슈퍼, 음식점 등 4만3000여 곳)에서 사용 가능하다. 다만 지역경제 활성화 취지에 맞게 대기업 계열 상점에선 사용이 제한된다. 은수미 시장의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최근 경기도는 아동수당에 인센티브 3만 원을 얹어 13만 원의 지역상품권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회는 이용호 의원처럼 실수를 반성하고 보편적 아동수당을 다시 입법하는 용기를 보여줘야 한다. 그러면 은수미 시장처럼 많은 단체장이 보편적 아동수당을 중심으로 지역 실정에 맞는 다양한 ‘경제-복지 정책들’을 내놓게 될 것이다. 또 가까운 미래에 보편적 아동수당의 대상 연령도 선진국들처럼 최소 15세까지 높여야 한다. 이게 복지국가의 길이기 때문이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제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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