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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융·복합적 사고와 4차 산업혁명시대 /원성현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10-03 19:24:15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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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인공위성이 촬영한 지구 표면의 데이터를 컴퓨터로 분류해내는 연구를 한 적이 있다. 벌써 30년 가까이 되었으니 지금의 위성 데이터에 대한 연구 환경과 그때 상황을 비교하면 상전벽해라는 말이 딱 맞겠다. 다른 연구를 주로 하는 IT 학자들에 비해 조금은 일찍 위성 데이터를 접한 까닭에 남보다 먼저 들은 인공위성에 얽힌 에피소드를 하나 이야기해본다.

2차 산업혁명까지는 크게 주목받지 못하던 미국은 3차 산업혁명의 키워드인 컴퓨터를 기반으로 하는 정보통신기술의 시작과 끝을 장악하여 세계무대의 주연배우로 등장했다. 이에 따라 새로운 과학기술이 등장하면 당연히 미국이 그 시작을 알릴 것이라던 세간의 추측은 당시 소련(카자흐스탄을 필두로 하는 중앙아시아국가들과 지금의 러시아가 한때 형성했던 연방 국가)이 스푸트니크 1호라는 세계 최초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데 성공하면서 산산조각 났다.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서방국가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인공위성은 예나 지금이나 당대 최고 과학기술의 결정체라고 할 정도로 수준이 어렵고 복잡한데 어찌 그 어려운 일을 미국이 아닌 소련이 처음 해냈다는 말인가! 물론 미국이 자랑하는 익스플로러 1호가 약 3개월 후에 발사되었지만 이미 서방국가의 체면은 구겨질 대로 구겨졌다. 미국은 그중에서 충격의 정도가 가장 심하여 이로 인해 미국 내 각급 학교 수학 교육을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게 어찌 수학을 잘못 가르친 탓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수학을 단순히 계산이나 해내는 과목이 아니라 모든 사고와 판단의 중심으로 해석한 미국의 용기가 놀랍다고 볼 수도 있다.

수학. 고등학교 때까지 참으로 우리를 많이 괴롭혔던 과목이지 않은가. 대학에 가면 수학 배울 일이 절대 없을 것이라고 여겼던 인문사회계열 학과 학생들은 경제학을 비롯한 사회과학 과목을 공부하면서 “망했다!”고 장탄식한다. 대학입학을 위해 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도 수학 과목이 주는 스트레스 또한 엄청나다. 그런 까닭이었을까? 얼마 전 2022학년도 수능시험 과목별 범위를 결정할 때도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중요한 고려 요소였다고 하니,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발사를 소련에 뺏기고 나서 수학 교육 체계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한 미국이 보기에는 학생을 위한 대한민국의 그런 가상한(?) 용기가 오히려 놀랍게 여겨질 수도 있겠다.

2022학년도에 대학에 진학하는 현재의 중3 학생들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실시하던 인문과 자연계열의 구분이 없어지고, 배우는 과목도 문·이과 통폐합형으로 바뀌게 된다. 그 과정에서 일부 주제 또는 과목이 수능시험 범위에서 선택형으로 빠지게 되자 수학계와 과학계에서는 난리가 났다. 당연히 그럴 수 있는 불만이라고 본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까지 배운 내용이 부족해서 노벨과학상 한 명 배출하지 못하는 나라로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아무리 어렵고 중요한 내용을 배워도 단순한 암기식과 정답 찾기 위주로 배운다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것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으면서도 끝없는 소모적 논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무엇을 배우는가보다 어떻게 배우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은 이제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다 안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학습해야 할 주제와 관련된 지식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등장하게 된 배경과 원리를 이해하여 이를 통해 발전 방향을 추론하는 것이다. 학문의 경계가 이미 모호해졌고, 특히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융·복합적 사고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사고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교육부가 제시한 6개 핵심역량 중의 하나인 ‘지식정보처리역량’이 바로 이질적인 지식 영역에 대한 효과적인 접근과 지식 간의 융·복합을 전제로 하는 것이긴 하다. 하지만 과거 우리 교육의 비전이나 슬로건이 잘못되어 지금까지 이러고 있는 것 또한 아니지 않은가! 61년 전 오늘인 1957년 10월 4일, 미국을 절대 앞지를 수 없을 거라 여겼던 소련이 미국보다 먼저 발사한 인공위성이 전 세계에 큰 과제를 던졌던 것을 생각하면서 4차 산업혁명시대를 겸허히 맞고 있는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 본다.

부산가톨릭대 응용과학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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