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뉴스와 현장] ‘덕후’ 생산하는 이야기의 힘 /신귀영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지난달 영국 런던으로 휴가 여행을 다녀왔다. 무려 5년을 벼른, 아니 5년 동안 압박받은 여행이었다.

언니의 딸인 큰조카가 막 아홉 살 됐을 때 잠자리에서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읽어주며 호기롭게 선언했다. 이 책 전 시리즈를 완독하면 6학년 때 해리 포터의 고향인 런던으로 데려가 주겠다고. 설마 그 긴 걸 다 읽으려고, 설마 안 까먹으려고, 설마 그때까지 해리 포터를 좋아하려고 등등 안일한 생각으로 한 약속이었는데 아이는 전권을 다 읽었고, 약속은 찰떡같이 기억했고, 해리 포터 ‘덕후’가 됐고 이모가 한 약속을 수없이 상기시켰다.

여행을 준비하는 동안 ‘조카 바보’ ‘대인배’ ‘골드 미스’ 등으로 불렸는데 사실은 그냥 ‘바보’로 보는 사람이 많았다. 대충 계산해봐도 재정적 타격이 상당했지만, 사실은 무척 설렜다. ‘덕후들의 마지막 성지’로 불리는 영국의 워너브라더스 해리 포터 스튜디오를 찾을 강력한 핑계가 생긴 것이다.

런던은 판타지였다. 장기 할부 여행이라는 슬픈 팩트는 까마득히 잊고 손 꼭 잡고 런던 거리를 누볐다. 해리 포터 스튜디오에 관해서라면, 조카 표현을 빌려 ‘해리 포터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후기를 나누기도 아까울 만큼’ 좋았다. 그런데 그게 생각했던 것만큼 화려하지는 않았다. 세트의 규모가 어마어마하지도 않았고, 영화팬이 기대할 법한 신기한 특수효과도 없었다.

그럼에도 이 스튜디오는 1년 내내 문전성시를 이룬다. 매일 입장 인원이 정해져 있는데 성수기에는 적어도 석 달 전에 입장권을 예매해야 한다. 방문객 한 명이 나서서 육중한 중세풍 철문의 문고리로 ‘뚝, 뚝’ 노크하면 문이 활짝 열리고 호그와트 마법학교의 그레이트홀을 재현한 세트가 펼쳐진다. 홀을 가로질러 걸으며 황홀하게 두리번거리는 방문객들은 마법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미 이들은 머글(마법사 아닌 일반인)이 아니다. 이들은 관람이 끝나면 허겁지겁 숍으로 달려가 지팡이 같은 기념품을 사잰다.

전 세계 해리 포터 팬들이 더 화려한 오사카나 LA의 해리 포터 스튜디오가 아닌, 런던 스튜디오를 ‘성지’로 여기는 것은 그 ‘오리지널리티’ 때문이다. 해리가 태어난, 부모를 잃은, 창고에서 구박 받으며 자란, 그가 입학한 마법학교가 있는, 소중한 친구들을 만난, 숙적 볼드모트를 물리친 모든 배경이 영국이다. 가상의 인물인 줄 알지만 이야기가 탄생한 영국에서는 그 모든 이야기가 ‘실재’가 된다.

서사가 콘텐츠화하고 실재가 되는 것이 이야기의 힘이며, 그게 바로 문화가 아닌가. 셰익스피어도, 킹스맨도, 노팅힐도, 비틀스의 음악도 런던에서는 다 현실이 되는 ‘스토리’다. 현대의 강국은 모두 막강한 스토리 생산국이다. ‘미스터 션샤인’의 김은숙 작가와 같은 걸출한 이야기꾼을 배출한 한국도 스토리 강국이 아닐 것 없다.

조카는 문화 충격에서 비롯된 후유증을 앓고 있다. “이모, 해리 포터가 사실은 사실이 아니고, 마법 같은 건 없다는 게 너무 슬프다”고 말한다. 그래서 터무니없는 위로를 해 주었다. 진짜 마법사는 해리가 아닌 거 아느냐고, 사실은 그런 마법 세계를 만들어 낸 조앤 K.롤링이 마법사라고. 너도 슬퍼만 하지 말고 어떤 마법이든지 한번 만들어보면 어떠냐고. 귓등으로도 안 듣는 것 같긴 했다.

문화부 부장 kys@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고수하던 4개 구·군, 결국 폐지
  2. 2[속보] 대통령비서실, 30억 들여 월평균 11회 여론조사…내용은 비공개
  3. 3부산시 “북항에 5만 석 돔 아레나” 유치의향서 제출
  4. 4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5. 5지광, 국회 동행명령 끝내 불응…여야 “즉시 고발”
  6. 6이태원 악몽 겪고도…서면 ‘만취길’ 대응 탁상공론
  7. 7“르노 부산, 글로벌 개발·생산거점” 쐐기
  8. 8영도 중리해변 알박기 텐트, 1개 더 늘었다
  9. 9[눈높이 사설] 부캉이가 알려준 부산관광의 새로운 가능성
  10. 10주민이 낸 감사청구서, 피감부서로 떠넘긴 부산시
  1. 1[속보] 대통령비서실, 30억 들여 월평균 11회 여론조사…내용은 비공개
  2. 2지광, 국회 동행명령 끝내 불응…여야 “즉시 고발”
  3. 3조현, 한미관계 난기류 우려에 “벨트 단단히 매면 돼”
  4. 4민주 “조희대 국정조사 실시”…국힘 “탄핵보다 더 비열”
  5. 5[뭐라노] 지광, 국회 동행명령 끝내 불응…여야 “즉시 고발”
  6. 6국힘 “공소취소 특검 전에 3+1 조작 특검 국조부터”
  7. 7"악의적 가짜뉴스" 민주당, ‘김혜경 여사 골프 의혹제기’ 주진우 고발
  8. 8박수영 의원, 민원해결 창구 6년간 300회 운영
  9. 9인권위, 김병기 전 보좌관 제기 '국수본 수사 지연으로 인권침해' 진정 각하
  10. 10국감 출석 거부한 지광(국제신문 대주주)에 국회 ‘동행명령’(종합)
  1. 1“르노 부산, 글로벌 개발·생산거점” 쐐기
  2. 2애플 ‘아이폰듀오’ 화면 결함 인정, 무상 교체 방침(종합)
  3. 3SK하이닉스, 2026년 3분기 경영실적 발표…매출 104조, 영업이익83조
  4. 4한신공영, 가덕도신공항 접근도로 건설 사업자로 사실상 낙점돼
  5. 5부산국제금융진흥원장 최병호
  6. 6올해 1~9월 부산 순유출 인구 5800명…2년새 절반 축소
  7. 7SK하이닉스 메모리 위기론 일축…“2029년까지 D램·HBM 완판”
  8. 8부산시 벤처펀드 받은 유망기업 ‘쑥쑥’…IPO 도전
  9. 9이형일 "2028년 100인 이상 사업장 퇴직급여 사외적립 의무화"
  10. 10내년 상반기 재가동…한빛 등 7기도 연장 속도(종합)
  1. 1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고수하던 4개 구·군, 결국 폐지
  2. 2부산시 “북항에 5만 석 돔 아레나” 유치의향서 제출
  3. 3이태원 악몽 겪고도…서면 ‘만취길’ 대응 탁상공론
  4. 4영도 중리해변 알박기 텐트, 1개 더 늘었다
  5. 5[눈높이 사설] 부캉이가 알려준 부산관광의 새로운 가능성
  6. 6주민이 낸 감사청구서, 피감부서로 떠넘긴 부산시
  7. 7[한 손 뉴스] 변호사 업무 재개한 홍준표, 대선 경선 관계자 변호 맡아(종합)
  8. 8제17회 부산고등어축제, 10월 30일 송도해수욕장에서 개막
  9. 9동부산 시민 만난 전재수 “산은 유치·동남투자공사 동시 추진”
  10. 10“국제신문 회생 더이상 미룰 수 없어”…전재수 시장, 지광에 공식서한 보내
  1. 1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2. 2‘무관의 제왕’은 옛말…케인 발롱도르 품었다
  3. 3‘은퇴 기로’ 손아섭, 2년 만에 NC로…3000고지 향한 행진 계속
  4. 4허구연 KBO 총재, 3연임 사실상 성공
  5. 5K리그2 준PO 12월 2일 개최
  6. 6김해FC, 제6대 사령탑에 설기현 감독 선임
  7. 7롯데 자이언츠 신임 감독 이동욱·단장 이택근(종합)
  8. 8올해 딱 한 번 지고 66번 이겼다
  9. 9똑똑한 ‘데이터 야구’와 수비 강화…개혁의 칼 뽑은 롯데
  10. 10차준환 계보 잇는 피겨 왕자 서민규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진짜 질문의 시작
국제칼럼 [전체보기]
부캉이에게 부끄러운 북항 재개발 민낯
부산 관광, 마냥 좋기만 할까
기고 [전체보기]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지긋지긋한 론스타
어떤 ‘최장수’ 기록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79년 정론 국제신문 정상화 요구 들불처럼 번진다
노후 원전 사용연장 안전에 일말의 의심 남지않게
세상읽기 [전체보기]
반복된 일상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는 법
한국 경제 떠받치는 중장년, 이제 다시 봐야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