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7일 기업의 인권경영 제도화 등이 포함된 제3차 국가 인권정책 기본계획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일부 기업인은 “인권경영은 기업의 부담으로 작용하는 규제다. 특히 기업과 인권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은 공무원들의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라고 주장한다.

기업에 의한 인권침해를 예방하고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국가의 인권 보호 의무, 기업의 인권 존중 책임, 구제를 이야기하는 인권경영이 왜 기업에 부담이고 규제일까. 인권경영 추진이 기업에 이익 없이 비용만 부담시키는 새로운 규제로 오해하는 것일까.

인권경영을 추진하는 기업은 장래의 인권 침해 위험을 예방해 기업의 불필요한 손실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투자와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기업이 왜 인권경영을 추진해야 하는지는 최근 발생한 기업 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첫째, 인권경영을 추진하는 기업은 미래에 발생할지 모를 인권 침해에 대한 위험으로부터 기업의 가치를 지킬 수 있다. 지난 4월 대한항공의 ‘물컵 갑질 사건’ 당시 이 기업의 시가총액은 3조4049억 원이었으나 9월 25일 현재 2조7126억 원으로 불과 5개월 만에 7000억 원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항공기 사고, 기술적 결함, 부채 같은 재무적 정보가 아닌 인권, 노동 같은 비재무적 정보로 인해 기업 가치가 하락한 것이다. 경영자의 인권 존중 책임의식만 있었다면 이 같은 손실은 예방할 수 있었을 터이다.

둘째, 인권경영은 글로벌펀드의 투자 유치를 촉진할 수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세계 3위 연기금 운용기관으로서 약 600조 원의 기금을 국내외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우리나라 1년 예산이 400조 원이니 가히 엄청난 규모라고 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 국민연금 기금운용에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 지침)’를 통해 국민연금의 주주권을 강화해 적극적인 기관투자자의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의 2대 주주로서 11%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물컵 갑질 사건으로 증발한 7000억 원 손실 중 약 770억은 국민연금의 손실이고 이는 곧 국민의 손실에 해당한다. 이에 정부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해 국민의 손실을 보호하기로 했다. 국민연금공단은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경영 매뉴얼 적용 시범기관으로 기금운용에 관한 인권 영향평가지표를 검토하고 있다. 이 지표에는 인권침해기업의 정보를 수집해 향후 투자에 반영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또한, 세계 제1위 연기금 운영기관인 노르웨이연기금은 인권침해기업에 대한 투자 배제 리스트를 작성해 운영하고 있다. 이렇듯 인권경영을 하게 되면 글로벌펀드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인권경영을 추진하는 기업은 글로벌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최근 삼성과 포스코가 무노조 정책을 포기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삼성이 70년 이상 유지해온 무노조 정책을 포기하게 된 것은 노조 와해 문건 등 국내 이슈가 기폭제가 됐다는 분석이다. 유럽연합(EU)은 500인 이상 기업이 EU의 입찰, 조달 등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기술력, 재무력 외에 인권, 노동, 환경 같은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비재무 정보공개법안을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삼성과 포스코가 무노조 정책을 포기한 것은 유럽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EU의 비재무 정보공개법안 등 국제 동향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이렇듯 기업이 인권경영을 추진하면 인권 리스크를 감소시켜 기업의 손실을 예방하고, 글로벌 투자 유치가 쉬워지고 장기적으로는 국제경쟁력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8월 대한민국 공기업, 준정부기관 등 338개 국가 공공기관과 600여 지방공기업 및 출자·출연기관 등 사실상 대한민국 전 공공기관에 인권경영을 추진하라고 권고했다. 국가기관이 인권경영을 우선 추진해 민간으로 확산하기 위한 전략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달 10일 부산항만공사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공공기관 인권경영 매뉴얼 적용 권고 설명회’를 연 데 이어 오는 8일 오전 10시 부산시청 1층 대강당에서 같은 내용의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우리 공공기관과 기업이 인권경영을 실천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얻고 국제사회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기를 기대해 본다.

국가인권위원회 기업과 인권 전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