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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진 칼럼] 통영에서 반드시 불어야 할 훈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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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10-04 19:02:08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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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들면서 폐산업지, 즉 산업유산을 과거 산업의 부산물이나 철거 후 개발의 대상으로 바라보던 시각이 급변하여, 리모델링과 성능 재활용을 수반하는 지역 재생의 실험장으로 삼는 경향이 크게 확장되고 있다. ‘산업(産業)’과 ‘유산(遺産)’이라는 말은 사실 전혀 관계없는 말이다. 산업은 새로운 것을 생산하고 효율을 높이기 위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총칭하는 말이고, 유산은 지키고 보존해야 하는 문화재를 넓게 지칭하는 말이다. 뜻만 놓고 보면 분명 상극이다. 하나는 새로운 것을 계속 만들 때만이 가치가 생겨나고, 또 다른 하나는 옛것에 매달려야만이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전혀 다른 뜻의 두 단어가 만난 ‘산업+유산’은 산업적으로 퇴락했으나 역사적으로 국가나 지역 산업의 발전 과정에서 큰 의미를 가지는 폐산업지로 정의된다.
산업유산은 단순히 가동을 멈추고 비어 있는 공장이나 창고만을 지칭하지 않는다. 산업유산은 선조들이 땀 흘리며 일구었던 삶의 터전이자 근거였고, 그곳에서 작동했던 산업으로 인해 현재의 자신이 존재한다는 특별한 인식이 필요한 대상이다. 또한 산업유산은 더 나은 삶에 대한 희망과 문명 발달과 연계된 국가(지역) 산업사의 중요한 이정표라는 속성과 함께, 환경오염과 노동 착취라는 부정적인 속성, 즉 산업유산에 내포된 양면성의 이해도 필요로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폐산업지는 해체와 망각의 대상이기보다는, 해당 산업과 연관된 기술과 노동력, 더 나아가 해당 지역에 내재해 오랫동안 작동해 온 지역의 산업생태계에 기반을 둔 새로운 삶의 현장이자 미래가치를 실현해가는 ‘살아 있는 산업유산’으로 바라보아야 하는 것이다.

물론 폐허가 된 모든 산업지가 저절로 산업유산으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산업유산이 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국가 산업과 지역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거나, 산업지의 규모가 지역 랜드마크로 인식될 정도로 특별하여 공간·경관 차원에서 차별적인 가치를 가져야 한다. 이처럼 폐산업지가 산업유산으로 인정받는 일은 제법 까다롭다. 그러나 인증을 받기만 하면 산업유산은 여러 모습으로의 변신을 통해 우리에게 새로운 가능체로 다가올 수 있다. 따라서 폐산업지를 그냥 포기하거나 버리기보다는, 폐산업지의 긍정적 영향력, 즉 해당 산업의 고유한 공간과 기능에 대한 다각도의 재활용을 통해 그곳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미래화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운이 좋으면 산업유산으로 인해 지역민들은 신문화를 누리며 경제 동력원을 다시 만날 수 있으며, 또한 매년 수백만 명의 방문객을 불러 모을 수 있는 지역 활성화의 중심체를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폐산업지 재탄생의 실험이 지금 경남 통영에서 시작되고 있다. 2015년에 문을 닫은 ‘옛 신아SB조선소 터’(51만 ㎡)가 그 주인공이다. 시작의 행보가 매우 특별하다. 국가 지원 속에서 LH공사가 주관하며 5년 동안 1조1000억 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도시재생사업으로 추진한다. 지난 9월에는 국제현상공모를 통해, 독일과 한국의 8개사가 참여한 컨소시엄이 제출한 ‘통영 CAMP MARE’라는 당선작이 선정되며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통영의 근간을 좌우할 정도의 관심과 투자가 약속되었기에 무척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론 우려가 앞서기도 한다. 가장 큰 걱정은 사업비 1조1000억 원 중 약 70%를 민간자금으로 채운다는 점이다. 물론 약 4000억의 공공자금이 투입된다지만, 지난 시절 지방도시에서 행했던 불행했던 선례들이 떠오르며 뭔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5년으로 정해진 시간도 부족해 보이고, LH공사가 어디까지 책임지며 5년 뒤에는 누가 이 큰 사업을 끌고 갈지, 또한 1만2000개에 달한다는 일자리 목표에도 마음이 선뜻 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참에 지난 수십 년 동안 통영을 따라다니는 ‘동양의 나폴리’라는 수식어를 바꿀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아름다움을 제대로 지키지도 못하고 새로운 변화도 도모하지 못한 채 힘을 잃고 있는 나폴리가 아닌, 조선업 퇴락으로 급격히 쇠퇴하다 부활 시대를 맞고 있는 항구도시들을 바라보아야 한다. 스웨덴의 말뫼도 좋고, 영국의 게이츠헤드와 스페인의 빌바오도 좋다. 조선업의 몰락으로 위기가 찾아 왔을 때, 그 도시들이 무엇을 선택했고 어떤 간절함으로 무엇을 추구했는지 세밀하게 또 정확하게 짚어 보아야 한다. 1조 원이 넘는 돈 때문에 반전이 찾아왔거나, 국가와 공사의 개입만으로 그 도시들이 재도약의 길로 나아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그들이 가장 소중히 여겼던 것은 ‘시민’과 ‘시간’ 그리고 ‘혁신의 리더십’이었다.

모든 과정에 시민이 함께했다. 재생의 결과들도 시민을 위한 것이었고 그 도시에 살아갈 후손들을 위해 준비되었다. 관광으로 인한 성공이나 타지인 유입은 따라온 것이지 목표는 아니었다. 일반적으로 빌바오의 성공 요인을 꼽으라면 강변의 구겐하임 미술관을 얘기한다. 그러나 구겐하임 건설의 10여 년 전부터 행했던 네르비온 강의 정화와 수변지역 재생, 그리고 첨단대중교통과의 접목을 통한 보행도시로의 전환 노력이 선행되지 않았다면 빌바오의 성공은 결코 없었을 것이다. 게이츠헤드의 재생은 작품 수준과 관계없이 시민이면 누구나 자신의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시민참여를 최고로 여기는 미술관과 수천 명의 지역 어린이들이 함께 노래 부르는 빅 싱(Big Sing)의 현장에서 출발한다. 최근 우리나라 조선업의 퇴락으로 주목받고 있는 말뫼는 강력하면서도 창의적인 리더십 속에서 탄생한 역발상과 융합의 결과라는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1960년대부터 시작된 공업화 시대에서 벗어나, 새로운 선진 국가로의 체질 개선과 대도약을 꿈꾸고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다. 통영이 반드시 제대로 된 시발점이 되어야 한다. 이미 예견되는 난제들과 우리 사회의 고질화된 병폐들을 과감히 걷어내어 말뫼와 빌바오를 뛰어넘는 것은 물론, ‘자존감이 넘쳐나는 대한민국의 통영’으로 나아가길 그래서 통영의 따뜻한 훈풍이 전국으로 퍼져가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경성대 도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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