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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김정은 위원장의 인내의 한계는? /황태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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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10-09 19:00:09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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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0일은 북한 국경일 중 하나인 조선노동당 창당 73주년이다. 9월 9일이 공화국 수립 70주년이었기 때문에 비록 꺾어지는 ‘정주년’은 아니지만 북한에 노동당 창당일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지난 연말 핵 무력 완성을 공언했고 올해 신년사에서 이제부터는 경제발전에 집중하겠다고 천명한 김정은 위원장은 감회가 새로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을 했다. 숙원이었던 미국과 정상회담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은둔의 왕국에서 정상국가의 지도자로 국제무대에 등장했다고 자부할 만하다. 지난 7일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4번째 평양방문을 했다. 구체적인 협상 내용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폼페이오의 말대로 ‘진일보’한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은 왔는데 봄이 아니다. 바로 북한의 심정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풍성한 말의 성찬(盛饌)을 펼친다. 하지만 결정적 한 방이 없다. 북한이 바라는 것은 무엇보다 제재의 해제다. 그다음 미국과 서서히 신뢰를 구축해가면서 국교를 수립하고 미국 주도의 국제무역질서에 편입되는 것이다. 그래야 경제발전의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그런데 미국이 제재의 고삐를 꽉 틀어쥐고 요지부동이다.

1993년의 1차 북핵 위기 이후 북한은 벼랑 끝 전술과 살라미 전술을 번갈아 펼쳐왔다.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의 벼랑 끝 전술로 위기를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기겁한 상대방이 협상의 장으로 나오면 협상 조건을 잘게 쪼개어 이익을 극대화하는 살라미 전술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왔다.

그런데 지금은 아이러니하게도 트럼프 정부가 벼랑 끝 전술과 살라미 전술을 번갈아 쓰고 있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은 ‘화염과 분노’를 쏟아냈다. 올 초 코피 터트리기(Bloody Nose) 작전을 언급했다. 압박전략이고 벼랑 끝 전술이다. 그랬던 트럼프 대통령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김정은 위원장을 칭찬하기 바쁘다. 심지어 김정은 위원장과 사랑에 빠졌다고 사랑의 세레나데까지 부른다. 그런데 곰곰이 살펴보면 미국은 말뿐이다. 손에 잡히는 그 무엇도 북한에 양보한 것이 없다.

북한 주민들의 눈에는 어떻게 비칠까? 철천지원수인 미국의 대통령과 만났다. 남한의 대통령이 15만 관중 앞에 서서 평화를 이야기했다. 그동안 수령과 노동당의 말만 믿고 고난의 행군을 계속했다. 이제 모든 것이 다 풀려서 살 만한 날이 와야 하는데 그게 아니란다. 물론 처음에는 미국 탓도 하고 남한 탓도 할 것이다. 하지만 고통이 계속되면 결국 수령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고 노동당에 대한 불신이 싹튼다.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을 너무 가볍게 보고 있는 것 같다. 미국은 19세기 중엽 이후 150년이 넘게 세계의 패권국가로 그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이 패권국가의 자리를 절대 내주지 않는 것은 군사력과 경제력이란 하드웨어와 함께 또 다른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고대 로마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모든 패자(覇者)가 국제질서를 관리하는 데 써왔던 가치의 보편화다.

미국은 두 체제를 중심으로 70년 넘게 세계질서를 주도해왔다. 경제적으로는 브레튼우즈 체제다. 안보적으로는 바로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다. 21세기 중국이 새로운 패권 도전국으로 나서자 미국은 브레튼우즈 체제에서 벗어나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한 무역전쟁을 벌여서라도 중국의 도전을 꺾고 패권국가로서의 위상을 지속하려고 한다. NPT 체제의 붕괴는 미국에는 있을 수 없는 도전이다. 너도 나도 핵무장에 나선다면 미국은 지금의 몇 곱절 비용을 들여야만 맹주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니 북한이 중국을 뒷배로 삼아 사실상의 핵무장 국가로 나서겠다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 지금 온갖 미사여구가 오고 가지만 결국 껍질을 벗겨놓고 본질로 들어가면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한 비핵화(FFVD)는 미국이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절대적 조건이다.

미국은 지금 북한을 어르고 달래면서 시간을 끌고 있다. 북한은 1년 가까이 추가 핵실험도 미사일 발사도 하지 않는 상태에서 미국의 행동을 바라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갈 수 있을까. 결국 인내심이 바닥날 무렵이면 북한은 추가 핵실험과 미사일의 발사 등 또 한 번의 도발에 나설 것이다. 그때에 대비하면서 우리 스스로를 너무 외통수로 몰아서는 안 될 것이다.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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