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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신비로운 바람, 神風 /박은경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10-10 18:57:21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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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머리카락, 머플러, 옷자락이 너울너울 춤을 춘다. 고대 동아시아에서 이런 표현에 걸출한 작가로는 당나라 오도현(오도자)을 빼놓을 수 없다. 그래서 오도현의 화풍을 오대당풍(吳帶當風)이라 일컫는다. 이 같은 스타일은 동아시아 회화나 조각 작품에 반영되어 대상에 기(氣)를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신비로운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한다.

늦여름부터 가을로 접어들면 강력한 바람과 해일을 동반한 태풍이 불어온다. 대서양 서쪽에서 불어오는 허리케인이 있다면, 태평양 서남부에서 북상하는 태풍이 있다. 최근 태풍 콩레이가 부산을 지나갔다. 이웃 일본은 홋카이도 강진에 이어 슈퍼태풍 ‘짜미’로 말미암아 피해가 막심하다. 연중 특정 시기만 되면 태풍과 지진으로 일본 열도가 시달린다.

그런 일본인들에게 태풍에 대한 공포와 더불어 외경심이 자리한다. 신풍(神風) 즉, 가미카제라 불리는 전설이 여럿 탄생하였다. 대표적으로 원나라 세조 쿠빌라이 칸의 요구에 의해 고려 원종 15년(1274) 음력 10월에 여몽 연합군이 합포(지금의 마산)를 출발해 일본으로 진격했으나 밤새 강력한 태풍이 올라와 수많은 병사가 희생되었다. 이어 고려 충렬왕 7년(1281) 음력 7월에 재차 일본을 향해 공격하였으나 다시 태풍을 만나 병사들이 몰살당하고 패전하였다. 그래서 일본인들은 단순 태풍이 아니라 특별한 신(神)의 바람인 가미카제에 대한 염원이 자리하게 된 것이다. 자국을 수호해주는 호국 바람으로 말이다.

일본이 극한 난관에 부닥쳤을 때 신풍이 등장하였다. 그래서 그럴까. 일본은 신풍이라 불리는 특공단도 존재하였다. 이 조직은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태평양전쟁 당시 진주만을 기습했던 육군과 해군으로 구성된 특별공격대이다. 죽음을 불사하며 필사적으로 공격을 감행하는 맹공부대이다. 이 신풍특공대의 암호가 ‘도라 도라 도라’로 알려져 있다. ‘도라’는 호랑이를 말한다. 이 암호는 일본 고대 불교 신봉자였던 쇼토쿠(聖德)태자의 얘기에서 유래한다. 그가 적을 제압하기 위해 나라현 신귀산의 사원에서 승리를 기원하였을 때 비사문천이 출현하였고, 이 비사문천의 가피력으로 결국 승리하였다는 스토리이다.

그런데 이때가 호랑이 해, 호랑이 날, 호랑이 시였다는 것이다. 따라서 ‘도라 도라 도라’는 기습이나 작전 성공을 의미하는 암호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또한 이들이 작전돌격의 암호로 사용한 ‘도 도 도’는 돌격(도츠게키)의 첫 음 ‘도’에서 가져왔다고 전한다. 우리나라 검(劍) 중에 삼인검, 사인검이라 일컫는 문화재가 있다.

가장 무(武)의 기세가 등등한 ‘호랑이 해, 호랑이 달, 호랑이 날’에 만든 검은 삼인검(三寅劍)이고, ‘호랑이 해, 호랑이 달, 호랑이 날, 호랑이 시’에 만든 검은 사인검(四寅劍)이라 일컫는다. 그만큼 무의 기운과 용맹무쌍한 호랑이와 깊은 상관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리고 당시 신풍특공대라고 명명한 자는 이노구치 리키헤이(猪口力平) 해군 중좌로 전해지고 있다. 처음에는 신풍(신후우:일본식 음독)이라 읽었으나, 당시 뉴스 등에서 신풍(가미카제:일본식 훈독)으로 전해지면서 결국 가미카제로 점차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 가미카제 특공대의 스토리나 암호 ‘도라 도라 도라’는 일본인들에게 전설적인 얘기로 전해오며, 성공을 자축하는 구호나 공격을 알리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예부터 지진과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가 빈번한 일본의 입장에서는 자연재해의 위난을 자국을 수호하고 승리로 이끄는 위력을 지닌 신의 바람, 신풍으로 동경하였을 것이다.

종교예술품 가운데 신비로운 바람인 신풍을 묘사한 일품작들을 볼 수 있다. 모두에 언급하였던 오도현 스타일의 표현은 물론이고, 나아가 신들이 경이로운 사건이나 장면으로 전환할 때 연출하는 신변(神變)도 그러하다. 이 신변의 찰나를 마치 정지된 한 장면으로 표현한 미술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작가들이 초월자들의 신이한 행위를 표현하고자 할 때 신풍이라는 모티브를 끌어들여 신변 연출을 꾀하였다. 천의 자락이 나부끼는 비천상도 신비로운 바람이 주변에 맴돌고 있다. 비로자나불의 신체 모근 한 올 한 올마다 피어오르는 화불 표현도 신변 연출인 것이다. 부처들의 신체 주변에 오색창연하게 빛을 발하는 방광도 그러하다.
그런데 신풍은 끝난 것일까.

동아대 인문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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