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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칼럼] ‘나는 할 말이 없데이…’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10-11 19:09:42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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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365일 근무하는 조직, 공무원? 형사, 그것도 강력팀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들은 좁은 차 안에서 밤을 밝히는 잠복 같은 막노동 업무뿐 아니라 해가 떨어지고 네온사인 빛이 휘황해지면 유흥가를 비롯한 공무원 신분에 부적절(?)한 곳으로 스며들기도 한다. 범죄정보를 수집하고, 용의자나 우범자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런 이들의 세상에 몸을 담가 말을 섞고 안면도 익혀야 하기 때문이다. 함께 밥을 먹기도 하고 자정이 넘도록 술잔을 부딪치기도 한다. 그야말로 ‘저녁이 있는 삶’을 팽개친 수당조차 없는 시간외근무다. 밥값 술값은 누가 내야 할까? 공무원이니 당연히 제 밥값 술값은 제가 내야 한다. 하지만 그걸 수사비로 청구했다가는, 주지도 않겠지만 ‘국민의 혈세로 밤새워 술을 퍼마셔!’ 하는 비난 정도가 아니라 도둑놈 역적 취급을 받아 중징계를 면치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수사비 없으니 집에서 저녁 밥상이나 받다가는 무능하다 욕먹어 배 터지기 십상이고, 뭐라도 해보려면 몸 상하고 지갑까지 털어야 하니 이래저래 골병이다. 그래도 그들은 예전부터 쭉 계속해오고 있다.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소임이니까.
청와대도 24시간, 365일 근무하는 조직이란다. 그럴 것이다. 국민을 위한 정부조직의 최고 수장 대통령을 보좌하는 업무인데 여간할까. 거기다가 대통령 경호는 곧 국가안보인데 컴컴한 밤중에 청와대로 외부인을 불러들이기도 곤란하니 밖에서 만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이해된다. 사정이 그러하면 인근에 마땅한 사무실이라도 몇 곳 마련해 회의실이나 접견실로 이용할 일이지, 매번 ‘이자카야’니 ‘팝’이니 ‘주점’이니 하는 곳을 전전하다 구설에 오르다니, 참으로 딱한 모양새다.

외국 인사를 만나 고급 레스토랑을 간 정도야 의전 문제도 있고 하니 탓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이런저런 주점의 뻔질난 출입은 아무래도 이해되지 않는다. 뭐, 늦게까지 일했으니 동료들과 밥도 먹고 술도 마실 수는 있다. 하지만 업무추진비로는 과한 금액이고, 강력팀 형사들에 비하면 너무 불공정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공정한 세상’이 정책 기조인 정부이니 더욱 말이다. 외부인사로부터 정책 자문을 듣는 경우도 그렇다. 최고 권부의 보좌진이 그 중한 국가정책을 불특정다수인의 귀로 가득한 장소에서, 목소리 커지기 십상인 술까지 마셔가며 논한다는 것은 보안의 기초부터 무시한 아마추어적 자세인 데다 여차 다른 의도를 의심받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관례가 있었고 무심하게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각성과 사과가 먼저여야 했다. 24시간, 365일 근무하는 조직 운운은 딱 ‘덮고 감싸기’로 보이기 십상이니 지난 정권의 누군가와 조금도 다를 바 없는 행태였다. 게다가 검찰은 전광석화처럼 자료를 공개한 야당 국회의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과연 그 문건의 입수와 공개가 국가 기밀 유출에 해당하는 범죄인지는 법원이 최종적으로 판단할 일이지만 보안이 먼저 무너진 것은 업무추진비를 그렇게 쓴 이들 아니었던가.

감싸기와 덮기가 그것으로 끝난 것 같지도 않다. 며칠 뒤 느닷없이 친정권 성향의 한 일간지가 사건에 대해 소속 정당이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말?’ 언론 보도를 통해서나 그쪽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듣고 짐작하는 서생 처지에서는 뜨악할 수밖에. 다음 날부터는 비슷한 성향의 언론 몇 곳이 비슷한 보도를 며칠 더 이었다. 그런가 하면서도 고개는 여전히 갸웃거려졌는데 과연 출구전략을 모색하기는 한 것인가. 왜? 역풍? 무슨…? 분명 과하고 온당치 못한 세금사용이었으니 반성하고 개선책을 내놓는 것이 정답인데…. 그래서 혹시 검찰에 언론까지 합세한 덮기와 감싸기의 연장인가 찜찜하다.

내친김에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와 그 결과에 대한 껄끄러움도 털어야겠다. 다른 의혹도 여럿이지만 자녀 교육을 위한 위장전입만 예닐곱 차례였다니, 자식을 기르고 있고 기른 거의 모든 부모 입장에서는 복장 터지고 내 자식 보기가 겸연쩍어지는 일이다. 무슨 대단한 능력이 있는지 몰라도 마땅히 지명은 철회되고 당사자는 부끄러운 낯빛으로 사죄하며 자진 사퇴해야 옳았다. 그런데 그는 청문회장에서 배시시 알 수 없는 웃음이나 지으며 입술로만 사과했다. 웃음이나 짓지 말지, 너희가 뭐래도 우리 편이 날 지켜줄 거야 하는 자신감 같아서 눈살이 찌푸려졌다.

과연, 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되었음에도 임명은 강행되었고 시어머니 손을 잡고 나온 후보자는 화사하게 웃으며 임명장을 받았다. 더욱 기막힌 일은 ‘야당의 반대는 국민 여론으로 보기 어렵다’ ‘청문회 때 많이 시달린 사람이 일을 더 잘한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있다’는, 정말 전설에서도 들어본 적 없는 말들이 있었다는 보도였다. 귀와 눈이 의심스러웠다. 조금의 염치라도 있다면 겸손해야 하고, 여러 불미스러운 의혹에도 꼭 임명해야 했다면 그 불가피성을 설명해 국민의 터진 복장을 꿰매 주는 시늉이라도 했어야지 희희낙락이라니.

감싸기와 덮어주기야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니 어지간히 무뎌지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무섭다. 본디 사람은 부끄러운 짓이 드러나면 얼굴이 뜨거워지고 고개부터 숙이게 되는 법이다. 멋쩍은 웃음도 가당치 않은데 뜻 모를 배시시 짓는 웃음은 상대에 대한 무시이거나 멸시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가까운 사람끼리도 그건 예의가 아닌데, 하물며 공직자가 국민에게….

변명은 구차하고 해명은 선명 흉내라도 내야 한다. 구차하지도 선명하지도 않은, 얼토당토않은 궤변은 변명도 해명도 귀찮다, 우리끼리 해 먹겠다는 뜻이지 않겠는가. 그게 아니라면, ‘24시간, 365일 근무’ 운운은 강력팀 형사들이 원조이니 그들에게 기본부터 배워야 할 일이다. 끼리끼리 챙겨주고 나눠주는 것도 인지상정이라 해도, 혈세가 아니어도 세금으로 할 짓은 정말 아니다. 뻔뻔해야 잘 먹고 잘살 수 있는 세태라지만 공직자가 좇을 길은 결코 아니다. 궤변과 배시시 짓는 웃음의 후안무치가 정말 무섭다. 그 두려움으로 천년만년 이어갈 것이라 믿는다면, ‘나는 할 말이 없데이…’.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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