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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주식시장의 역설 /정선섭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10-14 19:01:16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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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神)도 주가는 모른다’는 주식시장의 속설이 있다. 그만큼 예측이 어렵다는 말이다. 1602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세계 최초 증권거래소가 탄생한 이후 400년이 넘게 수많은 주식전문가와 경제 분석가들이 주가를 예측하는 데 매달렸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내일의 주가를 맞추진 못했다.

1929년 10월 16일 미국 뉴욕타임스에 어빙 피셔 교수의 칼럼이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피셔 교수는 미국의 명문 예일대의 저명한 경제학 교수로 케임브리지대의 존 매이너드 케인스 교수와 더불어 당대 최고의 경제학자로 쌍벽을 이루던 인물이었다. 그는 칼럼에서 “미국 주가는 영원히 추락하지 않을 번영의 대로에 올랐다”고 했다. 당시 뉴욕 주식시장은 1884년 40포인트에서 출발한 다우존스지수가 40년 만에 열 배 치솟는 고공행진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 피셔 교수는 물론 모든 투자자와 전문가들이 미국 주식시장의 미래를 낙관했다.

그러나 불과 일주일 후인 10월 24일. 뉴욕 증시는 하루에 12%가 급락했고, 닷새 뒤인 10월 29일에는 무려 40% 대폭락했다. 대공황의 서막을 알린 굉음이었다. 미국은 물론 유럽, 아시아, 남미 등 전 세계 자본시장은 초토화되었다. 도산기업이 속출하면서 세계 인구의 30%가 실업자가 되어 거리를 배회했다. 대공황은 10년의 긴 세월을 지난 뒤 미국 경제가 살아나면서 암흑의 터널을 벗어났지만 여파는 2차 세계대전의 원인이 되고 말았다.

지금도 대공황의 원인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산업혁명 이후 누적된 과잉생산, 금본위제도를 맹신한 미국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량 감축, 미국의 강력한 보호무역주의가 빚어낸 경제 불균형 등이 경제학자들이 꼽는 이유였다. 케인스 교수가 제시한 세칭 ‘일반이론(고용과 이자 및 화폐에 대한 일반이론)’에 따라 단행된 미국 정부의 뉴딜정책과 강력한 복지정책이 대공황 탈출의 근거가 되었으니, 결과론적으로 이러한 해석들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대공황의 출발점이 된 뉴욕 주식시장의 대폭락 사태가 왜 하필 1929년 10월에 발생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다. 당시 미국 경제는 유사 이래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었고, 당대 최고 권위의 경제학자들도 경제의 무한성장을 낙관하고 있던 터였다. 이 때문에 주식시장에서는 항상 ‘거대 자본 세력이 주가를 조작한다’는 음모론이 존재한다. 거대 자본 세력이 주가를 떨어트려 싼값에 주식을 사서 비싼 값에 되팔아 차익을 거둔다는 것이다. 사실 기업가치는 그대로인데 어느 날 갑자기 주가가 폭락했다가 슬그머니 다시 급등하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니 이런 음모론이 오갈 만하다.

신도 모른다는 주가를 예측한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지만, 과거 주가변동의 역사를 보면 몇 가지 특징은 확인할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일정한 기간을 단위로 주식시장의 크게 오르거나 내리는 파동성을 보인 점이다. 올해 134년의 역사를 가진 미국 다우존스지수나 36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 종합주가지수를 보면 장기적으로는 10년, 단기적으로는 5년을 기간으로 등락을 반복했다.

이보다 더 큰 특징은 아이러니하게도 경제전망에 대한 비관론이 팽배할 때 주식시장은 폭등하고, 낙관론이 지배할 때 폭락했다는 점이다. ‘주식시장의 역설(逆說)’이라 불리는 이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주식시장이 가진 투기적 속성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해석한다. 주식시장은 철저히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완전 경쟁시장’이다. 우량기업도 매수자가 없으면 주가는 폭락하고, 부실기업일지라도 매수자가 많으면 폭등하는 시장구조라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주식투자 인구는 계좌 기준으로 500만 명에 육박했다. 전 인구의 10%가 주식투자에 참여하고 있다는 얘기다. 시가총액이 1500조 원을 넘었으니 연간 GDP에 맞먹는다. 이런 상황에서 요즘 세계 주식시장은 미국 금리 인상과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으로 요동치고 있으니 국민의 관심은 온통 주식시장에 쏠려 있다.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주식시장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주식시장이 위험에 빠지면 경제 자체가 흔들린다. 지금 주식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핵심 포인트는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우세한지 낙관론이 우세한지 점검하는 일이다. 잊지 말아야 할 대목은 시장금리가 오르고, 부동산값이 치솟으면 주식시장은 위험하다는 것이 역사적으로 입증된 법칙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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