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변화를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더 정확하게는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다. 20대 총선 패배와,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으로 실시된 조기 대선에서의 정권 재창출 실패, 지방선거 참패가 이어지면서 한국당은 ‘무슨 주장을 해도 외면당할’ 정도로 망가졌다. 한국당 내부에서조차 ‘회복 불가능한 중환자’ ‘회생 불능’ ‘절체절명의 위기’ ‘정체불명의 정당’ 등등의 탄식이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급기야 지난 7월에는 ‘노무현의 남자’ 김병준을 영입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급한 불’ 끄기에 나섰으나 별무소득이었다. 다급해진 김병준 비대위는 결국 외부인사인 전원책 변호사에게 전권을 위임한 조직강화특위를 발족시켰다. 비대위는 조강특위에 ‘칼자루’를 맡기기 위해 현역 국회의원을 포함한 253개 당협위원회 위원장 전원에게 사표도 받았다. 그러고선 칼자루를 전원책 변호사를 포함한 4명의 조강특위 외부위원에게 넘겼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자기 손에 피를 묻히기 싫어 외부인사들에게 전권을 맡기는 게 과연 책임 있는 태도냐는 주장도 없지 않으나 이미 기차는 출발했다.

이들은 “40일의 기한을 두고 원로와 중진은 물론이고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한 뒤 253곳의 당협위원장 인선작업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당 지지자들이 지지 의사를 밝히기조차 부끄러워하게 된 상황을 타개하고 보수지지층이 되돌아올 수 있는 최소한의 명분을 만드는 것이 조강특위의 당면 과제다.

출발점은 인적 쇄신이다. 흔히 말하는 ‘물갈이’로, 한국당 회생의 알파이자 오메가다.

보수 지지층은 당을 이 지경으로 만든 책임에서 한 발짝 벗어난 원외당협위원장을 교체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 결국 원내 당협위원장 가운데 몇 명이나 퇴출시킬 것인지가 관건이다. 253명의 당협위원장 중 현역의원은 95명이다. 최소한 보수 지지층들은 어떤 의원들이 퇴출대상인지를 알고 있다. 전원책 조강특위의 성패는 결국 원내 당협위원장 물갈이에 좌우된다.

그러나 전망은 밝지 않다. 현역 국회의원을 퇴출시키는 일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당내 반발도 엄청나다. 반발 움직임도 서서히 구체화되고 있다. 친박(친박근혜), 친홍(친홍준표)계 의원, 당협위원장들은 경우에 따라서는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고 한다.

친박과 친홍계를 중심으로 한 잔류파들은 복당파가 조강특위의 당협위원장 교체를 통해 내년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장악, 2020년 총선 공천권을 장악하려 한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분란없이 정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살신성인이다. 어느 한쪽을 인위적으로 쳐내는 식으로 해서는 당이 단일대오로 뭉칠 수 없다. 살아남은 측이 보수의 구심점으로 회생할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치열한 토론과 논쟁을 통해 본인이 판단해서 당의 화합에 해롭다고 판단되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다. 지금까지 당으로부터 혜택을 많이 받아온 중진들이 앞장서준다면 금상첨화다. 그렇지만 현재로서는 기대난망이다.

빠져나갈 자리를 채울 외부인사 수혈 또한 지난한 과제다. 정당에서 외부의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총선 공천을 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영입은 곧바로 공천과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내년 보궐선거가 되건, 내후년 총선이 되건 공천은 새로 선출되는 당지도부에서 하게되는 만큼 외부인사가 선뜻 영입에 응하기도 쉽지않다는 말이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새로운 대표가 와서 재교체를 시도하면 국민들로부터 따가운 비판을 받도록 할 작정”이라고 말했지만 영입되는 입장에서는 미덥지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보수의 새로운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평화이슈를 더는 외면하지 말고, 북한과도 대화할 수 있다는 융통성을 보여야 한다. 남북 간의 화해무드가 현실로 다가온 마당에 언제까지 반공모드로 일관할 것인가. 그게 시대정신이다. 한국당 혁신의 최종단계는 보수 대통합이다. 이를 위해서는 갈기갈기 찢어진 당내 갈등을 치유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당내 계파를 인정하고 상대방에 대한 포용과 관용에 나서야 한다. 빅텐트라는 이름 아래 보수진영을 규합할 수 있는 기초작업이다.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것이 없다. 하나같이 제갈공명이 살아와도 묘수를 찾기가 힘들어 보이는 일들이다. 그렇더라도 세차게 몰아가야 한다. 국민들이 완전히 포기하지 않고 화라도 낼 때 남아 있는 기회를 살려야 한다. 건전한 보수가 존재해야만 자유민주주의의 두 수레바퀴가 안정적으로 굴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본부장·정치부장 thrkk @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