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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수의 세설사설] 가짜뉴스, 여론 조작과 ‘표현의 자유’ 사이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10-21 19:12:13
  •  |   본지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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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가짜뉴스’의 본질은 공자 말씀에 다 들어 있다. 가짜뉴스는 올바른 여론 형성을 가로막는 민주사회의 공적이다. 피해를 본 사람은 말할 나위도 없지만 없는 말을 의도적으로 지어내고, 별것도 아닌 걸 부풀린 가짜뉴스에 속은 사람도 피해자다.


가짜뉴스를 근절하는 가장 좋은 대책은 결국 투명사회를 만드는 것일 터다. 꼭 필요하다면 정부도 과잉 아닌, 적절한 수준의 대책을 마련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국정 정보를 국민에게 충실히 제공하고 투명하게 사실관계를 밝히는 것이다.
요즘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논쟁거리가 있다. ‘가짜뉴스’ 말이다. 이낙연 총리가 이달 초 국무회의에서 ‘가짜뉴스 엄단’ 지시를 내린 게 시발이다. 그는 “가짜뉴스는 표현의 자유 뒤에 숨은 사회적 공적(公敵)”이라며 검경 수사체계의 정비와 함께 범정부적인 대응을 요구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가세했다. “허위조작 정보는 보호받아야 할 영역이 아니다.”

신중하다는 세평을 받는 이 총리가 나선 데는 까닭이 있다. 지난달 그는 세상을 뜬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을 문상해 방명록에 추도사를 썼다. ‘백성을 사랑하셨으며 백성의 사랑을 받으신 주석님의 삶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고 부끄러워집니다’. 한데, 그 주석님이 북한의 ‘주석님’이라고 왜곡한 가짜뉴스가 퍼지면서 물색 모르는 보수층의 비난이 쏟아졌던 거다. 이 총리가 단단히 열 받았던 모양이다. 그는 페이스북에 “야비한 짓을 멈추라”고 일갈했다.

문 대통령도 가짜뉴스의 피해자다. 지난 대선 때 ‘아들 취업 특혜’ 의혹 말이다. 당시 국민의당이 “아빠(문 후보)가 얘기해서 어디(고용정보원)에 이력서만 내면 된다는 이야기를 (문 후보 아들로부터) 들었다”는 문 후보 아들의 대학 동창이란 사람의 증언을 담은 모바일 메신저와 녹음파일을 터뜨리며 대대적인 공세를 펼쳤다. 그런데 그게 소속 여성 당원이 만든 가짜 파일이란 게 들통났다. 국민의당은 여론의 거센 역풍을 맞았고 연루된 당직자들은 처벌받았다.

가짜뉴스는 영어로 ‘페이크 뉴스(fake news)’다. ‘fake’는 ‘청소하다’는 독일어 ‘fegen’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만들다’란 뜻을 가진 라틴어 ‘facere’가 그 뿌리라고 풀이하는 사람도 있다. 스포츠에서 속이는 동작을 뜻하는 ‘feint’도 사촌 단어다.

동양에서 ‘fake’에 대응하는 말은 ‘사이비(似而非)’일 터. 출전은 ‘맹자(孟子)’의 ‘진심장하(盡心章下)편’이다. 제자인 만장(萬章)과 문답하는 맹자의 말씀이다. “공자께서는 ‘나는 겉으로는 비슷하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을 미워한다(惡似而非者). 강아지풀을 미워하는 건 그게 곡식의 싹을 혼란시킬까 두렵기 때문이고, 망령됨을 미워하는 건 정의를 혼란시킬까 두렵기 때문이고, 말 많은 것을 미워하는 건 믿음을 혼란시킬까 두렵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따지고 보면 ‘가짜뉴스’의 본질은 공자 말씀에 다 들어 있다. 가짜뉴스는 올바른 여론 형성을 가로막는 민주사회의 공적이다. 피해를 본 사람은 말할 나위도 없지만 없는 말을 의도적으로 지어내고, 별것도 아닌 걸 부풀린 가짜뉴스에 속은 사람도 피해자다. 정부의 중요 정책이나 국가의 유력 지도자가 그 대상이라면 피해자는 국민 모두가 아니겠나.

아닌 게 아니라 요즘 가짜뉴스엔 혀를 찰 만한 게 많다. 평창올림픽 당시 북한이 판 남침용 땅굴이 발견됐다, 정부가 추진하는 남북 철도와 도로 연결은 북한의 기습 남침을 도우려는 것이다, 북한이 국민연금 200조를 요구했다 따위. 문 대통령이 지난 9월 평양을 방문해 공항에서 군 사열을 받으면서 방향을 착각해 반대쪽으로 돌아서는 장면을 두고 대통령이 치매에 걸린 것처럼 왜곡하는 영상을 본 적도 있다. 하여튼 SNS, 특히 유튜브는 가짜뉴스의 쓰레기통이나 하수구랄까, 대통령과 정부를 비난하는 온갖 가짜뉴스가 범람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가짜뉴스가 극우 보수의 전유물만도 아니다. 박근혜 집권 시절, ‘박사모’ 사이트에 이런 편지가 올랐다. ‘위원장님을 뵌 지도 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저에게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지만 위원장님의 염려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위원장님이 약속해주신 사항들은 유럽-코리아재단을 통해서 꾸준히 실천해 나가고 있습니다. 위원장님의 건강을 기원하며 다시 뵙기를 바랍니다.’ 어떤 짓궂은 네티즌이 “문재인이 김정일에게 보낸 편지”라며 올렸던 거다.

그걸 읽은 보수층 독자가 펄펄 뛸밖에.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 댓글이 줄지어 달렸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글을 쓴 사람은 문재인이 아니라 박근혜였던 거다. 한나라당 대표 시절 방북했던 그가 후일 김정일에게 보낸 편지였다. 결과적으로 자기네 주군(?)에게 욕설을 퍼부은 사람들은 ‘주먹 맞은 감투’가 되고 말았다. 이 역시 영악한 가짜뉴스가 아닌가.

가짜뉴스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미국, 유럽 할 것 없이 SNS에서 유통되는 가짜뉴스에 골치를 앓고 있는 건 매한가지. 가짜뉴스만 전문적으로 생산해 유포하는 인터넷 매체가 성업 중이라고도 한다. 옛날엔 유언비어(流言蜚語)가 쉬쉬하며 퍼졌지만, 요즘은 SNS로 실시간으로 유포된다. 제작 수준도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 신문기사의 형식을 빌리거나 영상을 그럴듯하게 편집해 깜빡 속아 넘어가기 십상이다. 때론 90%의 진실에 10%의 가짜를 교묘하게 섞어 넣어 뭐가 진짜고 뭐가 가짜인지 판별하기도 쉽지 않다.

‘베스트 오퍼’란 영화가 있다. 이탈리아의 거장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이 2013년 만든 작품이다. 최고 가격으로 미술품을 낙찰시키는 세기의 경매사이자 예술품의 가치를 알아보는 완벽한 감정사가 주인공이다. 결벽증 환자인 그는 63세가 돼서야 광장공포증으로 고성에서 은둔하는 한 여성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함께 살게 되지만 어느 날 출장 갔다 돌아와 보니 평생 모아둔 미술품이 몽땅 사라져 버렸다는 줄거리다. 진품과 모조품을 구별하는 일로 명성을 얻은 감정사가 사랑에선 가짜를 구별하지 못했다는, 뭐 그런 이야기다. 그런데 영화 속에 인상 깊은 대사가 나온다. “위조품엔 항상 진품의 면모가 감춰져 있다.”

어떻게 보면, ‘가짜뉴스’는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시대의 필연적인 현상이다. 꼭 들어맞지는 않지만 철학용어 중에 페이크와 비슷한 개념으로 ‘시뮬라크르(simulacre)’란 게 있다. 시늉, 흉내, 모의(模擬)란 뜻을 가진 프랑스어다. 플라톤은 본질로서의 이데아에 대치되는 것을 시뮬라크르, 즉 가짜 복사물이라고 해서 부정적으로 보았던 터다. 그런데 그 시뮬라크르를 현대 문명의 한 특질로 본 사람이 프랑스의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였다. 현대 문명에선 원본 따로, 그걸 복제한 짝퉁 따로 있는 게 아니란 거다. 모든 텍스트에서 일종의 상호 복제가 활발히 행해지고 있는 게 현대문명이란 것. 앤디 워홀의 코카콜라 병이나 마릴린 먼로의 복제화가 대표적인 예일 테다. 요즘 같은 디지털 세상에선 원본과 가짜의 분별이 의미 없어진 셈. ‘가짜뉴스’도 어쩌면 또 다른 의미의 시뮬라크르일지도 모르겠다.

이야기를 되돌려보자. 대통령과 총리의 지시가 떨어지자 해당 부처가 호떡집에 불난 듯 부산하다.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교육부, 법무부, 과기부, 문체부, 경찰청 등 7개 기관이 합동으로 종합근절대책을 준비하고 있다는 거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그들대로 언론계·민간기구 등을 중심으로 자율규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섰다. 국회에도 가짜뉴스 규제법이 제출됐다. 여당은 유튜브 등 SNS 매체를 향해 자율정화에 나서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야당 또한 가만있을 리 있나. 현행 ‘명예훼손죄’ 등으로도 충분히 처벌할 수 있는데 정부여당이 ‘모기 보고 칼 빼 든다(見蚊拔劍)’고 야단이다. ‘세월호 참사 당일 일곱 시간 동안 박 전 대통령이 누구랑 연애를 했다’ ‘청와대서 굿을 했다’ 따위 온갖 가짜뉴스가 범람하지 않았느냐, 그래서 결과적으로 누가 이득을 봤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어쨌거나 법을 새로 만들고 규제를 강화하면 가짜뉴스가 근절될까. 스마트폰 한 대 가지면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어 배포하는 시대에 가짜뉴스를 어떻게 일일이 막는단 말인가. 문제는 또 있다. ‘가짜뉴스’인지 아닌지, 처벌 대상인지 아닌지는 누가 결정하나. 풍자와 가짜를 나누는 기준은 또 무언가.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의혹을 제기했는데, 결과적으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 처벌 대상이 되는 건가. 만약 그렇다면 기성 언론도 ‘가짜뉴스 제조자’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면 헌법상 권리인 ‘표현의 자유’가 침해받을 수도 있지 않나.

가짜뉴스의 해악이야 새삼 되풀이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가짜뉴스를 근절하는 가장 좋은 대책은 결국 투명사회를 만드는 것일 터다. 꼭 필요하다면 정부도 과잉 아닌, 적절한 수준의 대책을 마련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국정 정보를 국민에게 충실히 제공하고 투명하게 사실관계를 밝히는 것이다. 언론도 반성할 일. 가짜뉴스에 국민이 휘둘리는 데는 언론 탓도 크지 않나. 제 몫을 못 하니 국민이 출처 불명의 뉴스에 현혹되는 거다. 가짜뉴스가 발붙이지 못하는 열린 사회를 만들려면 정부, 언론, 민간이 함께 노력할 수밖엔 없다.

소설가·경성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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