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우리나라가 사람 간의 높고 낮음이 완화되고 함께 어우러져 세상을 살아가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장애인들은 1970, 1980년대 냉대를 많이 당했다. 당시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지금보다도 낮았기에 장애인인 필자도 어느 정도 이해한다. 그 시대만 해도 장애인은 사회로부터 차단된 채 생활했다. 활동 범위도 고작 집 주변이어서 비장애인들과 함께할 기회가 적어 인식이 낮을 수밖에 없고 당연히 비장애인들이 거부감을 가질 수 있었다고 본다.

자신이 거주하는 동네에 장애인 시설이 들어선다고 하면 결사적으로 반대했다. 최근에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세상 담장이 그만큼 낮아지고 허물어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남은 것 같다.

얼마 전 서울에서 장애인 특수학교 설립을 놓고 사회적 문제가 됐다. 특수학교가 들어선다는 소식이 들리자 인근 주민들이 극심한 반대를 한 것이다. 급기야 장애아를 둔 부모들이 지역민들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들이 자식들을 위해 눈물을 보이면서 이웃들을 설득한 끝에 결국 1년 만에 학교를 설립하게 됐다. 이 보도를 접하고 장애인인 한 사람으로서 마음이 착잡했다.

모름지기 사람은 태어나서 그 생을 다하는 순간까지 배우고 또 배워야 하는 것이 본분인데 장애인이라 해서 교육받을 권리마저 박탈당한다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육체적인 결함이 있기 때문에 어쩌면 비장애인보다도 더 배워야 그 삶이 조금이라도 나을 수 있다. 특히 건강한 사회는 장애인 아이들이 살아가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은 것이 상식이다. 장애인 시설이 우리 동네에 들어서면 집값이 내려가고 아이들 교육에 좋지 않다는 그릇된 인식은 정말로 이번 기회에 마침표를 찍었으면 한다.

필자도 장애인으로 60여 년을 살아오고 있지만 결코 녹록한 삶이 아니었다. 험난한 세상을 헤쳐나가기 위해서 시간이 날 때마다 책 한 권이라도 더 읽으려고 노력했다. 배우는 데 최선을 다했고 비록 육체적인 결함 등 최악의 조건을 가지고 있지만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살려고 오늘까지 노력하고 있다.

내 부모나 형제가 있다 한들 옆에서 안타까워 할 뿐이다. 결국 자기 삶의 몫은 자기가 책임질 수밖에 없다. 서울 장애인 특수학교 사태는 장애인 부모와 비장애인 부모들이 합의를 이끌어 그나마 다행으로 생각하며 앞으로 장애인도 비장애인하고 함께 뫼비우스의 띠처럼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공유하며 살아가는 사회와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필자가 근무한 복지관도 아파트 대단지 사이에 있었다. 복지관이 들어선 뒤 처음에는 지역 주민들과 서먹서먹했지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자주 접하다 보니 1년도 되지 않아서 친숙한 관계가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비장애인 아동과 장애인 아동이 섞여 통합 프로그램을 6개월간 총 20회를 실시했는데 한 달도 채 안 돼 비장애인 아동이 장애인아동을 돌봐 주는 모습에 얼마나 감동했는지 모른다. 내가 사는 동네에 장애인 시설이 들어온다고 해서 집값이 떨어지고 아이들 교육에 좋지 않다는 생각은 오해에서 빚어진 것이다. 그만큼 교류가 단절된 채 살았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장애인도 엄연한 우리 이웃이고 함께 살아야 할 관계이다. 그래야 우리 장애인들도 홀로서기를 할 수 있다.

장애인들은 좀 더 적극적이고 주체적이며 진취적인 삶을 살고 싶다. 정부가 장애인 복지정책 실현을 위한 로드맵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장애인을 둘러싼 힘겨운 현실의 담장이 아무리 높다고 해도, 그 담장을 스스로 뛰어넘지 않고는 평생을 타인에게 의존하며 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60여 년 세월을 뇌병변장애인라는 멍에 속에 살았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주저앉고 싶었을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내 삶의 몫이기에 버텨내며 여기까지 왔다. 사람은 그 어떤 악조건속에서 산다고 하더라도 오늘보다 내일, 내일보다 더 나은 먼훗날을 바라보고 절망의 벽을 뛰어넘어야 한다. 바람개비는 바람과의 마찰 없이는 돌지 않는다. 우리 장애인들도 수많은 난관과 역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미래를 그리며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한국뇌성마비복지회 부산지회 전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