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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생생하게 살아오는 가야사를 느끼다 /하아무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10-22 18:55:42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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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 스토리를 쓰는 일에 참여하게 되었다. 가야사 이야기를 소설이나 동화, 희곡, 시나리오 등으로 만들어내는 일이다. 가야의 역사와 자연, 문화, 인물 등을 소재로 한 스토리를 개발하자는 것. 창작자를 비롯해 자문위원 역으로 역사 전문가와 지역 전문가가 필수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그럼에도 ‘역사적 사실’보다는 ‘상상력’에 방점이 찍혀 있기에 호기심이 일었다.

일찍부터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고 있었던 부분이기도 했다. 김해의 여러 유적은 물론이려니와 합천 다라국 유적지도 가보았고 함안 아라가야 유물이 보관된 박물관도 가보았다. 고성의 송학동 고분군도 둘러보았고 창녕박물관과 빛벌 고분과 유적들도 섭렵하였다.

물론 대개는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 방학숙제용이었거나 그곳 문인들과 어울려 숙취가 가시지 않은 채로였다. 그 지역 학예사나 해설사, 문인들 역시 중요한 역사자원이기 때문에 강조하곤 했으나 왠지 박제된 느낌이어서 별다른 감흥을 주지는 못하였다. 역사로 설명하려 했지만 살아 있는 ‘생생함’을 전달하지는 못하였던 것이다.

생각해보면, 역사소설을 많이 쓰지는 않는 편이지만 몇 편 있는 단편 대부분이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것이다. 근래 들어 조금 나아져 역사적 범위가 확대되고 있으나 여전히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도 역전하기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소설공모전에도 역사소설은 단골손님인데 대다수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하기 일쑤다. 조선을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은 심사위원의 눈에 들기 쉽지 않다. 참신함을 주지 못하고 식상한 느낌을 지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역으로, 익숙한 소재를 아주 새로운 방법으로 이야기를 들려주어 무릎을 치게 만들 수도 있다. 드물게 그런 작품을 만날 때면 작가의 역량과 부단한 노력에 박수를 치게 된다.

이런 점들을 염두에 두고 가야의 역사 속으로 진입했다. 먼저 2007년과 2008년 국제신문에 연재되었던 인제대 이영식 교수의 ‘이야기 가야사 여행’을 다시 챙겨 읽었다. 홍익대 김태식 교수와 창원대 남재우 교수의 글을 읽고 다큐멘터리 방송을 다시보기로 보았다. 그러면서 하동 중심의 낙노국과 다사국, 그리고 산청의 걸손국 역사를 하나하나 톺아보았다.

하동에는 칠불사와 운상원, 아자방 등 가야 관련 유적들이 있다. 가락국의 허황후와 일곱 왕자의 이야기가 깃든 곳들이다. 그들이 수행해 성불하였고, 후일 옥보고가 거문고를 공부했다는 곳이 운상원이다. 왕자들의 그림자를 비추었다는 영지, 범왕리와 대비리 등과 같은 마을 이름도 남아 있다. 뜻깊으면서도 아련한 가야의 흔적들이다.

하지만 전혀 다른 느낌의 흔적들도 있다. 장엄한 지리산 자락과 유장하게 흐르는 섬진강에는 긴장감이 맴돈다. 왜와의 교역 때문에 섬진강 주변을 차지하려는 백제의 도발이 수백 년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하동 악양에는 다사성과 고소성, 솔봉토성, 회치암이 남아 있고 백제가 환로역을 설치했다는 기록도 일부 남아 있다. 더불어서 천년 이상 지속된 왜구의 노략질과 한국전쟁이라는 비극까지 더해져 그 피비린내가 더욱 진하게 전해져온다.

산청 구형왕릉에서는 또다른 삶의 비의를 느낄 수 있었다. 금관가야의 마지막 왕인 구형왕이 신라에 나라를 빼앗기고 지리산에 은거하던 때였다. 나라와 백성을 구하지 못한 지도자의 인간적 고뇌가 고스란히 묻어났다. “나라를 구하지 못했는데 어찌 흙에 묻히겠느냐. 차라리 돌로 덮어달라.” 비록 성공하지는 못했으나 지도자라면 모름지기 어떠해야 하는지 현실을 둘러보게 하는 사례로 충분하다.

여러 비판이 있음을 잘 안다. 대통령의 가야사 연구 복원 지시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고, 관심이 없던 자치단체나 연구자들까지 무분별하게 덤벼든다는 얘기도 나온다. 사료가 부족하니 일본 쪽 엉터리 사료에 기댄다는 비난도 등장했다. 일견 타당한 비판도 있겠으나 역사학계의 밥그릇 싸움이라는 냉소적 반응도 있다. 그럴수록 더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토론해서 논란을 정리하고 역사적 정체성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좀더 생생하게 살아오는 역사로 국민에게 다가갈 필요가 있다. 자신들만의 상아탑에 갇힌 학문은 생명력을 잃어갈 수밖에 없다. 문학이든 영상이든 쉽게 누구나 다다갈 수 있는 역사가 될 때 모두의 자긍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논의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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