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상종가다. 그는 외식사업가이자 요리연구가이다. 요즘 지상파는 물론 웬만한 케이블 채널에서 그를 보는 것이 낯설지 않다. 과거에 그는 ‘탤런트 소유진의 남편’으로 불렸다. 지금은 ‘백종원의 아내 소유진’으로 바뀌었다. 그만큼 백 대표의 브랜드 가치가 올라갔다고 볼 수 있다. 그가 펴낸 책이 수십만 권 팔리고 온갖 채널에 출연해 명성을 얻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런 그가 최근 다시 화제에 올랐다. 이번엔 방송이 아니라 국회였다.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외국에 비해 요식업 창업이 쉬워 준비성 없이 뛰어드는 사람이 많다. 외식업 창업을 쉽게 할 수 없도록 문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과 관련해서는 “골목상권과 먹자골목을 구분해야 한다. 더본코리아 매장들은 골목상권이 아니라 먹자골목에서 경쟁한다”며 적극적으로 항변했다. 말 한마디가 그대로 보도될 정도로 그는 국감에서도 스타였다.
이런 사례에 비춰볼 때 최근 흐름은 ‘백종원 현상’이나 ‘백종원 신드롬’은 아닐지라도 ‘백종원 대세’임은 분명하다. 이것을 단순히 백 대표가 방송에 많이 출연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 이른바 ‘먹방’ 흐름 때문이라고 분석하는 것도 어딘가 부족하다. 방송에 많이 출연하는 것에도 다 이유가 있다. 변화가 빠른 방송계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은 그만의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먹방’ 흐름에 올라탈 수 있는 것도 나름의 장점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아무나 되는 일이 아니다.
‘백종원 대세’의 중심에는 ‘소통’이 있다. 대중과의 찰떡 호흡이다. 백 대표는 대중과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어떤 시점에, 어떤 표현으로 소통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 한마디로 그는 ‘소통의 달인’이다. 백 대표가 보여주는 소통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우선 기본 바탕에 공부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암묵지(暗默知, 오랜 기간 축적된 경험과 학습을 통해 체화된 주관적 지식)가 있다. 둘째, 그런데 이것을 어렵게 풀어내지 않는다. 불가에서 이야기하는 ‘근기(根機,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중생의 능력)에 맞게’ 쉽게 쉽게 풀어낸다. 귀에 쏙쏙 박히게 설명하니 누구나 부담 없이, 금방, 요리를 만들 수 있다. 셋째, 군더더기가 없다. 말이 장황하지 않고 핵심을 바로바로 짚는다. 넷째, 진정성 있는 이미지다. 그는 “한쪽의 희생이 아닌 상생이 답이다”라고 말한다.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와 밝은 표정도 한몫한다.
최근 황교익 맛칼럼니스트의 비판에 대한 그의 대응은 ‘백종원식 소통법’의 진수를 보여준다. 최근 황교익 칼럼니스트는 이른바 ‘막걸리 논란’과 ‘설탕 논란’을 제기하며 은근히 백 대표를 비판했다. 이것은 세간에 ‘황교익, 백종원을 비판하다’로 회자되었다. 그런데 백 대표는 맞비판을 하기보다 상대를 옹호했다. “황교익 선생님은 평론가로서 정당하게 할 말씀을 한 것이다. 평론가는 어떤 말이든 할 수 있다. 사회가 건강해지려면 싫은 소리도 들어야 하고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는 시선도 알아야 한다. 우리는 겸허히 의견을 받아들이면 된다. 황교익 선생님을 절대 그렇게 폄하하면 안 된다.” 고수다. 상대의 비판을 무력화하는 것에서 나아가 자신을 더 크게 보이게 만들었다.
정치의 핵심은 말이고 말은 소통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말의 달인이다. 목소리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중후한 톤으로 조곤조곤 상대의 말을 반박한다. 때로는 “의원님이 그렇게 생각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며 상대를 띄우면서도 자신의 논리를 그대로 관철한다. 언론인 출신의 정제된 논리와 국회의원, 도지사를 지내며 겪은 경험이 그대로 말에 배어 있다. 이 총리의 말은 ‘부드러운 칼’이다. 그러나 대부분 국회의원은 직선적이고 투박한 언어를 사용한다. 여야 대변인들의 논평을 보면 살점이 흩어지고 피가 튄다. 갈등이 첨예화되면서 이런 경향은 더 강해졌다. 촌철살인의 비유는 사라지고 상대방에 대한 적대감이 배어나는 공격적인 언어가 정치판을 지배한다. 여야 가릴 것 없이 거기가 거기다.
정치인들은 백종원 대표의 소통법에 대해 배울 필요가 있다. 그를 불러 골목상권 상생 방안을 묻기 전에, 문어발식 확장이라고 비판하기 전에,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 물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시사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