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에 ‘돈을 물 쓰듯 한다’는 말이 있다. 우리 주변 강과 하천에는 늘 맑은 물이 흘러내려 언제나 물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었으니 그런 말이 생겨난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필자가 군에 입대했을 때만 해도 하천수를 그냥 마셔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정도로 전혀 오염이 되지 않아 요즘처럼 물을 사서 마신다는 것은 상상해 보지도 못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지 않는 인구가 대부분이며 물 시장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니 ‘물 쓰듯 한다’의 의미는 이제 낭비가 아니라 절약의 의미로 바꾸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OECD 환경전망 2050’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에는 인구가 20억 명이나 증가함에 따라 물 수요는 55%나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 생산부문의 물 수요는 400%, 발전부문은 140%, 가정용은 130%나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관개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자원은 감소하여 2050년이면 수자원에 대한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즉 농업종사자들이 작물 재배에 필요한 농업용수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이고 전 세계 인구의 40% 이상이 심각한 물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 가운데 염분이 포함된 해수가 전체의 97%를 차지해 인간을 포함한 육상 생물이 이용할 수 있는 물은 겨우 0.77%에 불과하다. 그나마 담수의 대부분은 극지방의 얼음 형태로 존재해 우리가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하천수는 0.001%에 불과할 만큼 적다.

그렇다면 왜 바닷물을 지금껏 식수나 생활용수 또는 공업용수로 사용하지 못했을까? 그것은 바닷물에 녹아 있는 여러 이온성분 때문이다. 이러한 이온성 염분을 제거하여 마시는 물로 이용하려는 인간의 노력은 아주 오래전부터 시도되어 왔다.

가장 쉽고 간편한 방법은 바닷물을 끓여 수증기만을 응축시켜 담수를 얻는 방법이었으나 대량 생산이 어렵고 경제적이지 않아 중단되었다.

해수의 담수화가 지닌 장점은 계절이나 기후에 관계없이 막대한 양으로 존재하는 해수로부터 먹는 물의 생산이 가능하며, 거주지와 가까운 곳에 설치할 수 있어 송수관의 길이를 줄일 수 있고, 정수장 물에 비해 수질이 좋다는 것이다.

해수의 담수화를 위한 막(membrane·전기투석막, 확산투석막, 역삼투막, 한외여과막 등) 분리 기술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역삼투막(RO)을 이용한 역삼투막법이다.

이 방법은 최근 가정용 정수기 등에 많이 적용되고 있는 기술로 바닷물에 삼투압 이상의 압력을 작용시켜 반투막을 통해 염수에서 물만 분리시키는 원리이다.

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레이트연합, 쿠웨이트 등의 중동국가들은 우리나라 기업의 도움으로 역삼투막 방식의 해수 담수화 플랜트를 설치하여 식수를 공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식수를 생산하기 위한 담수화 설비가 경남 진해시 연도와 북제주군 우도면에 각각 하루 20㎥와 500㎥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추어져 활용되고 있다.

부산시는 2013년 12월 해수에서 염분을 제거해 수돗물을 만드는 해수담수화공정을 기장군에 완공하여 해수담수화 수돗물을 공급하려했으나 위치가 고리원전에서 불과 11㎞ 떨어진 곳에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민들의 반발로 수돗물 공급은 중단된 상태다. 심각한 물 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산시는 강변여과수 개발, 남강댐물 공급사업 등을 대안으로 추진해 왔지만 경남지역의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답보상태에 있다.

그런데 정밀한 수질검사를 통해 해수담수에서 특별한 유해물질이 검출되지 않는다면 음용수로 활용해도 되지 않겠는가. 우리는 그 바닷물에서 자란 기장 미역과 멸치도 오랫동안 섭취하였지만 아직까지 우리 건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 않은가. 취수원인 낙동강의 만성적인 오염된 원수로 만든 수돗물보다는 낫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제라도 잦은 수질오염 사고와 녹조발생으로 안전하게 마실 수 없는 물로 밝혀진 낙동강 원수로 만드는 수돗물에서 차츰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한국해양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