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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질투와 존경 /이고은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10-28 19:12:24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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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 싶었던 이야기를 다룬 뉴스는 더욱 흥미롭다. 특히 뉴스 속 주인공이 불행을 빌고 실패를 바라던 대상이었다면 더할 나위 없다. 그 뉴스는 생각대로 들리고 보고 싶은 대로 보인다. 미워하던 대상이 공개적으로 비난받으면 내 마음이 유별나지 않았음을 인정받는 기분이다. 뉴스는 이제 모함도 험담도 아니니 더 많은 사람이 알아야 한다. 소문이 가짜뉴스이건 말건 중요하지 않다. 구미에 맞는 뉴스는 이유 불문하고 희소식이다.

질투심과 존경심은 거리가 먼 것 같지만 출처는 대개 같다. 모두 어떤 대상을 부러워하는 심리에서 비롯했다. 누군가를 부러워한다는 건 내가 갖지 못한 것, 내가 갖고 싶은 것을 그 사람이 가졌다거나 그래서 그 사람이 나보다 우월해 보일 때 드는 마음이다. 자신의 신념이나 능력, 삶의 모습 등을 다른 사람과 비교해 자신을 평가하는 것을 사회적 비교라고 한다. 사회적 비교는 행복이나 성공을 규정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비교 기준을 자신보다 우월한 존재에 두는가, 아니면 열등한 존재에 두는가에 따라 그 방향이 구분된다. 어떤 경우에는 나보다 우월한 존재와 나를 비교해 성장욕구를 얻거나 지독한 열등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반면 나보다 못한 존재와 비교함으로써 안도감을 얻거나 황홀한 우월감을 느낀다. 비교는 언제나 보이는 대상을 통해 이뤄지기 십상이다. 어제의 나 자신과의 비교나 스스로에 대한 객관적 판단에 의한 비교는 말 그대로 특출한 인지능력에 해당한다. 자아성찰 지능은 연마해야만 가질 수 있는 인간의 지성일 수밖에 없다.

존경과 질투의 정서는 모두 사회 비교의 과정, 즉 상향비교에서 유발됐지만 대상에 대한 판단의 결과로 갈린다. 부러움을 유발하는 대상이 누리고 있는 사회적 이득이 합당하다고 느끼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따라 대상을 존경할 수도 있고 질투할 수도 있게 된다. 특히 대상이 누리는 이득의 종류가 내가 바라고 원하는 영리에 가까울수록 타인은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짓밟고 싶은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존경하는 마음은 타인의 성취에 대한 긍정적인 수용에서 온다. 성취 이면에 있었을 역경을 헤아려보거나 혜택의 타당성을 이해하기란 생각보다 어렵다. 부러움은 마음을 편협하게 만들고 인간의 생각이란 원래 게으르다. 존경보다 질투가 쉬운 건 이해보다 오해가 쉬운 것과 비슷한 원리다.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질투는 주어진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생존과 번식 성공을 위한 영역에서 남들보다 뒤처져있음을 경고해주기 때문이다. 생존 경쟁에서 질투는 경쟁자보다 자원을 늘리고 사회적 지위와 그로 인한 이득을 더 높은 등급으로 올리게끔 이끈다. 이러한 논리에 따르면 질투는 경고신호이자 행동개시 요청이다. 질투로 인해 자기향상이 동기화되고 구체적인 실천으로 성장하게 된다면 질투는 그야말로 온전한 순기능의 감정이겠지만 우리는 질투를 열심히 부정하고 철저하게 회피한다. 상대를 질투하는 건 나의 열등함을 인정하는 것과 다름 없어서다. 열등감의 직시는 고통스러운 일이다. 누군가를 향해 질투심을 느낀다는 것 자체가 자존심을 상하게 한다. 그러므로 질투를 느끼게 되면 대상을 미워할 만한 그럴듯한 이유를 찾게 된다. 그 사람이 불행해지거나 실패하도록 마음으로 간절히 빈다.

질투가 가득한 머릿속에서는 남몰래 대상의 불운을 비는 일종의 공상 세계가 펼쳐진다. 질투 대상에게 일어났으면 하는 불행을 머릿속에서 구체적으로 그려보며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하는 것이다. 그렇게 상상만 하고 있었던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는 소식이 들리게 된다면 두 눈이 번쩍 뜨일 일이다. 게다가 그 불행에 아무런 관여도 하지 않았다면 스스로 죄책감을 느낄 일도 없다. 가짜뉴스는 질투심으로 인한 불쾌한 감정을 맞춤 맞게 해소시켜준다. 너무 솔깃하고 유쾌한 정보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악의적인 부러움으로 질투하고 있는 대상은 웬만해선 내가 원하는 불행을 겪지 않는다. 많은 사람에게 존경받는 사람은 대개 그러한 불행을 겪게 될 이유가 없다. 감춰진 마음이 무엇이건 믿고 싶은 가짜뉴스가 무엇이건 그 사람은 그의 신념대로 그의 삶을 산다. 돌이켜 보건대 지독히 모함하고픈 대상이 혹시 존경받아 마땅한 인물은 아닌가. 혹자는 누군가를 미워하고 싶거든 거울을 보라고 했다. 나는 왜 그 사람이 부러워 못 견뎠던가.

인지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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