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이상이 칼럼] 수술대 오른 사회서비스(보육·교육·의료·요양) 공공성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11-01 18:59:35
  •  |  본지 26면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국정감사를 계기로 사립유치원 비리와 투명성 이슈가 우리 사회의 전면에 등장했다. 사실 이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수면 아래에 늘 있던 이 오래된 사안이 왜 이번에는 정치사회적 이슈로 새롭게 등장했을까. 이는 ‘적폐’와 ‘촛불혁명’으로 설명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적폐’는 사립유치원 등의 특정 집단을 지칭하거나 겨냥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기존 관행에서 오랫동안 누적돼 왔지만 짬짜미 방식으로 눈감아주고 대충 넘어가주던 우리 내부의 모든 누적된 폐단을 ‘적폐’로 정의한 것이다.
   
촛불혁명은 국정 농단 같은 ‘권력 적폐’의 척결을 요구했다.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경제민주화를 통한 공정한 경제 질서의 확립을 요구했다. 복지국가를 향한 촛불혁명의 요구가 여기에만 머물 수는 없다. 보통사람들의 삶이 정치와 경제 권력뿐만 아니라 경제사회의 제반 영역에서 드러난 기득권 구조와 잘못된 관행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 촛불시민은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촛불혁명의 필연적 진화다. 결국 정치와 경제에 걸친 ‘권력 적폐’부터 우리 사회의 곳곳에 누적된 관행적 폐단인 ‘생활 적폐’까지 모든 적폐를 구조적으로 혁파하자는 시민사회의 요구가 시대적 과제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드러난 각종 비리와 투명성 이슈는 사립유치원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촛불시민은 보육·교육·의료·요양 등 보통사람들의 생활과 밀접한 우리 사회의 제반 영역에서 투명성 강화와 공공성 확충을 요구한다. 이들 영역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누구나 거쳐야할 시민적 삶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보육·교육·의료·요양을 사회서비스라고 부른다. 그렇다고 경제학적 ‘공공재’는 아니다. 이것들은 시장에 맡기면 경제적 능력에 따른 이용의 불평등이 나타날 우려 때문에 국가가 이들 서비스의 제공을 책임지는 것이 투입된 비용보다 결과적 편익이 훨씬 큰 특징을 가진다. 바로 ‘가치재’다. 그래서 모든 복지국가는 사회서비스의 보편적 제공을 책임진다.

국밥집이 있다. 서비스 제공과 비용 지불에서 완전한 사적 영역이고 시장의 원리가 작동한다. 국밥 가격도 시장에서 정해진다. 국밥집을 연 개인사업자는 지방정부와 국세청에 사업자 신고만 했을 뿐이며, 정부는 국밥집의 위생에 대한 감시 기능만 수행한다. 정반대의 것도 있다. 전염병의 방역이나 소방 경찰 서비스 등의 공공서비스가 그것이다. 이것들은 경제학적 공공재다. 정부가 이들 공공서비스 제공 시설을 직접 설립하고 인력도 고용한다. 비용은 전액 정부 재정에서 지출된다. 정부가 공공서비스의 직접 제공자이자 비용 지불자인 것이다.

보육·교육·의료·요양은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되는 국밥과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서비스 사이의 어디쯤에 위치하는 사회서비스다. 그렇다면 이들 중 어떤 것이 공공재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을까. 국가마다 실정이 다른 만큼 정답을 찾긴 어렵다. 어떤 나라는 의료를 국가가 무상 제공한다. 많은 나라에선 교육도 그렇다. 그런데 영·유아 보육에서는 국가마다 공공성의 정도가 다양하다. 그래서 4대 사회서비스를 시장의 재화인 국밥과 공공재인 소방·경찰 서비스 사이에서 공공성의 서열을 매겨 배치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이게 가능할 것 같다. 국밥-의료-요양-보육-교육-소방·경찰 서비스의 순서가 매겨진다. 각 서비스의 공공성 수준을 제공과 재정 측면에서 하나씩 따져보자.
병·의원은 의사 개인과 법인이 설립할 수 있다. 의원 100%와 병원 상당수가 개인사업자다. 대형병원은 주로 법인이지만, 국공립의 비중은 전체 병상의 10%에 불과하다. 의료법인은 민간이 설립한 것이지만 법률에 따라 지방정부의 허가를 받았으므로 개인사업자가 아니며, 이익을 고유 목적 사업에만 지출해야 한다. 그런데 모든 의원과 상당수 병원은 개인사업자여서 얼마를 벌든 수익은 의사 개인의 몫이다. 국밥집과 다른 것은 의료기관 종별에 따라 외래 진료비의 70%(의원)와 60%(병원), 입원 진료비의 80%를 국민건강보험이 공적 재원으로 지급한다는 사실이다.

요양은 어떨까. 2017년 현재 전체 요양기관 2만377곳 중 국공립은 207곳으로 1% 수준이다. 개인사업자 시설은 1만6375개로 80%이고 나머지는 법인이지만 모두 민간시설이어서 수익 추구 경향에는 별 차이가 없다. 비용은 입소서비스에서 80%, 재가서비스에서 85%를 노인장기요양보험이 부담한다. 다음은 보육이다. 2017년 현재 전체 어린이집 4만238곳 중 개인사업자 어린이집은 3만3701곳으로 84%이며, 국공립은 3157곳으로 7.8%에 불과하다. 국공립 유치원의 원아 비중은 24.8%에 불과하다. 75%는 사립유치원에 속해 있다. 전국 사립유치원 4200개 중 개인사업자 유치원은 3724개로 87%나 된다. 비용은 어린이집의 경우 대부분, 유치원의 경우 절반 이상을 정부 재정에서 지출한다.

사회서비스 비용의 상당 부분이 공적으로 조달됨에도 개인사업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역대 정부가 이를 조장하고 용인했고 사적 제공자와 공적 재원 간의 모순은 갈수록 커졌다. 의료 영역은 개인사업자가 의료법상 수익을 처분하는 방식이 국밥집과 같으므로 위법을 양산하진 않았다. 하지만 복지 영역인 장기요양시설과 어린이집은 수익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다. 관련 법률의 규제와 개인사업자 간의 모순이 존재하는 것이다. 유치원은 법률에 따른 교육기관이므로 그 모순이 가장 심하다. 공공성이 높은 가치재인 사회서비스를 사적 재화처럼 간주해온 오랜 폐단이 모순을 키워 이제 거대한 적폐로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촛불시민은 패러다임 전환적 개혁을 요구한다. 사회서비스 제공의 국공립 비중을 높이고 민간 제공자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 또 공적 재정 투입을 획기적으로 확충해 양질의 고용을 늘리고 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한다. 이는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인적 자본과 사회적 자본을 확충하는 사람에 대한 보편적·적극적 투자이자 소득주도 성장의 본령이기 때문이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제주대 교수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건강한 부산을 위한 시민행동 프로젝트
많이 본 뉴스 RSS
  • 종합

  • 정치

  • 경제

  • 사회

  • 스포츠

부울경 국회의원에 듣는다
민홍철 국방위원회 민주당 간사
부울경 국회의원에 듣는다
이채익 행안위 한국당 간사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

무료만화 &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