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재미있는(?) 우리 속담이 있습니다. 겨울철 언 발을 녹이기 위해 오줌을 누면 잠깐은 뜨뜻하겠지만 곧 오줌이 꽁꽁 얼어붙어 오줌 누기 전보다 훨씬 더 춥게 되지요. 액체가 기체보다 훨씬 빠르게 냉기를 전달하는 열역학 원리가 적용된 속담으로 우선 당장 꿰매고 깁고 해서 보이지 않게 눈가림만 하는 일시적 계책, 근본 해결책이 아닌 당장 편안함만을 꾀하는 미봉책(彌縫策)이 바로 그것입니다. 한자숙어에 같은 의미의 동족방뇨(凍足放尿)가 있고, 비슷한 말로 고식지계(姑息之計)와 상석하대(上石下臺), 하석상대(下石上臺)도 있습니다.

고식지계(姑息之計)의 고식(姑息)은 잠시 숨을 쉰다는 뜻으로, 근본 해결책이 아니라 당장에는 탈이 없고 편안한 해결책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또 윗돌 빼서 아랫돌 괴고,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라는 상석하대(上石下臺)나 하석상대(下石上臺)도 비슷한 뜻으로, 임시변통으로 이리저리 둘러맞춤을 이르는 말입니다. 얕은수로 남을 속이려 하거나 실제로 보람도 없을 일을 공연히 형식적으로 하는 체하며 부질없는 짓을 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눈 가리고 아웅하기’도 비슷한 의미의 속담입니다. 우리말에 근본 해결책이 아닌 당장의 편안함만을 꾀하는 한자성어나 속담이 많은 것을 보면 아무래도 무슨 문제가 생기면 대충대충 처리하려는 편의주의가 만연한 세태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봅니다.

강현덕 시인은 ‘기슭에서’라는 시조에서 ‘언 발에 오줌 누기’식의 문제해결 방식 때문에 어처구니없게도 많은 인명피해를 낸 사건들을 소재로 그 안타까움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강물이 불어나 기슭이 허물린다/내 눈물에 답하여 낡은 노 젓고 있지만/저 배는 강에 붙들려 내게 오지 못한다//그때마다 하늘이 터져 종일 비 내리고/뱃전을 향한 목울음만 붉게붉게 번졌다/언제나 기다리는 건 쉽게 오지 않았다//영흥도 낚싯배엔 구조선이 오지 않았다/제천 여 사우나엔 망치가 오지 않았다/꺼지는 기슭에 서서 울고 있는 사람들아’(강현덕 ‘기슭에서’ 전문)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뒤 수많은 대책을 세웠지만 지난해 12월 3일 오전 6시5분 인천 옹진군 영흥도 남서방 3㎞ 해상에서 336톤 급유선(명진15호)과 선원 2명과 승객 20명이 탄 9.8톤 낚싯배(선창1호)의 충돌로 낚싯배가 전복돼 9명이 사망한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만약 사고가 났을 때 매뉴얼대로 대응해 구조선이 제때 도착했더라면 이와 같이 많은 인명 피해가 또 일어났을까요? 이런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시인은 ‘영흥도 낚싯배엔 구조선이 오지 않았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지난해 12월 21일 오후 3시53분 충청북도 제천시 하소동 9층짜리 스포츠센터 지하주차장의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해서 제천소방서 소속 출동대가 오후 4시에 도착했으나, 1층의 차량과 LP가스통의 폭발 위험성 때문에 접근하지 못하다가 오후 4시30분에야 내부로 진입했지만 29명이 사망하고, 37명이 부상을 당한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화재 현장으로 즉각 진입하지 못한 그 안타까움을 강현덕 시인은 ‘제천 여 사우나엔 망치가 오지 않았다’고 표현합니다. 이 사건이 마무리된 후 정부는 ‘불시 소방특별조사 확대 등 소방 점검의 실효성을 제고하고, 전통시장이나 다중이용시설과 같은 취약시설의 안전점검을 강화한다’는 화재안전 특별 대책을 발표했고, 소방당국은 소방 인력 확충, 노후장비 교체 등 참사 재발 방지 대책 추진을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이 대책을 발표한 약 한 달 뒤인 지난 1월 26일 경상남도 밀양시 중앙로에 있는 세종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의사 1명, 간호사 1명, 간호조무사 1명을 포함해 46명이 사망하고 141명이 부상당한 대형 화재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정부와 소방당국이 약속했던 재발 방지대책은 어떻게 되었나요?

먼 앞날까지 내다보고 세우는 계획을 백년대계(百年大計)라고 합니다. 사건이 일어나고 난 뒤에 허겁지겁 세우는 대책은 대체로 부실해 결과적으로 미봉책일 수밖에 없습니다. 백년대계는 아니더라도 비슷한 사건이 반복해서 일어나는 문제를 막으려면 좀 더 시간을 갖고 근본 대책을 세우는 자세와 제도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올여름은 너무 더워 더위와 관련된 피해가 많았습니다. 이상고온과 관련된 이런 폭염 현상은 해가 갈수록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이는데 정부와 지방단체에서는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더위가 얼마나 무서운가를 올여름 너무나 뜨겁게 겪었으니 앞으로 이 경험을 바탕으로 기본에 충실한 대책 수립을 지금부터 세워야 하겠습니다. ‘언 발에 오줌 누기’식의 미봉책은 절대 안 됩니다. 시간이 있을 때 외양간을 튼튼하게 고쳐놓아야 또다시 소를 잃는 과오를 저지르지 않겠지요.

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