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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내리막길 탄 제조업…정책 우선순위 둬야 /송정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11-04 19:06:37
  •  |   본지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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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수출의 86%를 차지하는 제조업의 위기가 심상치 않다. 최근 통계청 발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제조업 생산능력이 6개월 연속 전년대비 감소했다.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지역 산업단지에 입주하고 있는 기업들의 가동률이 급속하게 내리막을 걷고 있고, 특히 근로자 50인 미만의 소기업들의 가동률은 더욱 가파르게 급락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 제조업이 몰락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경고도 끊이지 않는다. 울산, 거제, 군산 등 직격탄을 맞은 도시만 봐도 제조업 침체의 심각성을 엿볼 수 있다. 경남 거제는 대표적인 조선업 도시인데, 두 조선소의 구조조정 여파로 인구가 2015년 이후 3년 동안 4만 명이나 줄었다. 같은 기간 9만2000여 명이던 거제의 근로자 수는 4만9000여 명으로 절반이나 감소했다. 경기 하강 국면 진입 신호도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제조업 침체→고용 한파→소비 위축→경기 침체’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작동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제조업의 위기 징후가 근로시간 단축이나 최저임금 인상 이전부터 발생한 현상이고, 이들 조치가 제조업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다면 어려움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단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 경제에서 제조업은 왜 중요한가? 제조업체가 문을 닫는 것과, 서비스업체가 문을 닫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제조업이 사라지면 그것과 연결되는 수많은 1차, 2차, 3차 협력사가 다 문을 닫게 된다. 관련 생태계 하나가 통째로 없어지는 것이다. 게다가 서비스업보다는 제조업이 고용 유발 효과가 훨씬 크다.

결국 정부는 주력산업 경쟁력 회복과 신성장동력산업 육성에 정책 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 생산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는 고용의 유연성 증대 등 노동개혁과 새로운 산업이 탄생할 수 있도록 전방위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제조업 경쟁력이 회복돼야 일자리 문제도 해법을 찾을 수 있다. 미국, 일본, 독일, 중국 등 주요국들의 일자리 확대 정책 핵심에는 제조업이 자리 잡고 있다. 각국은 각종 세제 혜택을 주며 중국 등으로 빠져나간 기업의 유턴을 유도하고 해외 기업 유치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의 제조업 육성, 즉 해외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를 권장한 이른바 ‘리쇼어링(Reshoring)정책’은 정권과 관계없이 일관되게 추진되고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리메이킹 아메리카’를 내걸고 2010년부터 미국으로 귀환하는 자국 기업에 대해 법인세를 38%에서 28%로 인하했다. 공장 이전 비용의 20%도 지원했다. 오바마의 모든 정책에 반대했던 트럼프 대통령도 리쇼어링 정책에 한해서는 절대적인 지지자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인세율을 최고 21%까지 내리는 한편 해외 생산 제품을 미국으로 들여올 때는 35%의 관세를 부과하는 등 당근과 채찍으로 제조업의 귀환을 종용하고 있다. 효과는 뚜렷하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리쇼어링으로 미국 내 약 80만 명의 제조업 일자리가 생겨나고 240만 명에 달하는 간접고용 효과도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도 ‘아베노믹스’ 효과로 제조업이 되살아나고 있다. 파나소닉, 토요타, 닛산 등 기업들이 일본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기업 유치를 통해 제조업 일자리를 늘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의 정책 방향은 정반대다. 한국은 올해부터 과세표준 3000억 원 초과 기업에 대한 법인세율을 22%에서 25%로 올렸으며 대기업의 투자 및 연구개발(R&D)에 대한 공제율을 계속 줄여오고 있다. 각국이 제조업 육성에 나서는 것은 가장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결국 제조업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공공 부문 고용을 확대한다는 전략인데 세금으로 만드는 일자리는 환상이다. 공공 부문이 커지면 그만큼 국민들의 조세, 준조세 부담이 올라간다. 이런 부담을 낮춰야 사업가와 기업이 더 많은 투자를 하고, 그에 따라 일자리가 생긴다.

근로시간 단축 역시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모두 장기적으로는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데는 동의한다. 하지만 지금 한국 경제의 형편이 어떤지부터 봐야 한다. 일을 많이 한다고 해서 그만큼 생산성이 나지 않는다.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생각, 업무 태도 같은 것도 바뀌면서 근로시간 단축도 이뤄져야 하는데 정책부터 시행해버렸다. 선진국 글로벌 회사 직원들은 더 열심히 일한다. 살아남지 못하면 가차 없이 잘라버린다. 이것이 현실이고 경제원론이다.

이삭푸드서비스㈜ 경영고문·전 인제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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