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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기주의가 낳은 슬럼 /황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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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서면 롯데백화점 후문 인근의 쌈지공원은 서면의 ‘얼굴’ 같은 곳이다. 오래전부터 많은 시민이 ‘만남의 광장’으로 애용하고 있다. 백화점과 면세점 등을 찾는 외국인 단체 관광객의 집결지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공원 앞을 지날 때면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수십 명의 흡연자가 한꺼번에 담배를 피우는 통에 연기가 자욱하고, 바닥은 꽁초로 몸살을 앓기 때문이다. 부끄러운 서면의 민낯이다.

관할 지자체인 부산진구와 관리 기관인 부산상수도본부는 쌈지공원 정비에 소극적이다. 부산진구는 재정비 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토지 사용료(연간 5000만 원)를 지급하는 것에 난색을 드러낸다. 상수도본부에 토지 사용료 면제를 요청했으나 퇴짜를 맞았다. 상수도본부는 ‘절차’를 운운하며 부산진구의 요청을 거절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거절 이유는 돈이나 절차 문제가 아니라 딴 데 있다는 말이 들린다. 쌈지공원 아래로 상수관로가 매설돼 있어 공원 정비 공사에 들어가면 상수도본부가 골치 아픈 일이 많아져 정비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관계 기관 간 불협화음과 기관 이기주의로 서면의 얼굴이 오염된 환경에 계속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쌈지공원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꼭 재정비 사업만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 쌈지공원의 가장 큰 문제는 흡연과 쓰레기 투기다. 이 문제는 공원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기만 해도 당장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부산진구는 오히려 재떨이까지 설치해 흡연을 ‘권장’하고 있다. 인근 상인은 “담배 연기 때문에 구청에 민원을 여러 번 넣었다. 하지만 주변 상인들이 대부분 금연구역 지정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민원을 해결해줄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털어놨다. 흡연자 손님을 잃는 것이 두려운 상인들의 ‘압력’이 금연구역 지정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부산진구는 부전천 복원사업과 연계해 쌈지공원의 외관을 통째로 바꾸는 등 대대적인 정비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부전천 복원사업도 결국 시민의 세금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공원에 흡연부스를 설치하거나 환경 미화에 인력을 투입하는 등 필요한 부분에 적정한 예산을 쓰면 될 일을, 공원을 갈아엎는 재정비로 해결하려고 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부산진구가 토지 사용료에 재정비 비용까지 예산은 한 푼도 들이지 않으면서 시나 상수도본부의 도움만 받으려는 꼼수를 부리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상수도본부 역시 시민의 입장에서 행정을 펼치지 않은 점은 아쉽다. 쌈지공원이 시민의 쉼터라는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부산진구와 상수도본부, 그리고 인근 상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봐야 할 때다.

사회부 hwangyj@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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