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옴부즈맨 칼럼] 한국의 제인 제이콥스를 기다리며 /이동현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11-06 20:20:27
  •  |  본지 2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세계적 도시 뉴욕이 오늘날의 모습이 되기까지에는 2명의 전설적인 인물이 존재한다. 로버트 모제스(Robert Moses)와 제인 제이콥스(Jane Jacobs)다. 1차 산업혁명의 여파로 1920년의 뉴욕은 새로운 교통수단인 자동차에 열광했다. 당시 20만 대에 불과했던 차량이 1930년에는 70만 대로 세 배 이상 증가했다. 엄청난 수의 자동차와 트럭이 인구가 밀집된 뉴욕뿐 아니라 다른 대도시로도 유입되면서 자동차를 소유한 사람들과 보행자 간의 폭력적인 갈등이 미국 전역에서 촉발됐다.

1930년 2월 뉴욕타임스의 헤드라인이 ‘차량의 물결이 뉴욕을 굴복시키다 : 대도시 삶의 과정을 느리게 만드는 위협적인 교통 체증을 해소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로 장식할 만큼 교통 체증은 뉴욕의 최대 과제 중의 하나였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등장한 인물이 로버트 모제스다.

그는 1950년대 뉴욕 도시계획의 독재 군주로 불렸는데, 현재의 물가로 치면 한화 약 250조 원 규모의 공공프로젝트를 계획하고 밀어붙인 주인공이다. 당시 뉴욕은 수많은 중산층이 차를 산 후 교외로 이주해 도심의 인구가 크게 줄었다. 이에 따라 세금 기반을 상실하게 되고 빈 건물이 늘어나는 등 근린지구는 급격히 쇠퇴하기 시작했다. 모제스는 도시고속도로 건설을 통해 교외 이주자들에게 도심의 직장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당면한 도시 문제만 본다면 모제스의 계획이 틀렸다고 할 수만은 없다. 모제스에게는 도심 회복이라는 사명이 있었을 테고, 그 문제 해결에 충실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시민이 원하는 도시민의 삶을 간과하는 우를 범했다. 자동차 중심의 도시계획으로 도시고속도로가 건설되자 이로 인해 수십만 명의 원주민이 살던 곳에서 쫓겨났다. 자동차가 텅 빈 도시를 점유함에 따라 도시의 쇠퇴가 가속화되었다.

1952년 모제스는 5번가 도로를 그리니치 빌리지 주민들이 아끼는 워싱턴광장 공원을 관통해 남쪽으로 확장할 것을 계획했다. 그러나 모제스의 독주는 그리니치 빌리지 주민들에 의해 좌절된다. 제인 제이콥스를 비롯한 여성들이 주도해 반대운동을 이끌어냈다. 모제스는 보행자 육교를 갖춘 지하 차도와 같은 대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10년 가까운 싸움 끝에 제이콥스와 주민들은 도로계획을 폐지하는 차원을 넘어 공원의 기존 통과도로마저 폐쇄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후 뉴욕 도시계획은 방향을 전환하게 됐으며, 이들의 노력은 도시계획과 정책 결정에 대한 시민의 참여 요구를 위한 길을 터주었다. 자동차로 인해 촉발된 도시전쟁이 시민 중심의 계획을 만들어낸 것이다.

제인 제이콥스는 스크랜턴트리뷴 기자 출신으로, 뉴욕건축포럼의 부편집장으로 있으면서 지역 공동체를 파괴할 수도 있는 도시개발 프로젝트를 저지하는 시민운동에 헌신했다. 5번가 도로뿐 아니라 로어 맨해튼 고속도로를 무산시키는 데도 핵심적 역할을 했다. 그녀는 대표작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을 통해 1950년대 미국의 도시재생 정책을 날카롭게 비평했다. 특히 책에서 제안한 ‘걷기 좋은 도시’는 단순한 계획 이슈를 뛰어 넘어 시대정신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2009년에는 도시계획 뉴스를 전하는 웹사이트 플레니티즌이 뽑은 ‘100명의 위대한 도시 사상가’ 중 1위에 올랐다. 다만 그녀도 새로운 도시변화에 있어 지나칠 정도로 수구적인 입장을 취해왔다는 비평을 받았다. 전통적인 도시의 활력을 위협하는 그 어떤 것도 적으로 간주하고 경직된 입장을 견지한 것이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유연하면서도 새로운 도시패러다임을 읽어내는 제2의 제인 제이콥스가 요구된다. 앞으로 상향식과 하향식 도시계획의 조화로운 조정 과정이 더 요구되고, 이를 위한 중간매개자의 섬세한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국제신문 기자 가운데 이러한 역할을 하는 인물이 나오길 기대한다. 또한 도시의 미래에 대한 대화의 장을 제공하면서 공동체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는 기사가 더욱 많이 나오면 좋겠다. 제이콥스가 제시한 도시를 이해하는 사고 습관 3가지는 오늘날에도 유용하다. 과정에 관해 생각하라. 특수한 것에서 일반적인 것을 추론하는 식으로 작업하라. 매우 적은 양을 포함하는 평균적이지 않은 실마리를 찾아라.

부산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대박 친 송도케이블카, 수익 일부 공공기여 쐐기 박는다
  2. 2기존 분양권 뛰니 아파트 분양가격도 고공행진
  3. 3PK 잠룡 존재감 약화…15년 만에 ‘대망론’ 실종 위기
  4. 4LNG선 대규모 수주, 조선 관련주 급등
  5. 5해운대 장산 일대 구립공원 연내 추진
  6. 6부산시, 다이옥산 등 6종 미량 검출도 공개 의무화 추진
  7. 7“2차 공공기관 이전, 임기 내엔 어렵다”…이해찬 여론 뭇매
  8. 8 방탄소년단 슈가와 대취타
  9. 9‘탈보수’ 외친 김종인에 ‘보수가치’ 부산의원들 반기
  10. 10
  1. 1부산 송정해수욕장 주민·상인들 “순환도로 조성 완료하라”
  2. 2동구, 새마을부녀회 헌옷모으기 경진대회外
  3. 3동구, 코로나 19극복 치유와 힐링을 위한 마음 챌린지 슬기로운 행복 도보 개최
  4. 4‘탈보수’ 외친 김종인에 ‘보수가치’ 부산의원들 반기
  5. 5여당, 결국 통합당 배제…단독 개원 추진
  6. 6윤미향 사태 두고 여야 여성 의원들 프레임 전쟁
  7. 7PK 잠룡 존재감 약화…15년 만에 ‘대망론’ 실종 위기
  8. 8여당 부산시의회 후반기 의장 후보들, 실력보다 여의도 연줄 부각 ‘구태’
  9. 9“어젠다 주도”…통합당 부울경 의원 ‘공부 모임’ 활발
  10. 10‘한국판 뉴딜’ 본격 추진…76조 쏟아붓는다
  1. 1삼진어묵, 부산역 인근 2개 지점 리뉴얼 오픈
  2. 2코로나로 쌓인 면세품, 3일부터 예약 판매
  3. 3친환경 ‘신념소비’가 뜬다…동물복지 인증 계란·닭 매출 ‘쑥쑥’
  4. 4볼보, 외제차 유지비 걱정 확 덜었다
  5. 5렉서스 ‘UX 250h F SPORT’ 출시…젊은층 공략
  6. 6자동차 수출 ‘코로나 쇼크’ 딛고 기지개…신차 효과 내수도 선방
  7. 7주가지수- 2020년 6월 2일
  8. 8금융·증시 동향
  9. 9“10명이 일감 쪼개 하루 2시간씩 근무”…제조업 가동률 67%
  10. 10한국농어촌공사, 100억 원 규모 상생펀드 조성
  1. 1옥천 장계교 인근 달리던 차량 추락…3명 사망
  2. 2오거돈 가슴 통증 호소...병원 진료 후 경찰서로
  3. 3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 38명…수도권에서만 37명
  4. 4부산 동래구 돈가스 가게서 화재 … 깜짝 놀란 요양병원 30여 명 대피
  5. 5오거돈 "죄송하다"며 유치장 입감...법원엔 '우발적 범행' 강조
  6. 6광안대교서 음주 사고 낸 뒤 차 버리고 도주한 택시기사 검거
  7. 7‘조용한 전파 우려’ 부산 클럽 등 71곳 집합금지 일주일 연장
  8. 8‘해운대 609’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다
  9. 9전국 초중고생 178만명 추가등교 앞두고 학부모 우려
  10. 10'오거돈 구속은 면했다' 법원, 구속영장 기각
  1. 1ESPN “NC 구창모 주목…5월 활약 미국서도 드문 기록”
  2. 2MLB 구단-노조 연봉 갈등 점입가경
  3. 3메시, 바르셀로나서 1년 더 뛴다
  4. 4세계 1위 고진영, 국내파 독무대 KLPGA 우승컵 들까
  5. 5‘프로레슬러 1세대’ 당수의 달인 천규덕 씨 별세
  6. 6'우슈 산타 세계 2위’ 차준열이 밝힌 산타가 MMA에서 통하는 이유(고수를 찾아서 2)
  7. 7‘산초 해트트릭’ 도르트문트, 6-1로 파더보른 대격파하며 2위 수성
  8. 8간판만 내세우는 롯데 외야수…'새싹' 키우기로 눈 돌려라
  9. 9흑인 과잉진압 사건에 들끓는 세계 스포츠계
  10. 10미국 프로야구 선수들, 연봉 추가삭감 없이 팀당 114경기 제안
우리은행
21대 국회 대해부
PK 당선인의 ‘인생 입법’- 김두관·서병수 진심 인터뷰
21대 국회 대해부
PK 당선인의 ‘인생 입법’- 울산 경남 당선인 역점 법안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포구예찬
진정으로 변해가는 모두의 시간 되길
기고 [전체보기]
폭염과의 현명한 동행 /김종석
지역균형발전, 상향평준화의 길 /권오혁
기자수첩 [전체보기]
부산 고대사는 가야사? 신라사? /권용휘
더이상 ‘오거돈’ 궁금하지 않다 /이승륜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초선 의원들은 잘할 수 있을까
히포크라테스의 거울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방탄소년단 슈가와 대취타
공연예술 패러다임 바뀐다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장관 출신에게 관심을 /정옥재
수도권 일극체제와 관문공항 /송진영
도청도설 [전체보기]
코로나와 비만
‘LA 폭동’ 악몽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빈자일등(貧者一燈)
우리는 서로의 환경이다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김치의 딜레마
광주의 상추튀김과 쌈
사설 [전체보기]
초라한 무장애 인증 건물 현황…시 적극 개선 나서라
기초의회, 책정된 정책개발비 활용 못하고 날려서야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이유
재난기본소득, 정명(正名) 아니다!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코로나19와 한국의 중견국 외교
허황된 중국경사론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뒷모습을 그린 화가
권력자 마음을 꿰뚫어 본 초상
이홍 칼럼 [전체보기]
코로나가 한국에 준 새로운 기회
코로나의 도전과 한국인의 응전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또 밥만 먹는 협치?
K방역의 힘 보여주는 건 이제부터다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장미꽃과 하프와 5월
문득 찾아온 토마소 알비노니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의 숙성, 사회의 성숙
거리두기
특별기고 [전체보기]
‘도시국가’시대 市長의 역할 /정해문
‘코로나 19’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곽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홍현주의 ‘소림모옥도’
무명 천재 화가의 화조 민화
  • 낙동강수필공모전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