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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산복도로 위, 그리고 섬 위의 사람들 /황경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11-07 19:23:44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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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 그 나라는 제국의 식민지였다. 한 제국은 북쪽을, 또 다른 한 제국은 남쪽을 차지했다. 전쟁에서 진 북쪽의 제국이 철수하자 남쪽의 제국은 북쪽만 독립시키고, 남쪽은 식민지로 존속시켰다. 해방운동이 일어나고 남쪽의 제국도 철수했다. 독립은 이루었지만 남과 북은 분단된 채 경쟁했다. 다행히 양국의 정상이 회담을 통해 통일을 이루었으나 분단의 세월 동안 정치 경제 문화 종교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어긋나 있던 남과 북은 다시 분열되었고, 내전이 일어났다. 주변국들은 전쟁을 부추겼고 내전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머리 위에서 언제 폭탄이 터질지, 언제 징집당해 동포를 향해 총을 겨누어야 할지 몰랐다. 통화가치는 떨어지고, 물가는 오르고, 식량은 부족하고, 전염병이 창궐했다. 사람이 살 수 있는 땅이 아니었다.

그리고 2018년 6월, 참다 못한 561명의 사람은 그곳을 탈출해 제주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한반도와 너무나도 유사한 역사를 가진 이 나라는 예멘, 제주도에 입도한 그들을 우리는 예멘난민이라고 부른다. 난민이라 불리지만 그들 중 난민의 지위를 획득한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다.

1950년 6월 25일 삼팔선에 총성이 울리며 한반도에 전쟁이 터졌다. 인민군이 진격하자 국군은 후퇴했고, 난민들은 남으로 남으로 쫓겨 결국 부산에 도착했다. 육지의 저지대는 이미 사람들로 미어터졌고, 가난한 피란민들이 살 수 있는 곳은 산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산으로 올라가 ‘하꼬방’을 짓고 살기 시작했다. 산 위에 사람들이 살기 시작하자 산 허리를 가른 산복도로가 열리고, 골목과 작은 마을이 생겨났다. 산복도로 위의 마을은 대개 타지에서 온 피란민의 마을이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기실 난민의 후예들이다. 난민에겐 6·25전쟁이 어떻게, 왜 일어났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다만 죽음의 전쟁통에 살아남는 것, 그것이 그들에게 삶의 목표였다.

난민은 왜 발생하는가. 전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현상적인 이유일 뿐 난민이 발생한 근본적인 이유는 제국주의의 침략 때문이다. 식민지 직접지배가 끝나고 나서도 독립국가는 정상국가로 설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했고, 제국의 간접적인(경제적, 정치적)인 지배를 용인해야 했다. 거기에 석유, 종교, 기득권, 분단의 요인들이 얽히고 반목하면서 주변국에 의해 내전이 조장되고 격화되고 죄없는 민간인들이 난민으로 전락한 것이다. 결국 난민은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타의에 의해 전락하는 것이다.

나는 여기서 국가가 난민협약국의 의무를 다하라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난민에 대해 찬성 혹은 반대를 주장하려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그들은 범죄자가 아니라는 것, 괴물이거나 바이러스도 아니라는 것, 우리의 할아버지 아버지가 그랬듯이 그들 역시 타의에 의해 피란민으로 전락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제국이 침략하기 전에는,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는 그들 역시 일상을 영위하는 평범한 시민이었다는 걸 말하고 싶을 뿐이다.

지난달 25일 국가인권위원회는 ‘난민과 이주민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라는 리플릿을 발행했다. 이에 따르면 ‘난민을 받아들이면 외국인 범죄가 많아진다. 범죄율이 증가한다. 난민으로 위장한 테러단체가 들어온다’는 소문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독일의 경우 2017년 33만 명의 난민을 수용하였으나 총범죄 발생 건수는 2016년에 비해 약 9.6%나 감소했고, 한국 역시 2017년 체류외국인 수가 2016년보다 6.4%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듬해 2017년 외국인 범죄는 2016년보다 외려 17.6% 감소했다는 것이다.

나는 난민을 반대할 수도, 환대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반대하든 환대하든 그들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들을 가능한 한 객관적으로 알아보고 난 뒤 그들에 대한 입장을 세우자는 것이다. 소문이나 유언비어가 아니라 그들의 처지와 그들 나라에 대한 정확한 상황을 인지한 뒤, 대학의 아랍어 부전공자의 엉터리 통역을 통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말을 제대로 들은 뒤, 굳이 인권이니 시민권이니 하는 권리를 따질 필요도 없이 외려 엄정하고 합리적으로 판단을 내리자는 말이다. 바이러스나 괴물이 무서운 진짜 이유는 그 정체를 우리가 다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는 예멘인에 대해 무엇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카페 헤세이티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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