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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현장] 유치원 공공성 확보하라 /조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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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달 새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바빴다. 업무도 업무지만 가욋일이 겹쳤던 게 가장 큰 이유다. 가욋일이란 게 바로 4살 아이의 내년 유치원 입학 관련 일이었다. 최근 비리 관련 소식에 찜찜한 마음을 버리지 못하면서도 유치원 입학을 알아본 건 아이가 4살까지만 재원할 수 있는 가정어린이집을 다니고 있어서다.

유치원 입학 준비는 지난 8월부터 서서히 시작됐다. 학부모의 유치원에 대한 호불호에 따라 경쟁이 치열하다는 친구의 귀띔에 따른 것이었다. 지인의 입소문과 ‘지역 맘 카페’로부터 얻을 정보를 바탕으로 7곳 정도를 골라 리스트를 작성했다.

지난 9월 추석 이후 이른바 본격적인 ‘전화 돌리기’가 시작됐다. 유치원 입학 절차는 대개 11월부터 시작하지만 일찍 하는 곳은 9월에 일정이 정해진다. 유치원마다 일일이 전화해 일정을 물어보고 언제 연락해야 하는지 등을 문의해야 했다.

대략적인 일정 파악이 끝나고 지난달부터 또다시 전화 돌리기가 반복됐다. 유치원의 일정 확정 여부를 확인하고 상담 날짜를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치원 상담을 해야 맞벌이 가정에 가장 중요한 등하원 시간을 비롯해 교육 과정, 교육진의 인상 및 분위기 등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유치원의 상담 방식은 천차만별이었다. 개별상담 일자를 정하거나 또는 ‘설명회’라는 형식으로 일방적으로 날짜를 정해 부모에게 통지하는 경우로 크게 나뉜다. 이 과정에서 일부 유치원은 워킹맘으로서 아예 상담 일정을 맞추기 어려워 포기했다.

상담을 한 뒤 마음에 든다고 해서 원하는 곳에 입학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입학 확정 절차가 남아 있다. 입학원서를 쓴 뒤 소위 입학지원금을 내면 선착순으로 입학이 확정되는 곳이 있다. 하지만 유치원이 날짜를 정해 공지하면 미리 입학원서를 제출한 부모 또는 가족이 참석해 공 등으로 추첨해 입학 여부가 결정되는 곳이 더 많다.

최근 비리 관련 유치원의 대응을 보면 저절로 고개가 저어진다. 정부 지원을 요구할 때는 유아교육기관으로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더니, 이제는 사유재산이라며 간섭 말라고 외친다. 비리 유치원 명단 공개 이후 반성이나 사과 따위는 온데간데없고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폐업하겠다는 으름장까지 놓고 있다.

아이의 유치원 입학을 준비하면서 가장 놀란 것은 ‘유치원의 전근대적인 체계’였다.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시대에 유치원은 여전히 구시대적인 방식을 고수하고 학부모는 일방적으로 따라야 하는 ‘을’이었다. 유치원의 온라인 입학관리시스템인 ‘처음학교로’가 구축돼 있지만 사립유치원의 참여 거부로 유명무실한 상태다.

유치원에서 상담하며 많이 들은 말이 바로 ‘바른 인성’과 ‘함께 사는 세상’이다. 그런데 이를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교육자들이 도리어 사리사욕에 빠져 공교육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변화를 외면하고 있다. 세상과 동떨어진 교육기관이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에게 뭘 가르칠 수 있을까.
유치원 관계자들은 아이들을 볼모로 한 구태를 버리고 진정한 교육기관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정부와 국회 역시 더는 유치원에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 이번 기회에 촘촘한 감시감독 체계를 구축하는 동시에 국공립 유치원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 유치원 공공성 강화를 반드시 실현해야 할 것이다.

경제부 차장 cor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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