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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동굴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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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동굴보호 담당 공무원이던 장 마리 쇼베는 1994년 12월 다른 두 명의 아마추어 탐사가와 함께 프랑스 남부 아르데슈강(江) 협곡을 지나던 중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주위를 훑어보니 거대한 암벽의 갈라진 틈새에서 바람이 계속 새어 나오는 거였다. 동굴이 있음을 직감한 그는 틈새 안으로 파고 들어갔다. 그러자 480여 m 규모의 석회암 동굴이 나타났는데, 놀랍게도 그곳에는 300여 점의 벽화와 석판화 등이 원시상태 그대로 간직돼 있었다.

   
이렇게 드러난 ‘쇼베 동굴벽화’는 세계의 화제를 모았다. 그도 그럴 것이 기존 라스코·알타미라 동굴벽화보다 오래된 2만~2만500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됐다. 당시로서는 인류 최고(最古)의 동굴벽화였다. 게다가 표현된 동물 그림이 40여 종으로 다양하고 독특해 이목이 더 쏠렸다. 다른 벽화에 있는 사슴 곰 말 들소 외에도 선사시대 그림 중에서는 최초로 표범과 부엉이가 그려져 있었다. 이들 대다수가 유럽에 없는 아프리카 동물이란 점이 이채로웠다.

그런 까닭에 쇼베 동굴벽화는 유럽·아프리카를 비롯해 전 대륙이 하나로 연결돼 있었다는 초대륙이 실제 존재했음을 뒷받침하는 근거라는 주장도 나왔다. 또 일반적인 고대 벽화와 달리 사냥대상이 아닌 동물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는 종교적 목적이나 장식용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의 정글 속 동굴에서 5만여 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벽화가 새로 발견됐다는 소식이다. 호주·인도네시아 공동연구팀이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세계 3번째 큰 섬인 보르네오 동부 칼리만탄의 석회암 동굴이 그 현장. 여기에서 야생 소, 사람 모양 및 손바닥, 복잡한 무늬 등의 그림이 수천 개 쏟아졌고, 제작연대는 5만2000~2만여 년 전으로 측정됐다. 사물을 그린 구상화로는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셈이다.
그간 선사시대 동굴벽화는 유럽에서 처음 등장해 다른 지역으로 퍼졌다는 게 통설이었다. 하지만 보르네오섬 벽화로 그런 통설은 깨질 듯하다. 동남아시아에서도 독자적으로 발생했음을 뒷받침해서다. 그렇게 보면, 인류 초기 동굴벽화는 빙하기 유라시아 대륙의 동서 양쪽 끝부분에서 비슷한 시기에 각각 생겨난 모양새다. 이번 발견이 24년 전의 쇼베 동굴벽화처럼 구석기 빙하시대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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