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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김창호와 부산희망원정대 /이흥곤

딱 한 달 전 날아온 비보…국내 산악인 엄청난 충격

후배 서성호 가슴에 묻고 부산과 소중한 인연 간직, 하늘에서 맘껏 산행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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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 달 전 네팔 히말라야 구르자히말에서 국내로 날아온 청천벽력 같은 비보는 많은 사람을 경악게 했다. 세계 최고의 등반력에다 등반 대상지 선택부터 베이스캠프 위치까지 꼼꼼하게 챙기는 김창호(49) 대장과 그 일행의 사고여서 엄청난 충격이었다.

2006년 에베레스트, 2007년 K2를 연이어 등정에 성공한 ‘히말라야 부산희망원정대’는 이듬해인 2008년 2월 한라산 장구목에서 다가올 5월 마칼루 등반을 앞두고 동계 설상훈련을 하고 있었다. 정상 북서벽 인근 2㎞에 이르는 병풍바위 일대를 총칭하는 장구목은 50~70도의 설사면에 픽스로프를 400m나 내릴 수 있어 히말라야 등반 훈련을 위한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홍보성 대장과 지난달 12일 불귀의 객이 된 김창호, 그리고 그의 자일파트너로 2013년 에베레스트 등정 후 숨진 서성호(당시 34세)도 거기 있었다. 해 질 무렵 뒤늦게 합류한 기자는 영하 15도의 혹한 속에서 정상 인근에 캠프를 차린 대원들과의 술자리에서 그날 낮에 발생한 에피소드를 들었다. 횡대로 눈을 헤치며 나아가는 러셀훈련 중 눈사태가 갑자기 발생, 대오에서 약간 앞서 가던 홍 대장만 80m쯤 굴러떨어져 눈 속에 완전히 파묻혔다. 10분 만에 구조했지만 조금만 더 지체됐다면 무사하지 못했을 거라는 게 대원들의 설명이었다. 그때 홍 대장은 “이보다 좋은 액땜이 어디 있겠느냐. 원정은 앞으로 승승장구할 것”이라고 애써 담담하게 말했고, 그날 밤 김창호와 서성호 등 대원들은 소주잔을 기울이며 산 얘기에 빠져 시간가는 줄 몰라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원정대는 이후 마칼루에 이어 2011년 9월 초오유까지 단일 원정대로는 세계 최단 기간에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했다. 그해 국제산악연맹, 아시아산악연맹, 네팔산악연맹으로부터 받은 우수등반팀상과 공로패는 덤이었다.

김창호와 서성호를 앞세운 부산원정대의 등반은 실로 대단했다. 로체는 베이스캠프에서 3일 만에 올라 최단 시간 등정 기록을 경신했고, 다울라기리는 6일, 가셔브롬 1·2봉은 9일 만에 올랐다. 입소문을 타자 국내외 원정대들은 부산원정대의 캠프를 찾아 향후 등반 일정을 묻기까지 할 정도였다. 며칠 전 만난 홍 대장은 의외로 담담했다. 그는 히말라야 14좌 중 김창호와 13좌, 서성호와 12좌를 함께했다. 지난 9월 한 산악인의 경남 김해 장례식장에서 김창호를 마지막으로 본 그는 “나이도 있으니 이제 해외원정은 접고 한국 산악계와 후배들을 위해 할 일이 많지 않느냐”고 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알겠습니다. 50세까지만 하고요”였다. 베테랑인 그에게 안전 여부는 논외였다.

김창호와 부산원정대의 인연은 K2가 이어줬다. 2007년 K2를 대상 산으로 정한 부산원정대의 홍 대장은 한 지인의 소개로 김창호를 만났다. 그는 K2 인근의 5000~7000m대 미답봉을 오르내리던 카라코람 히말라야의 전문가였다. 당시 K2는 2001년 고 박영석의 등정 이후 국내 어느 원정대도 감히 넘보지 못한 높은 벽이었다. 헤어질 때 홍 대장이 ‘에베레스트 원정 보고서’를 선물하자 김창호는 그냥 받지 않고 끝내 책값을 지불했다. 그의 비범함이 맘에 든 홍 대장은 이후 해박한 지식과 차분한 성품에 매료돼 당초 베이스캠프 매니저로 생각했던 그를 정식 대원으로 낙점했다. 문제는 김창호가 경북 예천 출신으로 서울시립대를 나와 부산과 연고가 없다는 점이었다. 해서, 홍 대장은 자신이 속한 부경대 산악부의 선후배를 설득시켜 명예회원으로 가입시켰다.

세계 최난도 거벽인 낭가바르파트 루팔벽을 오르고, 아시아 최초로 히말라야 14좌 무산소 등정에 성공한 그는 지구상 최고 미등정봉인 파키스탄의 바투라Ⅱ(7762m) 세계 초등정 등 세계 등반사에 길이 남을 기록을 여럿 갖고 있다. 부산과의 인연을 특히 소중히 여긴 김창호는 에베레스트에서 그의 주검을 안타깝게 바라볼 수밖에 없어 영원히 가슴에 묻은 자일파트너 서성호를 기리는 기념사업과 부산산악포럼 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포럼 소식지에 글도 많이 썼고, 회원들의 대소사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홍 대장은 긴 한숨을 쉬며 “지금 생각해보면 10년 전 한라산 장구목에서의 액땜은 부산원정대의 14좌 등정 때까지가 유효기간이었던 것 같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40대 중반에 결혼하고 3살 된 딸도 있는 마당에 마지막 프로젝트라며 떠나더니. 세상 이치가 모두 그렇다. 아쉬움이 조금 남을 때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해. 인생도 사업도 모두 그렇잖아…”라며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해외원정 후 짬이 나면 현지 헌책방을 돌며 산 관련 책을 모으던 ‘공부하는 클라이머’ 김창호. 그의 등반은 이렇게 끝이 났다. 그는 떠났지만 그가 남긴 유무형의 자산은 부산 산악계에 오랫동안 남을 것이다. 김 대장, 이제 하늘나라에서 맘껏 산행하게. 그리고 뒤늦게 명복을 비네.

편집국 부국장 hu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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