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시화문(口是禍門)’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비슷한 말로 ‘구화지문(口禍之門)’도 있는데 둘 다 “입은 화근이나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다”라는 뜻이다. 신중하지 못하고 그저 아무런 생각도 없이 무심코 뱉은 말 한마디가 여러 사람에게 오해나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이로 인하여 스스로 큰 난관에 부딪히거나 파탄을 맞게 된다. 심할 경우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요즘 언어폭력이라는 말을 자주 쓰는데, 함부로 남에게 하는 부적절하거나 기분 나쁜 말은 본인이 의도했건 안 했건 간에 당사자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격이다.

이로 인해 원한을 사게 되거나 오히려 상대방으로부터 역공을 받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또한 한 번 뱉은 말은 어떠한 경우에도 주워 담을 수 없다.

그러므로 아무리 사소한 말이라 할지라도 조심하고 또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경고의 말이 바로 구시화문이다. 시대를 초월한 만고불변의 진리라 할 것이다.

‘구시화문’은 ‘전당서(全唐書)’의 ‘설시편(舌詩篇)’에 나오는 구절이다. 중국 당나라가 망한 뒤 후당 때 입신해 재상을 지낸 풍도라는 정치가가 있었다.

그는 많은 후학 및 후배에게 자신의 처세관을 설파했는데, 그 내용 중에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요(口是禍門), 혀는 자신을 죽이는 칼이다(舌是斬身刀·설시참신도)”라고 하였다. 그는 이어서 “그러므로 입을 닫고 혀를 깊숙이 감추면( 閉口深藏舌·폐구심장설), 가는 곳마다 몸이 편안하느니라( 安身處處牢·안신처처뢰)”고 하였다.

필자가 이미 ‘사불급설(駟不及舌)’이라는 말을 빗대어 누누이 강조했듯이 혀가 하는 말은 네 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보다 빨라서 한 번 뱉은 말은 삽시간에 사방으로 퍼지므로 그 화근은 어떠한 방법으로라도 막을 길이 없다. 그러므로 조금이라도 타인과 관련 있거나 자신의 처신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말은 아예 안 하는 것이 상책이라 하겠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벙어리도 아닌데 어찌 말을 도통 안 할 수 있는가’라고 항변하지 마라. 아무에게도 나쁘지 않은 말은 하되 털끝만큼이라도 남과 나쁘게 관계되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말만 하지 않으면 된다는 말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가운데 항상 일어날 수 있는 일로 상대방에게 아무 생각 없이 불쑥 던지는 한마디 말이나 가벼운 농담이 그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하거나 나쁜 감정을 유발하게 한다면 해서는 안 되는 말을 한 것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개구리에게 무심코 던지는 돌이 개구리에게는 공포의 대상이 되고 개구리의 목숨을 앗기도 하듯이 본인은 별 생각 없이 던지는 말이 상대방에게는 몸을 찌르는 비수가 되고 돌이킬 수 없는 증오를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옛말에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라고 했고 반대로 “잘못된 한마디가 폭풍우가 되어 되돌아온다”라고 했다. 요즈음 트위터, 페이스 북, 밴드, 카카오톡 등 SNS의 홍수로 사람들은 이미 질려 버릴 정도로 말의 홍수 속에서 살아간다. 거기다가 인터넷상에도 무차별적인 악성 댓글이 연일 사회적 이슈가 되고 많은 사람의 가슴을 멍들게 하는 안타까운 일이 빈번하다.

바로 이런 것이 다름 아닌 언어폭력이다. 이러한 언어폭력은 시퍼런 칼날이 되어 상대를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로 난폭하게 공격을 가하고 있다.

얼굴을 마주 대하지 않거나 익명성이라는 점을 악용해 마구 해대는 이런 공격은 반드시 역공을 유발하게 되어 있다. 공격과 반격의 끊임없는 악순환을 되풀이하는 것이다.

고장난명(孤掌難鳴)이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 한 손바닥만으로는 결코 소리가 나지 않는다. 두 손바닥이 마주쳐야만 소리가 나는 것이다. 그러니까 어느 한쪽이 양보하거나 피하면 다툼이나 시비는 일어나지 않는다. 이것이야말로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 되는 지혜롭고도 손쉬운 방법이다.

또한 역지사지(易地思之)도 있지 않는가? 어지간히 화가 나는 일도 상대방과 입장을 한번 바꿔서 생각해보면 서로 간에 거의 다툴 일은 없어지고 어쩌면 활짝 웃는 얼굴로 손을 마주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라고 했듯이 우리 모두 얼굴을 마주보고 직접 대화를 하든 아니면 각종 매체를 통한 간접 대화를 하든 간에 상대방을 존중하고 남을 배려하는 아름다운 말과 건전한 대화를 통하여 살맛나는 세상, 보다 멋진 세상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를 위해서라도.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