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약방문 격이다. 최근 청와대 직원들의 일탈행위가 잇따라 불거진 것과 관련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그제 반성문 성격의 이메일을 직원들에게 보냈다고 하니 그런 생각이 든다. 청와대의 공직기강 해이가 위험수위에 이르고 여론의 뭇매를 맞고서야 기강 다잡기에 나선 모양새다. 이메일 요지는 ‘더 엄격한 자세로 일해야 한다. 익숙함, 관성과 단호하게 결별해야 한다’는 얘기다. 만시지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 직원들이 저지른 사고는 심하게 말해 목불인견이다. 지난 23일 김종천 의전비서관이 면허취소 수준의 음주운전 혐의로 붙잡혔고, 앞서 10일에는 경호처 5급 공무원이 술집에서 시민을 폭행해 불구속 입건됐다. 음주운전에 대해 국민적 경각심이 높아지고 문재인 대통령도 살인행위라며 엄중 처벌을 경고했음에도 김 비서관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경호처 직원은 현행범으로 체포된 뒤에도 “내가 누군지 아느냐”며 행패를 부린 데다 경찰관 얼굴까지 가격했다고 한다.

더욱이 김 비서관의 차에는 청와대 여직원 2명도 동승해 있었다고 하니 음주운전 방조 의혹마저 짙다. 철저한 조사가 필요한 대목이다. 또 지난 6월에는 청와대 인사수석을 태운 관용차가 신호 위반으로 적발됐다. 앞선 일이지만 송인배 정무비서관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와 관련, 지난 17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비공개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그가 2010년 8월∼2017년 5월 충북의 한 골프장 이사로 있으면서 급여 등 명목으로 2억8000만 원을 받은 것과 관련해서다.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8주 연속 하락해 취임 이후 최저인 52%로 떨어졌다. 경제·민생 악화 등이 주요인이겠지만, 청와대 참모들의 기강 해이도 그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권력 심장부에 있는 사람들이 타의 모범이 되기는커녕 되레 손가락질을 받는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임 실장은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옷깃을 여미자. 저부터 앞장서겠다”고 했다. 빈말이 되지 않으려면 실천하는 길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