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복(福) 짓기 /박은경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12-10 19:24:37
  •  |  본지 2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적선(積善)이라는 말이 있다. 착한 일을 많이 쌓는다는 의미다. 과거 거지들이 동냥할 때 사용하던 말로 다소 저속한 의미로 비쳐지기도 했지만 복을 적립하는 매우 고귀한 단어이다. 그럼 최고의 적선은 뭘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몸을 희생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적선일 것이다.

‘삼국유사’를 보면, 신라 법흥왕이 불법을 일으키고 염촉(이차돈)이 몸을 바친 ‘원종흥법 염촉멸신’에 관한 내용이 있다. 법흥왕이 백성을 위해 복을 빌고 죄를 멸하기 위해 절을 지으려고 하자 신하들이 반대했다. 이때 22세로 사인 벼슬을 하던 염촉이 왕의 마음을 헤아려 자신을 희생시켜 왕의 뜻을 이루기를 간하였다.

이에 왕은 염촉에게 “살을 베어 저울에 달더라도 새 한 마리를 살리려 했고, 피를 뿌리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서라도 짐승 일곱 마리를 불쌍히 여겨야 할 것이다. 어찌 죄 없는 사람을 죽이겠느냐. 너는 비록 공덕을 쌓으려 하지만 죄를 피하는 것만 못하다”라고 했다. 그러자 염촉은 “버리기 어려운 많은 것 중 목숨보다 귀한 것은 없을 것입니다. 제가 저녁에 죽어 불교가 아침에 행해진다면 부처님의 해는 중천에 오르고 왕께서는 영원토록 편안할 것입니다”라고 답했다.

여기서 법흥왕이 언급한 살을 베어 저울에 달아 한 마리의 새를 살리려 한 이야기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일곱 마리의 짐승을 살리려 한 이야기는 불교의 뿌리 깊은 석가모니의 전생이야기인 자타카이다. 그중 시비왕과 마하살타 태자의 본생담에 관한 것을 의미한다.

우선 시비왕 본생 이야기는 이러하다. 옛날 시비왕이라는 자비심 많은 왕이 있었다. 그는 백성에게 뭐든 자비를 베풀었다. 이에 하늘의 제석천은 시비왕이 자비심 공덕으로 신이 될 것이라 질투를 느껴 계책을 세워 신하에게 일렀다. 신하는 그의 말을 듣고 한 마리의 새가 되어 시비왕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제석천 자신은 한 마리의 매가 되어 새를 쫓아갔다. 어느 날 시비왕 곁으로 갑자기 새 한 마리가 날아와 매에게 쫓기고 있다며 그의 겨드랑이 속으로 숨었다. 곧 매가 쫓아와 왕에게 배가 몹시 고프니 새를 내어달라고 요청했다. 자비심 많은 왕은 새 대신 다른 고기를 주겠노라고 답했지만 매는 왕에게 피 흘리는 생고기를 달라했다. 그러자 왕은 칼로 그의 허벅지를 잘라 매에게 주었다. 매가 새 대신의 고기라면 새와 똑같은 무게로 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자 이에 왕은 바로 저울을 가져와 한쪽 접시에는 새를 놓고 다른 한쪽 접시에는 자신의 살을 달았다. 그러나 새의 무게와 똑같아지지 않았다. 드디어 시비왕은 그의 살을 아주 조금씩 도려내다가 드디어 쓰러지고 말았다.
그러자 매는 왕을 보고 감동하며 무엇 때문에 이 같은 고통을 겪으면서까지 보시행을 하느냐고 물었다. 왕은 자신이 죽어 천상에 남아 제석천이 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부처가 되어 일체 중생을 구제하기 위함이라 말했다. 이에 신은 왕에게 용서를 빌며 천상에 올라가 묘약을 갖고 내려와 왕의 몸에 바르니 상처는 깨끗이 아물고 더욱 빛을 발했다고 한다. 이때의 시비왕은 바로 석가 전생의 석가 자신이었던 것이다. 시비왕은 그 공덕으로 결국 귀인이 되고 깨달은 자인 석가모니가 된 것이다.

마하살타 태자 본생담 역시 석가의 전생담에 관한 것이다. 하루는 굶주린 어미 호랑이가 새끼를 잡아먹으려고 하자, 이를 불쌍히 여긴 마하살타 태자가 벼랑에 올라가 자신의 몸을 던져 호랑이의 먹이가 되어준 자기희생의 감동적인 스토리다. 굶주린 호랑이 먹이가 된 사신사호(捨身飼虎) 장면은 일본 호류지 소장의 다마무시즈시(玉蟲廚子)에 그려진 것뿐 아니라 둔황벽화나 키질벽화 등에서도 확인된다.

이처럼 법흥왕이 염촉에게 언급한 새와 짐승 이야기는 석가가 전생에 자신을 희생한 내용이다. 자신의 몸을 바친 최고의 적선이라 할 수 있다. 그 적선으로 말미암아 그는 귀인이 됐고, 성자가 됐다. 법흥왕은 이후 신하들 앞에서 염촉의 목을 베니 흰 젖이 한 길이나 솟구쳤다. 하늘과 땅이 반응하고 꽃비가 내렸고, 물고기와 자라가 튀어 올랐고, 원숭이가 떼 지어 울었다고 전한다.

연말이다. 복(福)짓기 마지막 달이다. 기부나 적선을 하면 어떨까. 까먹은 복이 있다면 더욱 그러하다. 옛날에 거지들이 그렇게 당당하게 적선을 외친 것은 우리에게 복 지을 기회를 준 것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지은 복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동아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인문대학장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부산교통공사
우리은행

 많이 본 뉴스RSS

  1. 1‘구름작가’ 강운의 13년 한지 실험
  2. 2부산 관광·컨벤션업계 “아이돌팬 모셔라”
  3. 3국내 유일 LPG SUV ‘더 뉴 QM6’ 나왔다
  4. 4갤럭시노트10 국내 5G 모델만 출시 논란
  5. 5부산 영화산업 틀 바꾼다…시나리오작가조합 유치 추진
  6. 6한국, 카타르월드컵 2차 예선 이란·일본 피했다
  7. 7아테온을 4000만 원대로 누릴 기회
  8. 8현대·기아차 형제 내수 ‘쾌속 질주’
  9. 9임시수도 부산의 기억…‘전쟁과 평화’의 6월을 노래하다
  10. 10故 손현욱 교수 추모전 ‘배변의 기술’
  1. 1윤석열 66억 재산 대부분이 부인 김건희 명의…코바나컨텐츠 무슨 회사길래?
  2. 2윤석열 부인 김건희 대표, 재력 뿐 아니라 서울대 MBA 출신 뇌섹녀
  3. 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특보단 구성완료...정치멘토 김현장 포함
  4. 4윤석열 부인 코바나컨텐츠 대표이사 관심 집중 ‘홈페이지 마비’
  5. 5‘사무총장 사퇴’ 한선교, 그동안의 ‘막말 논란’ 보니
  6. 6황교안, 이틀간 부산 '민생투어'…유엔기념공원 참배도
  7. 7부산진구, 삼광사에서 재난대응 안전부산훈련 실시
  8. 8손혜원 “자한당 걱정마라, 차명 밝혀지면 전 재산 기부 지킬 것”
  9. 9동해상 구조 北어민 2명 판문점으로 송환…2명은 귀순
  10. 10박용진 "사학비리 최소 2600억…사립유치원 비리와 유사"
  1. 1부산 관광·컨벤션업계 “아이돌팬 모셔라”
  2. 2국내 유일 LPG SUV ‘더 뉴 QM6’ 나왔다
  3. 3갤럭시노트10 국내 5G 모델만 출시 논란
  4. 4아테온을 4000만 원대로 누릴 기회
  5. 5현대·기아차 형제 내수 ‘쾌속 질주’
  6. 6부산디자인센터, 21·28일 소셜벤처 경연대회 설명회
  7. 7“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을”
  8. 8금융·증시 동향
  9. 9주가지수- 2019년 6월 18일
  10. 10부산지역 고용 우수기업 <1> 모전기공
  1. 1지금 장마 기간? 연이은 비에 2019 장마기간 관심
  2. 2윤석열 재산, 검찰총장 장애물 될까… 재산 총액 64억 검찰 ’최고자산가’
  3. 3여름철 누진세 걱정 없다… 누진구간 확장안 오는 7월 시행 예정
  4. 4김충환 전 한나라당 의원, 낫들고 집회 방해
  5. 5윤석열 모의재판서 전두환에 사형 구형… ‘초임검사 시절, 동기들은 부장검사’
  6. 6울산 도심에 트램 깔아 교통·관광 두마리 토끼 잡는다
  7. 7'고유정 사건' 전 남편 추정 유해 이번엔 김포서 발견
  8. 8'때려죽인' 피해자 랩으로 놀린 10대들…물고문 정황까지
  9. 9초등학생이 엄마 차 몰다 접촉사고…주차장부터 2㎞ 운행
  10. 10경찰청장 “YG 수사전담팀 구성…모든 의혹 철저히 수사”
  1. 1‘남미의 월드컵’ 코파 아메리카에 일본-카타르 출전하는 이유는?
  2. 2일본 VS 칠레 예상 라인업...구보 출격(2019코파아메리카)
  3. 3롯데, 성적도 꼴찌, 올스타전 투표도 꼴찌
  4. 4카타르월드컵 2차예선 7월 17일 조 추첨식...한국 1번 포트 배정
  5. 5프랑스 여자 월드컵, 한국 노르웨이전 선발 명단 공개
  6. 6 윤덕여호, 노르웨이에도 패해 3패로 조별리그 탈락
  7. 7이범호 은퇴 선언 “지도자로 후배들과 멋진 야구 하고파”
  8. 8맞아야 사는 남자들…SK 최정, 텍사스 추신수 신기록 추세
  9. 9조현우 유럽행 본격 진행되나 ‘독일 분데스리가 FSV 마인츠’
  10. 10프로축구 K리그1 관중 작년보다 53.1% 늘어…대구 159% 증가
강동수의 세설사설 [전체보기]
새해 개천에서 용이 나려면
1919년 그리고 100년, ‘잡화엄식(雜華嚴飾)’을 꿈꾼다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2030엑스포 개최에 관한 간절한 소망
나는 느린 도시가 좋다
기고 [전체보기]
또 다른 나눔의 의미 /김덕열
국회도서관 부산분관에 바란다 /초의수
기자수첩 [전체보기]
어린이집 종일반 의무화의 이면 /황윤정
낙동강의 속살 /김준용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나이 듦의 미덕’이라는 어려운 과제
누구를 위하여 ‘경제의 종’은 울리나
김정현 칼럼 [전체보기]
기꺼이 불효를 저질렀습니다
삶의 존엄, 죽음의 존엄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국악, 월드뮤직을 꿈꾸며
진흙 속의 진주 국악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장애학생은 어디로 가야 하나 /최영지
지방분권에 역행하는 네이버 /유정환
도청도설 [전체보기]
축구 DNA
무공훈장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낭독의 문화
익산 팸투어의 감흥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우동, 일본은 면발 한국은 국물 중시
포항 꽁치 다대기 추어탕
사설 [전체보기]
원전 해체 산업 시장 선점 지역 역량 쏟아부어야
총장 후보 지명 윤석열 검찰 개혁 의지 관건이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정년, 노인 연령 기준 그리고 노인 복지
상대빈곤율 17.4%가 의미하는 것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고흐보다 더 아파보였던 의사
누구나 독대를 꿈꾸는 명화
이홍 칼럼 [전체보기]
파괴적 정쟁 역사의 데자뷔
기업인이 알아야 할, 여성들의 정보탐색법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부울경 시장·도지사의 바닥 지지율
양날의 칼 양정철
제언 [전체보기]
광안대교, 해양안전 감시시스템 구축을 /이윤석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플래툰과 현을 위한 아다지오
젊음과 신록의 계절 5월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이탈리아 와인의 다양성
와인 숙성과 설렘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비오는 날 친구를 기다리다
개 짖는 소리에 세상을 알다
  • 부산관광영상전국공모전
  • 시민초청강연
  • 번더플로우 조이 오브 댄싱
  • 낙동강수필공모전
  • 유콘서트
  • 어린이경제아카데미
  • 어린이극지해양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