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세가 변하면 구도가 달라지는 게 세상 이치다. 1970년대까지 체코 폴란드 헝가리는 소련의 위성국가로 변방의 하나였다. 하지만 요즘은 사정이 달라졌다. 이들 국가는 현재 유럽에서 가장 유로자금의 투자가 늘고 있는 활발한 생산국으로 성장하고 있다.
한반도도 이제 분단의 슬픈 구름을 벗어내고 있다.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협상이 간단치 않은 여정이겠지만, 그렇다고 다시 급전직하로 악화될 시나리오는 아닌 것 같다.한반도 상황도 변화가 온다면 부산 울산 경남은 이전처럼 미국 유럽 동남아 일본 호주 등지로 가는 해양국경과 산업생산 지역으로서의 위상과 그 역할에 변함이 없을까. 아니면 한반도 동남의 한 축으로 소위 변방지역으로 변해가는 것은 아닐까. 이미 일각에서는 한반도 이후 지역발전 전개 상황을 동해와 서해, 중앙부를 잇는 H자 모양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북한으로 가는 철도의 복원은 미국이 어느 정도 양해했다. 휴전선 위로 가는 북방철도의 유용성이나 확장성을 이해하는 기업이나 국민도 이제 차츰 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수출전략을 신북방시장, 신남방시장이란 용어로 구분하기 시작했다.
최근 2016년 기준, 시·도 간 지역소득에 관한 유입·유출 통계가 나왔다. 지역에서 생산이 되더라도 본사가 있거나 출퇴근 인력이 공급되거나 경제적 재화를 공급하는 지역으로 그 지역소득이 유출되기 때문에 이런 통계를 만든다. 충남과 충북은 한동안 지역발전의 겉모습이 좋아 보였지만 지역소득이 타 지역으로 유출되는 상위권을 차지해 결국은 생산 장소만 제공한 꼴이 되고 있다. 산업도시의 역사가 긴 울산과 경남, 경북도 지역소득 유출순위의 상위권을 차지해 그 지역의 소득주권이 여전히 외부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서울과 경기는 압도적인 유입 실적을 보였다. 부산도 타 지역소득이 어느 정도 유입되고는 있지만 인근 울산과 경남의 지역소득 유출 규모의 30%도 채 부산이 흡수하지 못하고 수도권으로 뺏긴다는 의미다. 그래도 대구는 인근 경북의 유출 규모에 비해 절반가량은 유입되는 수준을 보인다. 실제 인구나 도시 규모가 큰 부산의 지역소득 유입 규모는 대구와 비슷한 정도에 그치고 있다. 부산은 울산·경남과 지리적 거리만 가깝지 경제적으로 상호관계가 아주 낮다는 것이다.
‘제논의 역설’이 생각난다. ‘물이 흐른다면 물은 정지한 것이다’는 얘기다. 미국은 자유기업을 중심으로 국가를 운영하지만 지금 보호무역의 중심에 있고, 중국은 국영기업을 중심으로 나라를 운영하지만 자유무역을 역설하고 있다. 이들도 제논의 역설이다.
한반도가 장차 한민족 사회통합의 새 역사를 열어갈 수도 있겠지만 지역운영은 더 근거리로 연합하고 통합해야 하는 또 하나의 ‘평화의 역설’이 기다리고 있다. 일본은 긴 열도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연결하기 위해 일찍이 신칸센을 만들어 남북의 이동속도를 도쿄를 중심으로 높여 왔다. 이 때문에 일본 산업의 중심인 오사카 일대는 갈수록 변방으로 밀려났다.
특히 오사카의 대기업이 하나 둘 본사를 도쿄로 이전하는 것을 막을 길이 없었다. 급기야 그들은 자기 지역을 지키기 위해 지역정당을 만들어 지금 ‘오사카유신회’라는 젊은 정치인이 지도하는 지역정치 집단이 지방선거를 통해 오사카부와 오사카시 행정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그들은 일차적으로 오사카 주변을 도쿄도처럼 하나의 광역권으로 만들어달라고 중앙정부에 요청하고 있는 중이다. 이미 그들은 사실상 중앙정부와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독립성을 강조하는 별도의 지방정부의 모습을 강력하게 보이고 있다. 아베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도 이곳 선거에서는 별 힘이 없다. 이 역시 ‘일본 열도의 역설’이다.
부당한 외세의 개입으로 오랜 세월 동족분쟁과 국토분단으로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아온 우리 민족에게 한반도의 평화는 꼭 이뤄야 한다. 그러나 이로 인해 국민 개개인의 삶이나 지역의 미래 경제의 지리적 상황은 또 다른 변수나 국면의 전개가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부울경은 지금도 그런 생각이 적지는 않지만 서로 더 연합하고, 서로 더 협력하고, 서로 더 교류하면서 점차 다가오는 한반도 평화의 시대를 반기면서도 지역 내에서는 더 화합하고 단단히 결속을 다지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글로벌애널리스트·경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