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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진 칼럼] 북항은 진정한 부산의 미래가 되어야 한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12-13 19:21:21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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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북항에 대한 얘기가 연일 세간에 오르내린다. 복합 재개발을 하자, 부산역과 입체로 연결하자, 제1부두를 보존하자,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자, 오페라하우스를 짓자, 항구와 물류역사를 제대로 담자, 부산세관을 지키자 또 이전하자, 카지노를 유치하자, 야구장을 짓자, 복합리조트를 건설하자, 아카이브센터가 필요하다, 국립해전사박물관을 유치하자, 국제적인 수변공원을 조성하자, 2030 엑스포를 개최하겠다, 순국 파월장병의 추모공간이 필요하다, 크루즈 부두가 필요하다, 마리나가 살아야 한다, 청년들의 삶터가 되어야 한다, 트램만으로는 부족하니 영도와 해저터널로 연결하자, 자성대 사일로를 재활용하자, 충장로를 완전히 지하로 보내자, CY부지와 조차장을 통합 개발하자, 동천을 통해 서면을 잇자, 55보급창을 공원으로 바꾸자, 원도심과 하나로 통합하자, 부산 관광의 보고가 되어야 한다, 시민이 주인인 스마트 도시가 되어야 한다 등등. 정말 다양하다. 가짓수를 과감히 줄여야만 잘할 수 있음을 알고 있지만 북항 재개발에 얽힌 여러 갈래의 주장이 우릴 혼란스럽게 한다.
사실 북항은 이럴 수밖에 없는 곳이다. 150여 년 세월 동안 묵혀두고 쌓아두었던 부산의 숙원들을 한꺼번에 풀고 싶은, 또 풀어야 하는 그런 땅이다. 그런데 우리가 이 많은 일을 어떻게 한꺼번에 풀 수 있을까. 무엇을 먼저하고 또 핵심으로 삼아야 할까. 고층빌딩들로 채워진, 긍정의 영향력은 부족한 그런 부실한 곳이 되진 않을까.

2주 전 부산시는 ‘북항의 기적’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5개월간 중단돼 있던 부산오페라하우스 공사를 재개했다. 기능과 명칭도 (가칭)부산복합문화공간으로 바꾸고 원도심 쪽으로 역사문화벨트, 서면 쪽으로는 창의문화벨트를 양쪽에 배치해 북항을 통해 도심부 전체를 살려내자는 큰 그림을 발표했다.

하지만 여러 걱정이 뒤따른다. 2500억 원은 엄청난 돈이지만 북항의 핵심 거점을 만들기에는 크게 부족하다. 비교와 경쟁이 불가피한 함부르크 하펜시티의 엘베필하모닉공연장은 1조 원 이상이 투입됐다 한다. 5분의 1 정도의 돈으로 시민 모두를 포용하고, 국제 수준의 오페라를 공연하고, 또 글로벌 관광 메카로 만들겠다는데, 과연 가능할 수 있을까. 자칫 덩치에 비해 감동은 턱없이 부족한 평범한 복합문화공간이 되지는 않을까. 또한 양 날개로 설명하는 벨트들의 실체도 궁금하다. 기존 시설만 쭉 나열해 놓고 그냥 벨트라 부르는 것은 아닐까. 5개월 동안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을 텐데, 환부의 근원에는 메스를 대지 못한 채 오페라하우스 건설 논리만을 합리화시킨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비판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대안을 얘기하고 새로운 길을 열어야 한다. 시민은 북항이 이리 되어 주길 분명 바라고 있다. 150년의 부산 역사에 커다란 혁신의 방점을 찍어 주길, 지방도시 부산이 아닌 국제도시 부산의 출발점이자 촉발체가 되어 주길, 가진 자들의 섬 같은 부동산이 아니라 모든 시민의 천국이 되어 주길, 자동차보다는 걷는 것이 편한 그런 자유지대가 되어 주길, 글로벌 기업들과 외국인들이 활보해 주길, 광복동과 서면이 길고 두툼한 하나의 도심으로 연결되어 주길, 청년들과 어르신들의 웃음소리가 합창이 되기를. 2018년 12월 현재, 우리의 이런 희망은 욕심이고 사치일까. 절대 아닐 것이다. 당연히 가질 수 있고 마땅히 그리 되어야 하는 시민의 요청이고 시대적 사명이다.

부산은 높고 넓은, 멋진 꿈을 가져야 한다. 허황되거나 거창한 꿈이 아니라 후손들이 부산에서 살아감을 행복으로 여길 수 있는 그런 꿈을 말한다. 북항은 그 꿈을 실현시켜줄 수 있는 특별한 잠재력을 가진 곳이다. 우리나라의 최초의 개항장으로서 역동적이었던 근대역사를 고스란히 보유하고 있다. 고속철도 종점역이 이렇게 바다와 가까운 도시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북항은 태평양으로 크게 펼쳐진 해양을 갖고 있다. 바로 옆이 원도심이고, 동천을 통해 또 다른 도심인 서면과 연결되어 있다. 겨우 네 가지 정도만을 적었을 뿐인데도 가슴이 벅차 온다. 우리는 북항을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곳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최소 부산 개항 200년을 얘기할 수 있을 때까지 부산을 먹여 살리는 것은 물론 대한민국의 진정한 얼굴이 되게 해야 한다. 그러나 그저 되진 않는다. 엄청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면 가질 수 없는 일이다. 그 희생은 무엇보다 먼저 우리 스스로의 큰 변화를 요구한다. 스스로 혁신하지 않고 경직된 제도만을 추종하거나 돈 타령만 한다면 결국 우린 지방도시의 그저 그런 모습으로 개발된 수변단지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떤 북항이 되어야 할까. 무엇을 담고 품어야 할까. 몇 가지 키워드를 떠올려 본다. 우선 ‘복합’이다. 북항에서는 고속철도와 공항터미널, 지하철과 트램이 완벽하게 결합된 입체적인 복합환승이 가능해야 한다. 심지어 북항에서 배를 타고 공항으로 바로 갈수도 있어야 한다. ‘통합’도 빠뜨릴 수 없다. 예를 들면, 북항과 원도심의 경제가 하나로 움직이고, 깨끗한 물이 흐르는 동천을 통해 북항과 서면이 완벽히 결합돼야 한다. ‘특화’도 필요하다. 동북아시아 항구들을 뛰어넘어야 한다. 글로벌 기업들을 끌어들이고 문화예술이나 미래도시를 테마로 하는 특별한 대학들을 유치해 다양한 신성장동력이 북항에 넘쳐나게 해야 한다. 마지막은 ‘공유’다. 현재의 시민 모두는 물론 부산에서 살아갈 미래의 후손들도 북항을 똑같이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하나로 묶어보자. 문뜩 떠오르는 용어가 있다. ‘플랫폼 레볼루션(platform revolution)!’ 그렇다. 북항은 복합, 통합, 특화, 공유가 함께 폭발적으로 융합되는, 그것이 강력한 기반이 되는 ‘플랫폼 도시’를 지향해야 한다. 북항을 4차 산업혁명의 진정한 실천의 장으로 움직여 가야 한다. 큰 희생과 도전, 그리고 역발상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역행하는 초라하고 왜소한 북항을 후손에 넘겨줄 순 없지 않는가.

경성대 도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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