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공정사회와 인문학 /조충영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12-17 19:16:52
  •  |   본지 2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며칠 전 서울 강남 아파트 재건축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대형 건설사들이 조합원 등에게 수십억 원을 건넸다는 수사 발표가 있었다. 규칙을 지키지 않고 돈을 건네고 공사를 따내려고 한 것이다. 재개발, 재건축은 많게는 수조 원까지 드는 사업이라 이권이 엄청나기에 법을 무시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불법을 저질렀다.

경쟁에 있어서 규칙을 지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서울 모 여고에서 벌어진 시험문제 유출도 결국 공정한 경쟁을 하지 않아 문제가 된 것이다. 공정이 왜 중요한지는 여기서 설명을 하지 않아도 누구나 잘 알고 있다. 반칙은 힘 있고 가진 자만 유리하고 정작 실력 있는 사람이 설 자리가 없고 그러한 불평등 상태를 지속시킨다. 다양한 구성원이 어우러져 조화롭게 살아가야 할 우리 사회가 존립할 수 없게 만든다. 공정한 경쟁을 한다는 것은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자신의 위치를 알고 상대방을 존중함에 있다.

인문학의 사전적 정의가 인간과 인간의 근원문제, 인간의 사상과 문화에 관해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하지만 결국 사람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리라. 한자로 인문학이라고 할 때 ‘글월 문(文) 자’도 원래는 무늬라는 뜻이다. 사람이 가지는 저마다의 무늬를 알고 존중하는 것이다. 공정의 규칙을 지키고 이를 어기는 자에게 징벌을 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벌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왜 사회의 규칙을 지켜야 하는지를 아는 게 훨씬 중요하다. 그게 사회 수준이며 이러한 것을 알게 해 주는 것이 인문학이다. 요즘 인문학을 배우고자 하는 모임이 생기고 TV에서도 여러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책도 많이 나와 인문학 열풍이라 할 정도다.

바람직하기는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인문학의 방향이 사람을 이해하기 위한 것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하려고 하는 경향이다. 취직을 위해, 영업에 도움이 되기 위해, 사람과 좀 더 많이 사귀기 위해 등등. 물론 인문학을 알고 그에 따라 이러한 것들이 자연스럽게 따라와 취직이나 영업이나 사람을 사귀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지만 인문학 본래 목적은 아니다. 인문학을 배워 사람을 이해하고 그 사람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우리 사회를 이해하게 된다면 반칙이라도 좋으니 나만 잘 먹고 잘살면 된다는 생각이 줄어들 것이고, 사회 수준은 좀 더 올라가지 않을까.

형사법에 페리의 ‘범죄포화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이는 범죄란 항상 포화상태에 있다는 것인데 동일한 사회조건이라면 범죄자를 격리하더라도 여전히 같은 수만큼 범죄가 발생하며 범죄의 발생은 항상 포화상태에 있다는 내용이다. 범죄를 엄벌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며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사회 조건의 변화, 즉 사회의 수준을 높여야 함을 말해준다. 형사체계가 다른 미국에서 흉악범에 대해 수백 년의 형을 선고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같은 종류의 범죄에 수 년 또는 십수 년의 형을 선고하면 처벌이 미흡하다고들 한다. 그러나 미국이 우리보다 흉악범죄가 적게 발생하는가. 성범죄에 대해 가장 엄한 처벌을 하고 있는 나라가 성범죄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나라다.

규칙을 어기는 사람을 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엄벌만으로 우리 사회의 공정을 지키기는 어렵다. 참여자 모두 공정의 규칙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납득해야 한다. 그건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은 모두 소중하다는 것을 아는 것이고 그것을 알려주는 것이 인문학이다. 그렇기에 공정한 사회를 위해 인문학이 필요한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신제품을 내놓을 때 새로운 기능을 고민하면서 공학적으로 접근한 것이 아니라 사람의 감성을 이해하는 인문학적인 접근을 해 그에 따라 설계하고 기능을 추가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잡스 사망 후 애플의 제품에서 이런 인문학적 접근이 사라질까봐 걱정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첨단 기능만 추가되고 더는 사람의 감성을 만족시키는 제품은 나오지 않을까봐 말이다. 미국의 명문대 중 세인트존스 칼리지가 있다. 그런데 이 학교는 대학 4년 내내 전교생이 소크라테스부터 니체까지 200권의 고전을 읽고 토론하며 에세이를 쓰는 게 전부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가 미래를 내다보지만 그 방법은 오로지 과거를 깊이 탐색하는 것이라는 평을 한 적이 있다. 인문학이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학문이고 우리의 생활을 훨씬 풍요롭게 한다. 공정은 바로 그 인간다움에서 나오며 이를 배우는 게 인문학이다. 인간다움이 전제되지 않으면 공정사회도 어렵다.

변호사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2. 2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3. 3“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4. 4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5. 5‘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6. 6[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7. 7시민이 만든 '부캉이' 공공 자산으로…부산시, 상표권 독점 막는다
  8. 8“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9. 9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10. 10김해시민 민생회복지원금, 2주 만에 지급률 80% 돌파
  1. 1[속보] “전두환 내란 아냐” 김태규 ‘제명 촉구 결의안’의결
  2. 2‘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3. 3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4. 4[속보]우크라 외무 “한국 중요해…외교적 오해 해결바라”
  5. 5김민석 부산 찾아 “전재수 시정 성공시키겠다”
  6. 6李대통령 “우크라, 상대국 원수 거짓말쟁이 만들어…사과 거부시 추가 조치”
  7. 7국힘, 중수청 앞서 “범죄자 천국될 것” 여론전(종합)
  8. 8李 “김지용, 친윤 아닌 반윤 검사” 중수청장 청문 요청키로
  9. 9靑 “이 대통령 ‘불의의 사고’ 표현, 부상 장병 위로한 것…북한 면죄부 주려는 것 아냐”
  10. 10이 대통령,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청문요청안 재가
  1. 1“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2. 2동래 플래그십 문 연 ‘르노’…미래차 R&D센터 내년 오픈
  3. 3삼성중공업, 올해 LNG운반선 20척 수주. 글로벌 경쟁력 입증
  4. 4북극 누빈 아라온호, 항로예측 기틀 마련
  5. 5최태원, 9440억 규모 SK 지분 매각 결정…노소영 재산분할액과 같은 규모
  6. 6신한은행 해킹 서버서 “‘중국어 AI 침투도구’ 흔적 발견”
  7. 7대선주조 부산 문화 앞장…‘부산국제록페스티벌’ 8년째 후원 행보
  8. 8국민·하나·부산은행도 당했다…금융권 해킹 피해 확산(종합2보)
  9. 9신한銀 2만5000명 고객정보 털렸다…당국 조사
  10. 10"건보료 재정누수 심각…1000만원 초과 고액체납 2배 급증"
  1. 1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2. 2“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3. 3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4. 4‘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5. 5시민이 만든 '부캉이' 공공 자산으로…부산시, 상표권 독점 막는다
  6. 6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7. 7김해시민 민생회복지원금, 2주 만에 지급률 80% 돌파
  8. 8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9. 9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10. 10“기관장 인선, 유능하면 지역 불문…산은 유치 채널 총동원”
  1. 1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2. 2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3. 3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4. 4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 인도에 져 은메달…8연패 무산
  5. 5성적 부진·단장 공백·감독 결별·구단주 경고…김해FC ‘사중고’
  6. 6자존심 지켰다…남자 양궁 리커브 단체전서 금메달
  7. 7LoL 대표팀, 대만 꺾고 아시안게임 금메달…무실 세트 제패
  8. 8HJ중공업, 8∼11일 KLPGA 챔피언십 대회 주최…부산서 처음 열려
  9. 9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10. 10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국제칼럼 [전체보기]
개헌 말하려면 헌법 준수부터
나림 이병주, 더 일찍 법(法)으로 통(通)했다
기고 [전체보기]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상어가 떠난 뒤, 북항에 남겨야 할 것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영산회상, 불교음악에서 풍류음악으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민원인(들)
AI 패권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직업병에 대한 자세, 무지와 고의 사이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생곡소각장 정치적 셈법보다 원칙대로 추진해야
알래스카 LNG, 협력하되 국익이 최우선이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청년기본법, 청년친화도시
인공지능(AI)과 인류 멸종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무(武)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