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시장의 주요 시정 모토는 ‘행복도시 부산’이다. 다소 추상적이긴 하지만, 시민이 행복한 도시야말로 지자체장이 꿈꾸는 최대의 가치라는 건 두 말할 나위가 없다. 물론 시민마다 행복의 주안점이 다르긴 해도 지향점은 하나일 것이다. 바로 살기 좋은 도시다. 이전 시장들 또한 수식어만 조금씩 다를 뿐 시정의 궁극적인 목표는 마찬가지였다. 어쨌든 유독 행복도시를 강조하는 건 역설적으로 부산이 별반 행복하지 않은 도시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특히 대한민국 제2의 도시 위상은커녕 여타 대도시보다 한참 떨어지는 각종 지표를 보면 더욱 그렇다.
최근 보도에서 접한 지표만 해도 우울한 내용 일색이다. 서울대 연구팀이 발표한 ‘국민건강지수’ 조사 결과 부산은 1점 만점에 0.526점으로 낙제 수준이었다. 건강보험공단, 통계청, 삶의 질 학회 등에서 집계하는 국민건강 지표를 통합해 분석한 조사다. 부산은 17개 광역단체 중 14위로 최하위권이었다. 이뿐 아니다. 행정안전부의 ‘2018년 지역안전지수 평가’에서 부산의 자살자 수는 특별·광역시 중 인구 대비 최고 수준이었다. 살인 강도 강간 절도 폭력 등 5대 강력범죄의 발생건수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긴 그다지 놀랄 일도 아니다. 부산의 각종 지표가 대도시 중 꼴찌 수준인 게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업률은 말할 것도 없고 출산율, 고령화율, 경제활동참가율 등은 바닥에서 헤어날 줄 모른다. 여기에다 인구 증감률, 미세먼지 농도, 문화시설 수 등 세세한 항목까지 들어가면 ‘꼴찌 수준 부산’이 수두룩하다. 물론 상대적으로 부산이 나은 지표도 없지 않다. 여기에다 언론 특성상 부정적인 부분을 부각하다보니 이런 측면만 돋보였을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전반적으로 부산이 행복한 도시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게 분명한 사실이다.
오 시장이 ‘행복도시 부산’이란 모토를 내세운 것도 이 때문이겠다. 이를 위해 시는 이달 초 시민들을 초청, ‘부산사람 행복 찾기, 시민행복교실’이란 행사도 열었다. ‘시민행복’ 시정을 위해 시민행복지표를 개발한 과정을 소개하는 게 주안점이었다. 시민행복지표는 지난 10월부터 시민과 전문가 의견을 모아 개발한 것이다. 개인 가족 공동체 도시 등의 10개 영역에 객관지표 43개, 주관지표 21개 등 64개 후보지표로 구성됐다. 이 지표는 내년부터 시민 행복을 높이는 방향으로 활용될 예정이라는 게 시의 설명이다.
개인이든, 공동체든 지표는 자신이 처한 현실을 직시하고 올바른 방향을 찾는 나침반과 같다. 시가 ‘행복도시 부산’을 위해 스스로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겠다는 점에서 다양한 지표가 개발됐으리라 믿는다. 그러나 말이 ‘행복지수’이지 사실상 세부항목의 상당수는 부산의 열악한 현실을 담고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어쨌든 현재 좌표와 목표를 명확히 함으로써 여러 관련 정책을 개발하는 데 유용한 수단임은 부인할 수 없다.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시가 이런 종류의 지표를 개발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어서다. 전임 시장 시절인 지난해 시는 ‘시민공감 도시지표’라는 걸 개발한 적이 있다. 생활지표 30개, 경쟁력지표 19개, 비전지표 31개 등 3개 영역 80개로 구성돼 있다. 몇 개월간 시민 공모와 원탁회의, 전문가 검토를 거친 개발 과정 또한 비슷하다. 당시 시는 여기저기 흩어진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고, 단순히 통계만 있는 게 아니라 정책 목표를 제시해 의미가 크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나 ‘시민공감’이 ‘행복’으로 바뀌었을 뿐 두 지표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다소 의문이다.
‘시민공감’이든, ‘행복’이든 시가 이런 지표를 개발하는 것 자체를 폄하할 수는 없다. 다만, 지난해 전임 시장 시절 공들여 만들어 둔 지표들이 있는데 이는 내팽개치고 비슷한 걸 개발하는 수고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과거의 지표와는 다르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세부항목에 차이가 있고 아무리 목표를 정해놓는다고 해도 이런저런 지표가 해결책을 그냥 제시해주는 건 아니다. 자칫 진단만 넘치고 처방은 빈약한 지표놀음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드는 까닭이다.
처방에는 제대로 된 원인 분석이 필수적이라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물론 시정 자체가 부산의 열악한 각종 지표를 개선하려는 처방의 일환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팍팍하기만 하다. 그렇다면 기존의 처방에 문제가 없었는지 되돌아 봐야 한다. 개별 지표 개선도 중요하지만, 하나같이 바닥인 지표들의 연관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등의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아무런 해법도 주지 못하는 지표 개발에 지나친 노력을 쏟을 게 아니라, 이제는 정확한 처방에 시는 물론 시민과 전문가의 지혜를 모아야 하는 것이다. 재삼 강조하지만 ‘행복도시 부산’은 결코 거저 오지 않는다.
논설실장 jj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