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도 다 지나간다. 올해도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특히 개인적으로 독자위원을 하면서 따듯한 선행이나 미담보다는 불편한 진실의 기사들을 먼저 챙겨 본 것 같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세상을 더 각박하고 삭막하게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12월을 돌아보면서 우리 사회에 많이 등장했던 기사나 이슈로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정치권의 무례한 정치 공세와 밀실 야합, 죽음의 외주화와 비정규직의 설움,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대형 인재인 KTX 탈선사고와 무자격자의 보일러 시공으로 인한 아까운 청춘들의 죽음 등이 있다. 선진국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대한민국의 민낯에 아쉬움과 불편함을 감출 수가 없다.
2018년도 국제통화기금(IMF)의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은 3만2775달러로 세계 29위이며 인구 1000만 명 이상의 국가를 기준으로 할 때 세계 10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나의 삶이나 경제 수준은 나아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양극화를 경험하고 청소년들은 학업으로, 청년들과 중·장년은 일자리로, 노년층은 노후대책으로 전 연령층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이러한 현실 세계에서 자유롭고 풍족한 세대는 극히 일부분이며 대다수는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더욱 더 워라밸이니 힐링이니 하며 삶의 질을 높이고 개인의 삶에 더욱 충실하고자 하는 가치관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광복 이후 전란을 겪으며 헐벗고 굶주린 삶에서 부모 세대의 희생과 노력으로 감히 상상하지도 못한 1인당 3만 달러 시대를 경험하며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여 물질문명의 풍족한 사회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물질의 풍요 속에서도 사회의 다양한 계층과 부류는 저마다의 불편과 부적응으로 소외되고 있으며 다양한 가치관과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의 시대정신은 무엇인지,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가치는 무엇인지 심사숙고하며 집단 지성을 발휘해야 할 때이다.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는 임기응변식 땜질 처방으로 인한 효과는 이제 사라졌다. 지금은 원칙과 기본에 충실해야 할 때이다. 그 중심에 국민이 있어야 한다. 미국의 토마스 제퍼슨도 민주주의라는 나무는 피를 먹고 자란다고 했지 않았던가. 지금까지는 사회 곳곳에서 힘 없고 소외된 우리 사회의 모순과 약자의 피를 먹고 자란 대한민국이라면 지금부터는 다시 그들을 위해 원칙과 기본을 바로 세우며 국민을 중심에 놓고 국민과 함께 나아가야 한다. 더 이상 피를 먹고 자라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형식과 절차와 원칙을 먹고 자라는 성숙한 민주주의로 성장해야 한다.
우리는 지난 역사를 돌아보면서 잘못된 역사의 되풀이를 반성하고 새로운 성장의 역사로 만들어나가야 한다. 구의역 참사를 오늘도 다시 되풀이하고, 폭력에 순응하고 체벌을 당연시하던 잘못된 역사를 기억하면서도 금메달만 최고이고 1등만 기억하고 있다. 1등만 기억하는 세상이라고 조롱하면서도 말이다. 이게 나라냐고 촛불을 들고 새로운 변혁의 중심에 참여하는 국민이 성숙한 민주주의의 역사를 창조했다. 다시 한번 주위를 둘러보고 시대정신을 찾아야 할 때이다. 가난하고 소외된 우리의 이웃을 위한 세상을 위해 그것이 곧 나 자신을 위하는 길이도 하다. 언제 어느 곳에서 힘없고 나약한 나 자신이 희생될지 모르는 사회 속에 안전한 사회망을 확보하는 것은 바로 지금 옛일을 돌아보고 원칙과 근본을 세워 지속 가능한 사회로 발돋움하는 것이다.
한겨울 추위 속에서도 거리에는 캐럴이 울려 퍼지며 성탄을 축하하고 있다. 특정 종교를 국교로 신봉하지 않는 우리나라이지만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며 이 땅에 평화가 넘쳐나기를 바라면서 성탄의 의미를 되새기고 점점 삭막해지는 이 세상에 평화와 축복을 기원하고 있다.
2000여 년 전 서아시아 변방에서 태어나 자신의 삶을 치열하게 살다 끝내 기득권 세력과 정치인, 종교인의 박해 속에 쓸쓸히 죽어갔던 한 청년이 새롭게 부활하여 이 세상 역사의 중심에서 지금도 되새김질하며 오늘을 되돌아보게 한다. 한 젊은이가 외쳤던 천국의 이야기와 이 땅의 평화를 기원하던 삶의 모습이 오늘, 지금 이 시대를 돌아보게 한다. 평화와 생명이 넘쳐나기를.
이주민문화센터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