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과의 협력은 인간 생존에 매우 중요하다. 이 때문에 우리는 사회적으로 인정받기를 평생토록 원한다. 문제는 타인의 존재가 이토록 중요한 줄은 알면서 타인을 귀하게 여겨야한다는 사실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나 자신이 존중받아 마땅하다는 신조는 다른 사람 또한 존중받아야 한다는 사고로 확장될 수 없는 모양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이나 행동은 자신의 것보다 더 많이 알기 당연히 어렵다. 타인의 처지를 고려하려면 우리 두뇌는 마치 중대한 결정을 할 때처럼 출력을 높여야 한다. 편한 길만 추구하고 게으른 두뇌는 편의대로 타인을 추측하고 자신의 판단을 의심하려하지 않는다. 자기중심적 사고에 빠지게 되어 결국 타인과 나 자신에 대해 잘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것이다.
100만 명을 대상으로 적성검사를 실시하면서 검사의 최종 결과가 나오기 전에 자신의 성향과 능력을 예측해보게 했다. 연구결과, 자그마치 70%에 달하는 사람이 자신의 리더십을 평균 이상일 것이라 예상했다. 평균은 정확히 50%인데 70%의 사람이 평균 이상이라고 답한 것이다.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을 평균 이상의 능력을 갖췄다고 긍정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대인관계에 관해서는 무려 85%의 사람이 자신은 주변사람과 잘 지내며 주변사람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확신했다. 더 놀라운 건 대인관계 우수성 상위 1% 이내에 자신이 포함될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25%에 달했고, 자신의 대인관계 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이 많은 부분 양보하고 배려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평균 이상의 능력이나 성품을 지녔으며 남들보다 더 긍정적인 특성을 갖추었다고 생각하고, 동시에 부정적인 특성은 평균 이하라고 믿고 있다. 예컨대, 학생들에게 공동과제를 주면 다른 구성원에 비해 자신이 더 많이 참여했다고 묘사하는 경향이 강하다. 과장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자신은 과제의 많은 부분에 기여했다고 믿고 있다. 회사에서도 비슷한 일은 빈번하다. 함께 팀으로 일했지만 저마다 자기가 다른 팀원에 비해 많은 일을 한 것으로 생각해 인센티브에 불만이 있다. 만약, 딱히 불만이 없다면 자신이 남들보다 관대한 사람인 것으로 합리화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다른 남자보다 평균 이상으로 잘하는데 도대체 애인은 뭐가 불만인지 모르겠다고, 나 같은 남자친구 있으면 나와 보라하고 싶단다. 나보다 집안일을 잘 도와주는 남편이 어디 있다고 아내는 늘 힘들다고만 해서 힘들단다. 집에서 살림하고 아이 보는 일이 뭐가 힘들다는 건지 도대체 이해되지 않는다고 되레 하소연이다. 나처럼 좋은 배우자가 어디 있으며, 나처럼 학생들의 입장을 배려해주는 선생이 어디 있을까. 나보다 직원들을 인격적으로 대하고 가족처럼 아끼는 상사는 아마 드물 거라 자부하기도 한다. 자기중심적 사고는 우리의 일상적인 머릿속 광경이다. 특수한 형태의 사고패턴이 아니라 평범하고 예사로운 신념인 것이다.
인간은 주어진 삶을 살아내는 동안 인생에 대한 의미가 반드시 필요하다. 단순히 생존한다는 수준을 넘어 내 삶에 가치로운 의미를 부여하면 인생은 한결 정당해지고 안도감이 든다. 자기 위주의 우월적 신조는 다른 조건들로부터 채우지 못한 나 자신의 존재감을 스스로 충족하려는 노심이다. 이 때문에 나는 타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기 원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친절을 사적인 관심으로 이해하거나 상대방의 거절의사를 반어적 표현으로 해석하는 건, 타인에게 인정받지 못한 굴욕감을 해소하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한다. 타인의 메시지를 자기 위주로 왜곡시키는 편향되고 이기적인 사고다.
내가 아닌 타인도 자신만의 신념과 생각을 갖는다는 사실은 인간이 완벽히 내면화할 수 있는 지식이 아니다. 긴 시간에 걸쳐 학습하고 반복된 숙지를 요하는 높은 수준의 지성이다. 정확히 말해 우리는 결코 습득하지 못한다. 그래서 매번 새롭게 기억해야한다.
타인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것은 어쩌면 절대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내가 다른 사람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음을 아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이해가 아닐까. 타인의 마음을 감히 이해할 수 없다는 마음이야말로 올바른 존중인지도 모른다. 참된 이해와 존중은 나와 다른 사람의 경계를 혼동하지 않는 것으로부터 온다. 우리는 나와 타인을 끊임없이 이해해야 한다.
인지심리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