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음악은 음양오행 사상과 관련이 깊다. 특히 궁중음악에선 악기 배치와 장식, 치수, 색깔, 문양, 연주 순서 등도 하나같이 음양오행의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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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국악원 종묘제례악 연주 모습. 국립국악원 제공 |
음양의 ‘음’은 청색, ‘양’은 붉은색을 의미하며 각각 하늘과 땅을 상징한다. 오행은 세상을 이루는 기본 요소인 나무(木)·불(火)·흙(土)·쇠(金)·물(水)을 가리킨다. 이 각각에 해당하는 방향과 색깔을 가리켜 ‘오방색’이라 부른다.
전통음악은 크게 정악과 민속악으로 구분된다. 정악에는 제례악 등 궁중음악과 선비음악, 민속악에는 민간에서 행해지던 판소리, 산조, 풍물음악 등이 여기에 속한다. 민속악이 개인의 감정을 잘 나타내는 장르라면 정악은 감정의 절제와 그 음악에 내포돼 있는 의미와 가치를 중요시하는 음악이다.
제례악에서 음양오행 사상이 도드라지게 나타난다. 악기 배치도 단상 위에는 ‘양’을 상징하는 등가, 아래에는 ‘음’을 의미하는 헌가로 각각 배치한다. 특히 네모난 절구통처럼 생긴 축(柷)은 봄을 상징하고 해가 뜨는 동쪽에 배치해 음악이 시작할 때 사용한다. 축과 짝을 이루는 어(敔)라는 악기는 백호가 엎드린 모양으로 흰색에 해당하고 해가 지는 서쪽에 배치해 음악이 마칠 때 사용한다.
음악도 음양의 원리에 맞는 음마다 12달의 의미에 어울리는 음계로 연주했다. 제례악에 사용하는 큰북의 북편 가운데 세 가지 색상의 삼태극(三太極) 문양은 ‘천지인’ 삼재를 상징하고, 그 둘레를 오방색으로 칠한 것은 ‘하늘’을 상징하는 음양오행의 우주관을 표현한 것이다. 타악기인 16개의 종이 달린 편종과 16개의 대리석이 달린 편경은 각 음이 12율 4청성으로, 12율은 12달을 상징한다.
제례악에서 두 악기를 음과 양으로 나눠 한 쌍으로 배치한 악기로 금(琴)과 슬(瑟)이 있다. 예부터 사이 좋은 부부를 ‘금슬이 좋다’고 하여 부부애를 상징했다. 훈(塤)과 지(篪)라는 악기는 ‘훈지상화(壎篪相和)’라 하여 형제 간의 우애를 상징하여 늘 함께 편성했다. 제례악에서 지휘자 격인 악기 박(拍)을 치는 회수에도 음양오행의 상징이 숨어 있다. 박을 한 번 쳐서 음악의 시작을 알리는 숫자 ‘1’은 모든 만물이 생기는 처음을 상징하고, 마지막에 박을 세 번 쳐 마치는 숫자 ‘3’은 음양이 화합해 완성을 의미하는 상징성을 담고 있다.
전통음악 장르 중 제례악은 음악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음양오행 사상의 상징성으로 표현되는 총체적인 예술이다. 음악 자체의 감상에 앞서 그 속에 담긴 의미와 상징성의 이해는 선조들에게 물려받은 정신적 문화유산의 가치를 새롭게 느낄 수 있게 해줄 것이다. 2019년 새해 아침 우리나라 국가무형문화재 제1호이자 유네스코 인류 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선정돼 세계무형유산으로 지정된 종묘제례악을 한 번 감상해보시기를 권해드려 본다.
소리 연주회 소리 숲 대표·음악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