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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좋은 세상에 던지는 덕담 한 줄 /유정임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1-06 19:21:25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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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쏟아낸 나에 대한 날카로운 얘기를 나만 모르고 있었다. 우연히 전해들은 ‘나’에 대한 ‘남’의 평가. 달갑지 않았던 그 얘기는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떠올라 내 속을 후벼팠다. 그러던 어느 날 외지에서 온 친구에게 큰 위안을 얻었다.

“열 명이 네 주위에 있다고 치자. 그중 세 명쯤은 네가 하는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대도 따라와. 또 다른 세 명쯤은 썩 내키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따라와. 나머지 서너 명은 입이 댓발 나와서 너를 비난해. 그 정도면 성공인 거야. 어떻게 남들이 다 너를 좋아할 수 있겠니. 너도 싫어하는 사람 있잖아.”

그날 난 친구의 그말에 상처가 치유됐다. 그랬구나. 나도 누군가를 열렬히 미워하고 싫어하면서 소위 매를 벌고 있었구나. 내가 바라본 내 삶의 곡절은 ‘로맨스’였고 다른 사람의 나에 대한 평가는 ‘불륜’을 바라보듯 부적절하고 옳지 않다는 잣대를 갖고 있었구나. 사람 참 얄팍하다. 삶의 이력에 따라 똑같은 문제를 두고도 바라보는 눈높이는 다르다. 한 해의 출발점에서 나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본다.

나의 눈높이로 세상을 가르고 사람을 구분한다면 다른 사람을 타박할 일이 무엇인가. 모두가 같은 고통을 안게 될 것이 뻔하다. 한 해의 첫 시작. 다른 사람을 위해 덕담을 주고받는 이 출발선에서 타인의 눈높이를 이해하며 남에게 줄 덕담 짓기에 골몰해보기로 한다.

덕담의 특별함은 상대의 형편을 미리 헤아려 개개인에 맞도록 하는 ‘맞춤형 응원’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남의 입장을 헤아리며 이해해야 하는 것이 관건이다.

아이가 없는 집에는 “올해는 아이를 얻는다지”, 직장을 원하는 이에겐 “올해 원하는 직장에 취직했다지” 같은 과거형의 어투로 상대가 간절히 소원하는 일을 기원하는 의미다. 플레시보 효과와 세시풍속의 만남인 셈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언어가 주는 심리학적 위안의 효과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요즘 같은 경쟁의 시대는 사실 상대에게 주는 덕담마저 어렵게 만든다. 남이 승진하거나 합격하면 내가 피해를 봐야 하는 두렵고 공포스러운 경쟁 심리가 우리의 미덕을 아프게 바꿔 놓았다.

올해는 평소 진심 어린 덕담을 주고받을 수 있는 배려의 지혜를 배우고 싶다. 서로를 인정하는 지혜를 위해 ‘나는 항상 옳고 너는 항상 틀리다’는 마음속의 편견부터 벗어야 할 것이다.

2008년은 미국 역사의 한 획을 그은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버락 오바마는 대통령의 ‘자격’에 관한 관행적 생각을 송두리째 뒤엎으며 당선이 됐다. 당시 나는 흑인 인권운동의 성지 애틀랜타에 거주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이 있던 2009년 1월, 작은아이의 얘기를 통해 편견을 버리는 것이 무엇인지 뒤늦게 배웠다.

“오늘 학교에서 신기한 일이 있었어요. 담임선생님께서 ‘오늘 우리는 새로운 대통령의 취임 연설을 다 같이 들으려고 한다. 나는 백인이지만 오바마의 능력과 정책에 찬성해 그에게 투표했어. 너희들 중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도 있을거야. 취임식을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엎드려 있어도 좋다. 그랬더니 정말 다섯 명이 책상 위에 엎드리더라고요.”

아이의 짧은 설명은 깊은 감명을 주었다. 그날 오바마는 취임 연설에서 차이를 하나로 묶는 정신이야말로 미국의 정신이라고 강조하며 국민이 원하면 변화는 일어난다고 강조했다.

덕담을 주고받는 한 해의 출발점.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 사회는 산적한 난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모두가 원했던 변화 속에서 시간은 흘러가고 있다. 세상은 얼마나 변화했나. 우리의 기대는 여전한가. 각자의 대답이 각자의 마음에 있다.

잘못 들어선 길은 없다고 박노해 시인은 노래했다. 슬퍼하거나 포기하지 말라고도 했다. 편견을 버린다면,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은 따로 없으며 좋은 세상과 나쁜 세상도 따로 없을 듯하다.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어하는 좋은 사람들의 세상을 꿈꾸며 다시 힘차게 일어서는 한 해의 출발, 세상을 향해 뜨거운 덕담 하나 던져본다.

“세상아! 새해는 정말 달라졌다지. 모두가 간절히 바라던 그런 세상이 되었다지.”

부산영어방송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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