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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건 칼럼] ‘집권 3년 차 증후군’ 되풀이 않으려면

광화문 집무실 공약, 비난 받아도 철회 결단

3년 차 국정 운영 변화, 조급함과 불통 버려야 저주의 덫 걸리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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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 정치권이 또 한 차례 요란스럽다. 정치권의 공방이 언제 시기를 따졌겠냐만, 다들 덕담을 나눌 때인 만큼 그리 보기 좋은 모양새는 아니다. 물론 시빗거리는 청와대가 제공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누차 공약했던 집무실 광화문 이전 계획을 보류하겠다는 발표다. 이른바 ‘광화문 시대’ 개막을 장기사업으로 검토하겠다지만 사실상 공약 철회나 다름없다. 위원회까지 대대적으로 구성해 공약 실현 방안을 검토했는데, 주요 부지를 광화문 인근에서 구하기 어렵다고 결론냈다는 것이다.

새해 초 느닷없이 날아든 대통령의 주요 공약 파기에 야당이 가만 있을 리 없다. 애초부터 현실성 없는 거짓 공약으로 국민을 우롱한 것에 사과해야 한다는 공세다. 그럴 만도 하다. 선거 때 쏠쏠한 재미를 봐놓고 이제 와서 현실적 난관을 핑계로 딴소리를 하니 말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수위로 볼 때 야당의 공격은 그다지 심하지 않은 듯하다. 대통령 공약 파기가 문 정부만의 일이 아니기 때문일 터다. 박근혜 전 대통령만 해도 집권 1년여 만에 내버린 공약이 적지 않았다. 물론 비난할 만한 사안이긴 해도, 더 나가다간 ‘내로남불’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하긴 무리를 해서 광화문 이전을 실행하겠다고 해도 일부에서는 여전히 비판이 나올 것이다. 경제가 어려운 지금 같은 중차대한 시기에 굳이 많은 비용과 경호 우려 등을 무릅쓰고 강행하는 건 소통이 아니라 ‘쇼통’이라는 비난이다. 그럴 바엔 차라리 욕 한 번 먹더라도 깔끔하게 털고 가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 물론 야당 주장처럼 대통령의 진솔한 사과는 반드시 뒤따르는 게 옳다. 이보다 주목되는 건 이번 발표의 시점이다. 집권 3년 차인 새해를 맞아 실현이 어려운 공약은 접고, 선택과 집중에 힘을 기울이겠다는 뜻이 읽혀서다. 향후 국정 운영 방향의 변화 가능성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집권 3년 차 증후군’은 역대 어느 정권도 피해가지 못한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임기가 반환점을 돌면서 권력에 급속히 힘이 빠지기 시작하는 분기점인 만큼 마음을 강하게 다잡지만 현실은 3년 차의 저주로 돌아왔다. 더구나 문 정부는 3년 차는커녕 오히려 2년 차의 저주에 걸린 듯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길한 조짐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니 올해 3년 차를 맞는 문 정부의 의지는 더욱 강할 수밖에 없다. 광화문 시대 공약 철회 발표가 남다르게 다가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례로 볼 때 ‘3년 차 증후군’은 여러 양상을 띠지만 대략 몇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개혁 속도가 늦어지면서 피로도가 쌓여 지지율이 하락한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집권층 내부의 권력다툼으로 분열이 가속화하고 공직 기강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그러다 보니 마음이 조급해진 정권은 친위부대 또는 비선 실세에 의존하게 되고, 최악의 경우 권력형 ‘게이트’로 이어진다. 그 다음의 결과는 뻔하다. 지리멸렬해진 여당의 선거 참패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무엇보다 전 정권의 이런 패턴을 똑똑히 지켜본 문 정부로선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반면교사인 셈이다.

문 정부 스스로 경계한다지만 이 같은 조짐은 벌써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미 개혁은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지지율 역시 급속히 하락하고 있다. 크게 표면화하지는 않았지만 집권층 내부의 균열도 시간문제인 듯하다. 진실 여부야 어떻든, 김태우와 신재민의 폭로는 공직 기강이 무너지기 시작한 신호탄이나 다름없다. 이제 남은 것은 비선 실세의 등장 여부다. 물론 여태껏 측근이나 친·인척의 잡음이 없었던 만큼 이 부분만큼은 자신 있어 한다. 그러나 어느 정권 치고 비선 실세를 스스로 인정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걸 감안하면 이 또한 모를 일이다.

역대 정권이 3년 차 이후 결국 무너진 종착점은 대부분 사람의 문제였다. 그래서 최근 문 대통령의 복심이라 불리는 양정철 전 청와대 비서관의 한 언론 인터뷰가 눈길을 끈다. 그는 청와대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내가 안 간다’고 했다. 아무리 필요하다고 불러도 결코 들어가지 않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역대 측근들의 비극을 봐 왔다. 측근 문화도 바뀌어야 하고, 새로운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이유다. 비단 양 전 비서관만의 일이 아니다. 측근이라는 유혹을 떨쳐내지 않으면 같이 망한다는 그의 조언을 허투루 들어선 안 된다.

‘3년 차 증후군’의 징조가 달갑지는 않지만 결코 극복하지 못할 일도 아니다. 그런 점에서 광화문 공약 철회처럼 비난을 받더라도, 필요하다면 과감히 국정 운영 방향에 변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 어찌보면 ‘3년 차 증후군’은 조급함과 불통의 산물이다. 이전 정권의 숱한 사례를 볼 때 해법은 이미 다 나와 있다. 촛불로 탄생한 정권마저 그걸 두고 딴 길로 새는 잘못을 되풀이하면 더 큰 비극이다.

논설실장 jj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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