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는 많이 봤는데, 진짜는 한 번도 못 봤다. 실제로 보니 정말 압권이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MBC 탐사 예능 프로그램 ‘선을 넘는 녀석들-이탈리아 편’에서 진품 다비드상을 본 출연진의 반응이다. 이들은 피렌체에 있는 아카데미아 미술관을 찾아 미켈란젤로의 걸작이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조각품인 다비드상을 보며 감탄을 터뜨렸다. 기자 역시 TV를 보면서 지난해 피렌체에서의 추억이 떠올라 즐거웠다. 아카데미아 미술관에는 다비드상을 보려고 해마다 전 세계로부터 200만 명에 육박하는 관객이 몰린다. 메디치가의 소장품을 중심으로 이뤄진 우피치 미술관은 르네상스 예술의 보물창고다. 미켈란젤로, 도나텔로, 베로키오 등 르네상스 거장들의 조각 작품은 바르젤로 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다.
이처럼 미술관의 독보적인 컬렉션은 도시의 브랜드를 높이고 관광객을 끌어들인다. 국내외 미술관들이 미술사적 가치가 높은 작품을 앞다퉈 구입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부산의 양대 미술관 컬렉션은 이런 흐름에서 비켜나 있는 듯하다. 문제는 괜찮은 작품 한 점 구입하기도 힘든 예산이다. 부산시립미술관의 소장품 예산은 2017년 10억 원에서 지난해 3억 원으로 대폭 삭감됐다. 사하구 을숙도에 현대미술관이 개관하면서 예산이 많이 들자, 부산시가 시립미술관의 예산을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시립미술관의 지난해 소장품 구입 목록을 보면 국내 작가 7개 작품에 불과하다. 구입 과정에서 국내 유명 작가의 작품도 후보에 올랐지만 응모가가 6억여 원에 달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후문이다.
부산현대미술관의 사정도 마찬가지. 지난해 예산은 6억 원으로, 백남준 작가의 작품이 한 점에 10억 원이 넘는 것을 고려하면 거장의 작품은 아예 엄두도 못 내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미술관 개관 조건(소장품 100점 이상)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라 이 돈으로 40점을 구입했다. 올해 예산은 부산시립미술관이 5억 원, 부산현대미술관이 10억 원으로 여전히 부족하다. 한 해 평균 5억~10억 원에 불과한 예산으로는 연구 및 아카이빙 목적으로 지역 작가의 작품을 수집하기에도 벅차다. 소장품은 미술관의 경쟁력이자 도시의 문화자산이다. 그런 점에서 미술관 혁신의 첫 단추는 예산부터 도시의 격에 맞게 올리는 것이다.
문화부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