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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숲길] 따라온나 /손증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1-10 19:28:15
  •  |   본지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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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 두 대가 달리고 있었습니다. 교차로를 만나자 앞서 달리던 오토바이 운전사가 붉은 신호에 멈춰 서려는 뒤 오토바이 운전사에게 퉁명스러운 말투로 “따라온나!” 하더니 부르릉 내달립니다. 뒤따르던 오토바이 운전사가 정지 신호를 보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내 따라갑니다. 다행히 교행하는 차는 없었습니다.

‘따라온나!’할 때 그 말투가 매우 강압적으로 들렸습니다. 따라오지 않으면 혼자 가겠다, 버리고 가겠다는 의미를 강하게 내포하고 있었지요. 만약 이때 뒤따르는 운전사가 따라가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뒤따르는 운전사는 짧은 시간 고민을 했겠지요. 따라가지 않으면 버리고 가겠다는 앞 오토바이 운전자의 강압적인 말투. 비판 없이 무조건 추종해야 하는 이 상황에서 따라가면 불법인 줄 알지만 따라가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따르는 사람을 모아 패거리를 만들고, 따르지 않는 사람은 ‘왕따’시켜서 그 무리에서 배제하는 문화는 아마도 이런 환경에서 만들어지지 않았을까요? 이때 앞선 사람은 리더이기보다 독단과 독선으로 무리를 강압적으로 따르게 하는 보스일 경우가 많습니다. 보스가 이끄는 조직은 비판 세력이 없으니까 결국 권력은 사유화될 확률이 높습니다.

아이라 샬레프는 ‘똑똑한 불복종’에서 ‘잘못된 지시를 맹종하면 개인과 조직 모두 망한다’고 했습니다. 시각장애인 안내견은 모든 기본적인 명령에 복종하도록 가르침을 받고 난 후 전문적인 훈련사에게 ‘똑똑한 불복종’을 배웁니다.

예를 들어 시각장애인이 길을 건너기 위해 안내견에게 차도로 내려서라고 명령할 때 자동차가 소리도 없이 다가오면 개는 주인의 명령에 복종해서는 안 됩니다. 복종을 가르치는 것은 사회화 과정의 일부로써 어느 문화권에나 있습니다. 그 결과, 성인이 돼서도 조직의 명령 체계 속 공식적인 권위에 잘 따르게 되지요.

그러나 지시를 내리거나 규칙을 정하는 권위를 가진 사람들은 종종 실수를 하거나 의도적으로 잘못된 선택을 할 수도 있습니다. 시각장애인이 안내견에게 차가 오는 데도 길을 건널 것을 요구하는 것처럼 명령이나 규칙의 근거로 삼은 정보가 불완전할 수 있고, 지금은 유효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고, 완전히 틀릴 수도 있습니다. 의도는 훌륭하더라도 그들의 상황 인식과 판단력이 잘못됐을 수도 있지요. 만약 이런 지시나 규칙을 그대로 따른다면 어떻게 될까요? 충격적인 사실은, 역사 속의 수많은 반인륜적 범죄 행위가 ‘그저 명령을 따랐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입니다. 지금 누군가에게 잘못된 지시나 부당한 요구를 받고 있다면 ‘똑똑한 불복종’이 필요하다는 신호입니다.

‘청바지 꼰대’라는 말이 있습니다. 겉보기는 혁신적이지만 알맹이는 꼰대인 사람, 즉 무늬만 혁신적인 사람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청바지를 즐겨 입고 머리염색을 하고 아랫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해서 겉으로는 자유분방하고 혁신적인 사람처럼 보이지만 실체는 꼰대 성향을 지닌 사람을 말합니다. 꼰대는 일반적으로 실력이나 전문성보다는 비공식적인 관계로 일을 처리하려는 경향이 있고 나와 다른 생각과 행동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강압적으로, 자신의 가치관만 강조하는 보스 기질의 상사로 나이 학력 직급 근속과 같은 과거의 것들에 목숨을 걸고 인정받으려 합니다.

불법 음란물을 대량으로 유통하고 직원들에게 온갖 갑질을 일삼은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은 리더가 아니라 보스이고, 보스 중에서도 ‘청바지 꼰대’가 아닐까요? 양 회장의 범죄행각이 드러난 것은 오로지 내부고발자의 폭로 덕분이었다고 합니다.

내부고발자(內部告發者)는 영어로 ‘whistle blower’라고 합니다. 경찰관이 호루라기를 불어 범죄를 경계하고 위험을 경고하는 데서 유래했는데 내부고발은 조직구성원이 조직 안에서 발생한 불법, 부정부패, 비리, 예산 낭비 등을 감독·수사기관이나 언론 등에 알리는 행위를 말합니다.

양진호 회장이 강압적으로 “따라온나!”라고 했을 때, ‘양회장의 허위진술 강요로 내부고발 없이는 수사를 통해서도 진실이 밝혀지기 어렵겠다고 우려한’ 내부고발자 A씨가 ‘잘못된 지시를 맹종하면 개인과 조직 모두 망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결국 ‘똑똑한 불복종’을 선택한 거지요.

이 엄청난 범죄 행위를 세상에 알린 내부고발자 A씨의 큰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이 사건을 계기로 누군가에게 잘못된 지시나 부당한 요구를 받을 때 ‘똑똑한 불복종’을 할 수 있도록 사회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서 우리 사회가 좀더 투명하고 공평한 사회가 되길 기대합니다.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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