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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 칼럼] 생계급여 수급 노인과 ‘줬다 뺏는 기초연금’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1-10 19:18:37
  •  |   본지 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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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2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줬다 뺏는 기초연금’ 문제를 일부라도 해결하기 위해 예산 증액을 의결했다. 올해부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 수급 노인들에게 매달 10만 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를 위해 올해 국비 예산 4102억 원 증액을 의결했다. 그러나 이 예산은 예산결산특별위에서 전부 삭감되고 말았다. 보건복지위의 창의적 시도는 없던 일이 되고 만 것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 수급 노인들도 기초연금법에 따라 기초연금을 받는다. 기초연금은 소득하위 70% 노인들에게 지급되기 때문이다. 기초연금 지급액은 지난해 9월부터 20만9960원에서 25만 원으로 인상됐다. 또 2019년 4월부터 소득하위 20% 노인들에 대해 30만 원으로 인상된다. 생계급여 수급 노인들도 매달 30만 원의 기초연금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기초연금 수급액을 모두 뺏기게 된다. 정부가 기초연금을 줬다가 도로 가져가는 것인데, 시민사회는 이를 ‘줬다 뺏는 기초연금’이라고 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1999년 9월 시혜적 성격이 강한 생활보호법이 폐지되고 제정됐으며, 2000년 10월부터 시행됐다. 이후 모든 국민은 최저보장 수준 이하의 경제적 곤궁에 처할 경우 근로능력 여부와 연령 등에 관계없이 읍·면·동에 신청해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로 선정돼야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급여의 종류별로 수급자로 선정되는 기준이 모두 다르다. 생계급여는 해당 가구의 소득인정액이 기준 중위소득의 30% 이하라야 수급자가 될 수 있고, 의료급여는 40% 이하, 그리고 주거급여와 교육급여는 각각 43%와 50% 이하여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은 가구의 소득인정액과 기준 중위소득이다. 소득인정액은 소득평가액과 재산의 소득환산액을 합한 금액이다. 기준 중위소득은 정부가 매년 각종 복지 사업의 수급자 선정을 위해 산출하는 국민소득의 중위 값을 의미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의 생계급여는 수급자가 생계를 유지하도록 의복·음식물·연료비와 일상생활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금품을 지급하는 것인데, 구체적인 생계급여액은 생계급여 최저보장 수준에서 가구의 소득인정액을 뺀 금액이다. 여기서 정부의 생계급여 최저보장 수준은 생계급여 대상자 선정 기준과 같다. 즉, 기준 중위소득의 3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가령 2018년 현재 소득인정액이 월 15만 원인 1인가구 A 씨의 생계급여액은 소득인정액과 기준 중위소득에 달려 있다. 2018년 1인가구의 기준 중위소득은 167만 원이고, 생계급여 선정 기준이자 급여 기준은 기준 중위소득의 30%이므로 1인가구의 기준 중위소득 167만 원의 30%인 50만1000원이다. 그러므로 A 씨의 생계급여액은 1인가구 생계급여 기준액 50만1000원에서 소득인정액 15만 원을 뺀 금액인 35만1000원이 된다. 소득인정액은 소득평가액과 재산의 소득환산액을 합한 금액인데, 공적이전소득이 포함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줬다 뺏는 기초연금’에서 쟁점이 된 기초연금액도 공적이전소득이므로 소득인정액에 포함되는데, 여기서 국민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와 기초연금이 충돌한다.

기초연금과 개념적으로 충돌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기본 원칙은 세 가지다. 첫째는 최저생활보장의 원칙이다. 생활이 어려운 자에게 생계 등의 급여를 행함으로써 최저생활을 보장한다는 것인데, 여기서 최저생활 보장이 인간다운 노후를 보장하자는 기초연금의 취지와 어긋난다. 둘째는 타 급여 우선의 원칙이다. 급여 신청자가 다른 법령에 따라 보장을 받을 수 있는 경우에는 다른 법령에 따른 보장이 먼저 행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보충 급여의 원칙이다. 생계급여 수급자에 대한 최저보장 수준은 생계급여액과 수급자 가구의 소득인정액을 합한 수준이 생계급여 선정 기준 이상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그러니까 둘째와 셋째 원칙을 종합하면, 소득인정액 산정 과정에서 다양한 공적이전소득이 소득평가액으로 인정되므로 해당 금액만큼 생계급여가 차감되거나 아예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서 탈락하는 경우도 발생하는데, 이것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보충성 원칙’이다.

그런데 보충성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개별 법령에서 정한 공적 지원 제도의 취지가 훼손될 우려가 있으므로 개별 제도의 주요 목적이 소득보장에 있지 않은 특수한 경우에는 보충성 원칙에 예외를 적용하고 있다. 즉 장애, 질병, 양육 등 가구의 특성상 일반 가구에 비해 추가적 지출 요인이 있는 경우와 근로를 유인하기 위한 요소 등은 소득인정액(소득평가액)에서 제외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초연금도 노인 가구의 특성에 따른 추가적 지출 요인에 대한 제도적 대응이라고 해석하면 보충성 원칙의 예외 범위에 포함시킬 수 있게 된다. 게다가 이는 법률 개정 사안도 아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만 개정하면 된다.

기초연금법은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게 기초연금 수급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런데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 제5조는 기초연금법에 따른 연금액을 소득인정액에 포함하고 있다. 그래서 생계급여가 삭감되거나 심지어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 자격을 상실하기도 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158만 명 중 65세 이상 노인 수급자는 46만7000명으로 전체 수급자의 약 30%를 차지한다. 그런데 이들 노인 수급자의 90.6%만 기초연금을 받고 있다. 나머지 9.4%는 아예 기초연금 수급 신청을 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이는 보충성 원칙으로 인한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 자격 상실을 우려해 신청을 기피한 데 주로 기인한 것이다.

해결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아동수당(10만 원) 양육수당(10만~20만 원) 장애인연금(27만~33만 원) 등은 생계급여 수급자의 소득인정액에 포함되지 않고 별도로 지급되고 있다. 가구의 특성상 추가적 지출 요인이 있다고 인정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초연금도 보충성 원칙의 예외 수당으로 인정하면 된다. 보충성 원칙을 견지해온 정부 입장에서 기초연금액 전부를 예외로 인정하기가 부담스러우면 기초연금액의 50%라도 예외로 인정하는 게 어떨까 싶다. 이게 정의의 원칙에도 부합하기 때문이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제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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