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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부산 관광 살길은 /이흥곤

꼭 필요한 시설은 없고 여전히 ‘3무’관광 한탄

현재보다 한 발 앞서는 발칙한 발상전환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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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벡스코에서 세계마술챔피언십이 열렸다. 50여 개국 2300명의 내로라하는 마술사가 참가해 외형적으론 성공한 국제행사로 기록됐다. 하지만 화려한 외형과 달리 참가 마술사들은 부산을 떠날 때 “다시는 오고 싶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속사정은 이랬다. 마술사들의 짐은 조금 과장하면 이삿짐 수준이다. 김해공항에서 숙소인 해운대까지 오는 게 문제였다. 택시는 아예 태워주지도 않았고, 리무진버스는 다른 손님의 짐이 적을 경우 마지막에 선심 쓰듯 겨우 실어줬다. 도시철도를 갈아타며 이동할 땐 사실상 전쟁을 방불케했다.

호텔리어들은 말한다. 벡스코 인근에 도심공항터미널이라도 있었으면 이런 문제는 발생조차 하지 않았을 텐데. 그들은 부산에 가덕도 신공항이나 김해공항 확장보다 오히려 도심공항터미널이 우선순위라고 지적한다. 최근에는 ‘다른 도시에서 살아보기’와 같은 짐 많은 장기숙박이 여행트렌드여서 도심공항터미널이 더욱더 절실하다고 한다. 그러면서 도심공항터미널을 시·종점으로 관광용 트램(노면전차)을 조성하면 도심 교통체증을 벗어나 해운대 주변을 손쉽게 둘러볼 수 있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 덧붙인다.

지난해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250만 명 선에 그쳤다고 한다. 목표치인 300만 명을 2년째 달성 못 했다. 산 바다 강 온천을 두루 갖춘 사포지향(四抱之鄕) 부산은 시드니 홍콩 도쿄 등 바다를 낀 글로벌 도시와 견줘도 자연경관 면에선 손색이 없다. 그런데도 외국인 관광객 유치 실적은 턱없이 못 미친다. 정답은 이미 나와 있다. 오래전부터 부산 관광을 논할 때 흔히 ‘3무(無)’라 한탄한다. 볼 것 없고, 갈 데 없고, 매력이 없다는 것이다. 10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사실 크게 변한 게 없다. 그러니 외국인이 찾지 않고, 혹 찾더라도 하루이틀 머물다 떠나기 일쑤다. 자연경관은 의구한데 끌리도록 한데 묶을 만한 관광 인프라가 부족하고 늘 해오던 구닥다리 전략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방법은 한 가지. ‘굴뚝 없는 산업’ 관광분야에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발칙한 발상의 전환을 해보자는 것이다.

최근 홍콩의 한 여행사 대표가 부산을 찾아 황령산에 올랐다. 부산의 중심부에 우뚝 솟은 황령산은 부산 전역을 거의 내려다볼 수 있다. 해운대, 광안대교와 광안리, 오륙도, 이기대, 태종대, 금정산, 백양산, 장산 등 자연경관과 해운대 마린시티 등 마천루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이 모습에 매료된 그는 야경까지 확인한 후 홍콩의 야경보다 빼어나다면서 이곳에 왜 서울의 남산처럼 전망타워를 짓지 않았는지 의아해했다. 그는 남산처럼 케이블카와 계단식 에스컬레이트도 설치해 접근성을 높이면 금상첨화라 했다.

해양도시의 또 다른 강점은 바다 조망이다. 따뜻한 남쪽나라 일본 가고시마현에선 놓쳐선 안 될 게 하나 있다. 해안 절경이다. 본토 최남단 오스미반도 끝단에 서면 동중국해와 태평양의 비경을 한눈에 볼 수 있지만 웃자란 수목 때문에 이러저리 장소를 옮겨가며 봐야 한다. 이에 가고시마현은 전망대를 설치하며 그동안 비경을 가렸던 나무를 과감하게 쳐내는 결단을 내렸다. 해운대 달맞이고갯길도 여건이 이와 유사하다. 기자는 이 고갯길과 그 아래 문탠로드를 걸을 때마다 가고시마현을 떠올린다. 전망대에서 쉬며 바다를 조망하고 싶기 때문이다. 벚꽃의 난분분함이 애틋하게 느껴지는 4월이면 더욱더 그렇다.

지리산 국립공원에 비견되는 ‘일본의 지붕’ 북알프스에는 장장 90㎞에 달하는 산악관광 명물인 다테야마-구로베 알펜루트가 있다. 전기버스, 지하 궤도케이블카, 로프웨이 등을 갈아타고 해발 2500m 지점에 오르는 코스다. 요금이 10만 원 안팎이지만 1년(12월~이듬해 4월은 폭설로 폐장)에 무려 100만 명이 찾는다.

부산이 롤모델 삼아야 할 사천바다케이블카는 개장 후 예상치보다 3배나 많은 하루 평균 6000명이 찾아 상권이 회복되고 있다. 부산으로선 달맞이고개~이기대, 송도~다대포 코스를 생각해볼 수 있겠다. 2008년 완공된 통영케이블카는 매년 130만 명이 찾아 통영시에 240억 원의 배당을 안겼다. 여기에 아름다운 통영항의 야경을 선사하기 위해 야간 개장도 준비 중이다. 거센 반대로 완공을 7년이나 지연시킨 환경단체와 불교계는 케이블카가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자 더는 말이 없다.

부산시가 보행도시 원년을 선언하며 보행 혁신 종합계획을 지난 9일 발표했다. 여기에는 부산의 랜드마크인 광안대교를 시민에게 개방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시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시드니의 명물 하버브리지처럼 광안대교도 스릴을 온몸으로 느끼며 오를 수 있는 하버브리지 클라임(Clime)과 번지점프 도입까지 고려했으면 한다.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이라는 발상의 전환으로 과학혁명을 이끌었듯 부산도 발칙한 상상으로 관광분야에 접근했으면 좋겠다. 관광객들은 오랫동안 뇌리에 남을 그 무엇을 찾고 또 찾기 때문이다.

편집부국장 hu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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