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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수의 세설사설] 새해 개천에서 용이 나려면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1-13 18:45:36
  •  |   본지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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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한 해 국정 흐름을 가늠할 방향타이다. 올해도 경제, 북핵협상 등이 중심 화두였다. 대통령은 모두 연설에서 지난해 경제가 성장했다 자평했지만 국민 가슴엔 크게 와닿지 않는 건 좀체 펴이지 않는 서민들의 살림살이와 나아질 줄 모르는 고용사정 때문이겠다.


대통령의 해법은 ‘포용적 성장’이었지만 지난해 시행된 정책의 구체적 보완책을 내 놓을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 올해는 집권 3년차 문재인 정부 성공의 ‘골든타임’ 아니겠나. 플랜 A가 막힐 때를 대비해 플랜 B도 준비해야 할 거다. 무엇보다 월급생활자, 상인, 청년, 어르신 등 모두의 얼굴에도 웃음이 피어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해가 바뀌면 이런저런 희망의 메시지가 나오게 마련이다.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바로 그런 자리이겠다. 한 해를 지내보면 결과적으로 빈말로 끝날망정 새해 살림살이가 좀 펴일 거라는 장밋빛 전망도 펼쳐지고 더 열심히, 더 잘해보겠다는 다짐의 말이 나오는 것도 이 자리다. 그 말을 다 믿지는 않으면서도 국민들이 짐짓 희망을 걸어보는 것은 그 때문일 터다.

글쎄, 경천동지할 뉴스나 역대 대통령들의 어록이 쏟아지는 것도 이때다. 오래전, 기자의 고교시절인 1976년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연두기자회견에서 엄청난 발표를 했다. 포항 앞바다에서 경제성 있는 대규모 유전이 발견됐다는 거다. 그는 언론사 사장들과의 만남에서 시험채굴된 거라며 됫병에 든 기름을 보여주기까지 했다. ‘오일 쇼크’를 겪은 직후라 신문 방송은 몇 날 며칠을 이 뉴스로 도배하다시피 했고 국민들은 산유국의 꿈에 젖었다. 그러나 결국은 한판의 백일몽으로 끝났다. 당시 경제 위기를 무마하려고 국민을 속였다는 해석이 후일 잇따랐던 것. 그의 딸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라는 명언 아닌 명언을 남긴 것도 2014년 신년 기자회견에서였다.

어쨌거나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한 해의 국정 흐름을 가늠할 방향타라는 점에서 무게를 갖는다. 대통령과 정부가 올 한 해 어떤 정책을 기조로 해서 국가라는 이름의 거대한 배를 운항할 것인가를 예측하는 자리라는 데서 국민의 눈과 귀가 쏠릴 수밖에 없다.지난 10일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역시 경제, 북핵 협상과 남북화해를 통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중심 화두였다. 한중·한일관계 등 국제 문제, 김태우와 신재민 문제 등 국내 정치현안도 다루어졌다.

대통령은 모두 연설에서 “지난해 사상 최초로 수출 6000억 달러를 달성했고 국민소득 3만 불 시대를 열었다”고 자평했다.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경제강국 30-50클럽’에 가입했다고도 했다. 그말이야 사실이지만 국민들의 가슴에 크게 와 닿지 않는 건 좀체 펴이지 않는 서민들의 살림살이와 나아질 줄 모르는 고용사정 때문이겠다. 대통령도 그걸 의식했던지 이렇게 말하긴 했다. “삶이 고단한 국민이 여전히 많다”, “우리는 부의 양극화와 경제적 불평등이 세계에서 가장 극심한 나라가 됐다” 등등. 대통령은 그 까닭을 “우리가 함께 이룬 경제성장의 혜택이 소수의 상위계층과 대기업에 집중되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경제는 계속 성장했지만 가계소득의 비중은 계속해서 낮아졌다는 거다.

대통령의 해법은 ‘포용적 성장’이었다. ‘공정하게 경쟁하는 공정경제를 토대로 혁신성장과 소득주도 성장을 통해 성장을 지속시키면서 함께 잘사는 경제를 만드는 것’이라는 거다. 그는 이렇게도 덧붙였다. “미래의 희망을 만들면서 개천에서 용이 나오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글쎄, 나 역시 큰 틀에서 대통령의 해법에 동의한다. 하지만, 이런 총론에 대한 구체적 방법론이 다소 명확하지 않은 건 좀 아쉬운 대목이었다. 대통령의 회견에서 구체적인 단위 정책까지 제시하는 건 무리이겠지만. 지난해에도 혁신성장과 소득주도 성장이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기조였지만 혁신성장은 당장은 가시적인 성과가 없었고, 소득주도 성장은 많은 논란을 일으키지 않았던가. 이런 국민의 의구심을 불식시키려면 지난해 시행된 정책의 냉정한 평가 속에 구체적인 보완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고용지표가 양적인 면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으며 전통 주력 제조업의 부진도 계속되고 있다는 대통령의 고백대로 어려움에 놓인 국민들은 정부의 실용적인 정책 시행을 갈망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될 터. “사회안전망과 고용안전망을 더욱 촘촘하게 짜겠다”는 약속이 빈말로 그쳐선 안 될 일이겠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대통령의 복안도 펼쳐졌다. 그는 “곧 개최될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한반도 평화를 확고히 다질 수 있는 또 하나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핵 협상 성패의 고비가 트럼프-김정은 2차 회담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김정은의 서울 답방도 이것과 연동돼 있지 않나. 선물보따리도 마련돼 있지 않은데 김정은이 서울을 쉽게 찾아오려 할까 싶기도 한 거다. 유엔 제재 국면이 계속되는 한 우리 정부가 김정은에게 안겨줄 선물이 당장은 없지 않나. 뭔가 선물을 안겨주려면 일단 북미 간에 일정한 합의가 이뤄져야 할 터.

문제는 이게 쉽지 않다는 거다. 북한은 자기네가 핵 폐기를 향해 취하는 단계 조치마다 미국이 상응하는 선물을 내놓아야 한다는 거고 미국은 핵 폐기부터 완료해라, 그러면 줄 선물을 한꺼번에 주겠다는 건데, 지난해부터 계속된 이런 줄다리기가 아직도 끝나지 않은 게 문제일 터. 이 양자의 간극을 우리 정부가 중간에 나서 얼마나 좁힐 수 있는가가 문제의 핵심이 아닐까. 결국은 미국과 북한의 상호 불신을 풀어주는 게 열쇠일 터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차분하고 끈기 있게 ‘중매쟁이’ 노릇을 할 일이다. 정부의 지혜와 성심이 그래서 중요하겠다.

어쨌든 올 한 해 국정의 청사진은 펼쳐진 셈이다. 사전 시나리오 없이 즉문즉답 형식으로 펼쳐진 신년회견에서 대통령은 자신에게 던져진 질문에 성의껏 대답하려 애썼는데 일단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비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만사가 다 대통령의 뜻대로만 굴러가지는 않을 터. 플랜 A가 막힐 때를 대비해 플랜 B도 준비해야 할 거다. 지도 한 장만 달랑 들고서 미로를 걷다가 출구를 제대로 못 찾아서야 될 일이 아니다. 막다른 골목과 마주치면 또 다른 지도를 들고 우회로를 찾는 게 현명하지 않겠나.

또 하나 대통령이 명심할 일은 청와대와 내각을 다잡는 일이겠다. 지난 연말엔 김태우 전 청와대 감찰반원 사건이나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의 폭로로 어수선하지 않았나. 대통령 집권 후반기에나 일어날 만한 일이 1년 반을 겨우 넘긴 시점에서 터진 건 청와대나 내각의 나사가 풀려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최근에 청와대 비서실을 개편하긴 했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인물 쇄신이 정책 쇄신의 효과로 드러나야 할 터. 대통령이 청와대와 내각을 진두지휘해야 할 거다.

올해는 야당과의 관계 개선에도 신경 써야 할 일. 지난해엔 보수야당이 이것저것 ‘청개구리’ 노릇을 하는 바람에 국정에 브레이크가 자주 걸린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야당도 야당의 역할이 있는 만큼 야당 탓을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좀 속이 썩더라도 야당과의 자리를 더 자주 갖고 더 진정성 있게 대화를 나누었으면 좋겠다. 국정의 중심을 잃지는 않더라도 야당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이는 아량 있는 모습을 보인다면 더 좋을 거다. 야당도 정부 정책을 막무가내로 반대만 해서는 국민이 등을 돌린다는 걸 명심할 일. 정정당당한 경쟁이 이뤄져야 국민의 신뢰를 얻는 법이다. 정부여당과 야당들을 막론하고 올 한 해의 농사가 내년 4월 총선의 결과를 좌우한다는 걸 기억할 일이다. 덧붙이자면 대통령 회견 다음 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검찰 포토라인에 섰다. 검찰도 ‘사법 농단’ 수사에 속도를 내야 하겠지만, 법원도 올 한 해를 ‘자기 개혁의 해’로 삼아야 할 터. 지난 한 해 법원은 계속 홍역을 겪었는데 올해는 무언가 매듭을 풀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게 아닌가.

실제 국정 운영기간은 1년8개월이지만 햇수로는 이제 3년 차에 접어든 문 정권이다. 중요한 국정을 기획해 소신 있게 집행할 수 있는 기간은 앞으로 1년~1년6개월이다. 그 이후엔 이미 벌여 놓은 국정을 수습해야 하고 차기 대선 레이스가 펼쳐지면서 국정 동력도 확 줄어든다. 그러니 올 한 해가 문 정부 성공의 ‘골든타임’ 아니겠나.

무엇보다 올해는 월급생활자들의 살림이 좀 펴이면 좋겠고, 골목 상인들의 한숨 소리도 잦아들었으면 좋겠다. 취업이 안 돼 어깨를 늘어뜨린 젊은이들이 당당하게 거리를 활보했으면 좋겠다. 경로당에 출입하는 어르신들의 주름진 얼굴에도 웃음이 피어났으면 좋겠다. 대통령의 연설처럼 올 한 해 우리 모두 ‘개천에서 난 용’이 됐으면 좋으련만!

소설가·경성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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