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확실한 것이 없다. 순도 100%로 이루어진 것도 없다. 그래서 사람은 완벽이라는 허상을 향해 달려간다. 완벽은 현실에 존재할 수 없는 ‘파랑새’일 때 의미가 있을 뿐 ‘완벽’을 소유하려면 문제가 생긴다. 자기 스스로 ‘완벽’이라는 감옥 속에 갇히기도 하고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완벽’을 그럴 듯하게 꾸며내는 사람에게 속기도 한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불안정’을 싫어하고 안정과 확실성을 희망한다. 안정과 확실성이라는 것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기에 이를 담보로 돈을 버는 집단은 ‘가상의 선’을 긋는다. 그 선 안에 들어오면 확실하다고 달콤한 제안을 건넨다. 그리고 제안에는 반드시 조건이 있다. ‘당신이 나를 믿기만 한다면…’ ‘당신이 이런 대가를 지불하기만 한다면…’처럼. 이렇게 만들어진 조건적 경계를 조심해야 한다. ‘이 선 안에만 들어오면 당신은 안전하고 평생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말을 조심해야 한다. 완벽할 수 없는 세상에서 완벽을 주장하거나 불안을 조장하는 사람들은 거짓말꾼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을 왜 이제야 찾아왔느냐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을 만난 지금부터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고 한다. 자신을 만나기 이전의 세상을 비난하고 부정한다.

우리 주변에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과거를 부정하고 새로운 희망을 심어주는 대신 큰 대가와 희생을 요구하는 것들. 이런 집단과 사람을 경계해야 한다. 자신의 인생이 만족스럽지 못해도 타인에 의해 부정당하거나 이유 없이 비판받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아픈 과거라면 함께 그 과거를 보듬고 어루만지면서 부드럽게 감싸주는 것이 전문가의 자세다. 스스로 쳐다보기조차 힘든 과거를 전문가랍시고 마음대로 다루는 것에 분노하자. 그런 자에게는 유약한 내면을 열어 보이지 말자. 그런 사람은 당신의 약점을 노리며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와 주인 행세를 할 것이다.

세상에는 ‘전문가’라는 권위를 이용해 ‘완벽’을 속삭이는 자가 많다. 유명한 전문가라 할지라도 그들을 무작정 믿지 말자. 게다가 완벽을 속삭이는 자라면 더 믿지 말자. ‘완벽한 해결’ ‘완치(完治)’를 장담하는 사람은 멀리하는 것이 좋다. 경험이 많은 양심적 전문가일수록 수많은 경험 속 작은 실패에 집중한다. 그리고 같은 실패를 경험하지 않기 위해 미리 완벽을 장담하지 않는다. 성공했을 때의 기쁨보다 실패했을 때의 좌절과 슬픔이 더 크다는 것을 알기에 소극적으로 보일 만큼 겸손한 결과를 예측한다.

이렇게 조심스러운 표현 속에 진실이 묻어 있고 당신에 대한 배려가 담겨 있다. 또 다시 실패하지 않으려는 전문가의 장인정신도 담겨 있다. 반면 경험이 얕거나 진실되지 못한 전문가는 다른 누군가를 비난해서 자신을 높이려 하고 ‘확실과 완벽’을 장담한다. 전문가의 자신감 넘치는 퍼포먼스는 강력한 매력이자 유혹의 미끼가 된다. 그 매력에 끌려가고 싶어하는 것 또한 인간의 본성이다. 이 본성은 곧 약점이 되고, 이 약점을 끊임없이 연구해 나가는 전문가나 집단이 세속적 성공을 거두는 것도 사실이다.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고 누워 있으면 욕창이 생기듯 사람의 마음도 그렇다. 우리의 마음속에는 원치 않는 여러 감정이 휘몰아치지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인생을 끌고 가고자 하는 과정 속에 심리적 건강이 유지된다. 그저 평온하기만 하고 변화가 없으면 우리의 마음에도 욕창이 생긴다. 속을 알 수 없는 전문가에게 의존하기보다는 불안정한 인생을 받아들이는 편이 훨씬 낫다.

어느 과학자가 이런 말을 했다. “과학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언제든 오류와 오차가 있을 수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 진정한 용기입니다.” 확실성에 대한 허상을 던지고 불안정한 현실에 자신을 던져보자. 그 용기 속에서 우리의 삶은 다시 빛나기 시작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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