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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뿌리’를 생각하다 /안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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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9-01-15 18:49:36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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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시대의 특징은 ‘고도성장’이었습니다. 그 성장의 과실을 ‘얼마나 빨리, 얼마나 많이 내 것으로 당겨오는가’가 관건이었습니다. 이런 효율 경쟁 프레임은 ‘다양한 도구’로 귀결됩니다. 성장의 시대, 도구가 다양하면 효율은 따 놓은 당상이었습니다. 그러니 각종 이론과 지식 그리고 경험을 도구 모으듯 끌어모았습니다.

‘도구’가 중요했지, ‘목적’은 필요 없었습니다. 도구만 있으면 뭘 해도 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데,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끝없이 이어질 줄 알았던 성장이 멈춰버린 겁니다. 이른바 ‘뉴노멀’, 새로운 질서의 부상입니다. 성장의 과실을 연료 삼아 움직이던 사람들은 동기를 잃어버렸습니다. ‘도구지향적 패러다임’의 혁신적 전환이 절실한 배경입니다.

패러다임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자 삶에 대한 설명방식입니다. 동시대 사람의 사고를 규정하는 이론적 틀입니다. 이러한 패러다임은 두 얼굴을 지닙니다. 미래로 열린 ‘가능성’과 과거의 ‘족쇄’가 그것입니다. 우리는 말뚝에 묶여 있던 아기코끼리의 이야기를 압니다. 어릴 때야 힘이 없어 말뚝에 묶여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깟 작은 말뚝 하나야 금세 뽑고도 남을 만큼 성장했음에도 힘센 코끼리는 계속해서 하릴없이 묶여 있습니다. 과거의 패러다임이 ‘족쇄’로 작용하는 겁니다. ‘학습된 무기력’입니다. 자동차마다 장착된 내비게이션도 똑같습니다. 날마다 길은 달라집니다. 수시로 업데이트를 해주어야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립니다. 패러다임의 업데이트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세상이 달라지면 생각도 바뀌어야 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과거에 매몰되어 삽니다. 영화 ‘남한산성’은 이를 웅변합니다. 조선 인조 14년, 병자호란을 맞아 조정은 남한산성으로 피신합니다. 순간의 치욕을 견디고 나라와 백성을 지켜야 한다는 사람과 청의 공격에 끝까지 맞서 죽기를 각오하고 대의를 지켜야 한다는 사람이 충돌합니다. 자중지란입니다.

바람 앞 등불 같았던 절체절명의 위기는 결국 삼전도의 굴욕으로 이어집니다. 이런 참담한 상황까지 이르게 된 이유는 간단합니다. 미래를 얘기하지 못하고 과거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변화를 포용하지 못했던 겁니다. 머리 속 ‘이론’과 다른, 눈앞의 ‘실재’를 인정할 수 없었던 겁니다. 이론가들은 이런 자기모순을 정당화하기에 급급했습니다. 세상은 달라졌는데 과거의 틀로 재단하려 하니 결국 아전인수요, 견강부회입니다. 달라진 세상에 옛날 도구를 들고나온 격입니다. 업데이트되지 않은, 알량한 지식과 경험, 신념의 감옥에 갇혀버린 겁니다.

그래서 ‘도구’가 아닌 ‘목적’을 이야기합니다. 예전 산업화시대에는 도구가 많을수록 유리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선 망치를 이용하고 저런 상황에선 드릴을 활용하면 효율이 높았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늘 변하고 현장은 늘 다릅니다. 분초를 다투며 변하는 게 작금의 세상입니다. 그러니 이럴 땐 이렇게 하고 저럴 땐 저렇게 한다는 기존의 시나리오가 잘 들어맞질 않습니다. 세상 변화와 아귀가 안 맞는 겁니다. 도구로서의 지식이나 이론이 현장에선 그다지 쓸모가 없는 이유입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은 과거의 성공경험에 집착합니다. ‘A일 때는 A, B일 때는 B’ 하는 틀에 박힌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서는 백전백패입니다. 우리네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은 그 자리에 가만있지 않습니다. 이론 속 과거의 세상과 실재하는 현재의 세상은 같을 수 없습니다. 화석처럼 굳어버린 머리를 깨고 우리의 시선은 눈앞의 현재를 껴안아야 합니다.

결국 세상 변화에 맞춤하는 ‘목적지향적 혁신’이 해답입니다. 핵심과 본질 말입니다. 잡내 하나 없이 맛있는 내장탕을 끓여내는 식당이 있습니다. 그 비결을 사람들이 궁금해합니다. 사장님이 대답합니다. “잡내가 안 날 때까지 씻습니다.”
성공 비결(도구)이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내가 이 일을 왜 하는지(목적)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해야 합니다. ‘내 일의 목적’이 사람들의 마음에 울림을 줄 때 성과는 선물처럼 따라옵니다. 재미와 의미로 가득한 내 삶은, 도구가 아닌 목적이라는 튼튼한 뿌리에서 곧은 가지를 뻗고 탐스러운 열매를 맺는 겁니다. ‘내 일의 목적’, 거기가 뿌리입니다.

열린비즈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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