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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와인 한 잔] 포도의 변신은 무죄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1-23 19:29:32
  •  |  본지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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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은 배역을 위해 자신의 외부적 조건을 변화시켜 혼신의 힘을 다하는 연기스타일을 영화계에선 흔히 ‘드니로 어프로치’라고 한다. 아카데미상을 두 차례나 받은 미국 영화배우 ‘로버트 드니로’는 영화 ‘택시드라이버’(1976)에서 기력 없고 창백한 얼굴을 만들기 위해 수개월 동안 택시운전을 하며 16kg을 감량했다. ‘레이징 불’(1980)에서는 선수시절과 중년이 된 후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무려 27kg을 늘렸다. 그 어렵다는 체중 조절이나 눈빛, 표정 연기는 물론 완벽하게 주어진 역할에 빠져든다는 철칙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것이다.
독일 라인가우지역의 포도밭 모습.
포도 역시 자라는 지역의 기후나 토양에 따라 완벽하게 새로운 스타일로 변신하는 게 있다. 필자는 이것을 ‘와인 어프로치’라고 부른다.

프랑스 메독 지역의 대표 품종인 ‘까베르네소비뇽’이 단적인 예다. 껍질이 두꺼워 타닌이 많고, 포도 알이 작아 강한 향과 맛을 낸다. 날씨와 토양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나 다양한 스타일의 와인으로 만들어진다. 서늘한 지역에서는 스파이시하고 삼나무 향이 많이 나며, 신대륙과 같은 온화한 기후에서는 블랙체리 올리브 초콜릿 같은 풍미가 강한 와인이 된다. 이 중 호주, 특히 쿠나와라지역에서 만든 와인에는 민트 유칼립투스 등 독특한 향이 많은데 이 지역에 많이 자라는 식물들의 향과 맛이 와인 속으로 스며든 결과이다.

다양한 기후와 토양에 잘 적응하는 대표적인 화이트품종으로 ‘샤르도네’가 있다. 샤르도네라는 이름은 프랑스 마꼬네지역의 마을이름에서 유래됐다. 프랑스 쥐라(Jura)에서는 믈롱 다르부아(Melon d’Arbois), 샤블리(Chablis)에서는 보누아(Beaunois)라고 부르기도 한다.

와인양조학으로 유명한 미국 유시 데이비스(UC Davis)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피노계열 포도와 구에블랑(Gouais Blanc)과의 교잡으로 만들어졌으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는 품종 중의 하나다. 이회암과 석회질 토양을 선호하고 토양의 점토 비율, 다양한 기후와 양조방식에 따라 다양한 맛을 내는 팔색조 같은 포도품종이다.

샤르도네의 과일 향은 크게 두드러지지 않기 때문에 샤르도네로 만든 와인의 풍미는 재배지역의 기후와 토양, 양조 방법에 의해 결정된다. 샹파뉴와 샤블리지역처럼 서늘한 기후에서는 파삭하고 상큼한 와인으로 만들어진다. 더운 지역에서는 강렬하고 매혹적인 풍미를 드러낸다. 오크숙성을 하지 않으면 사과, 복숭아, 감귤류 같은 과일 특성을 잘 나타내고 오크 숙성을 하면 바닐라, 이끼, 송로버섯과 버터향이 감도는 부드러운 와인이 만들어진다.

세계 최고의 샤르도네 와인을 만드는 프랑스 부르고뉴지역의 몽라셰, 초록자두의 풍미와 높은 산도를 지닌 샤블리, 섬세하고 우아하며 경쾌한 향기와 맛을 가진 샴페인. 모두 다양한 기후와 토양에 적응한 샤르도네의 변신으로 만들어진 결과다. 와인의 변신은 무죄, 와인 한잔의 맛과 멋은 여기에 있다.

부산가톨릭대 와인전문가과정 책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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